쉼에서 얻은 나의 보물 (1)
감정을 다양하게 느끼는 것은 축복인데 그걸 모르고 살았다.
나는 타인의 감정에 의존해서 살아왔다. 타인이 느끼는 감정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내가 한 행동과 말로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까.. 항상 초조했던 것 같다.
내 감정은.. 뭐랄까, 싫은 감정은 타인에게 숨기고 나 스스로도 숨기려 애쓰며 힘들었다. 좋은 감정은 그대로 티를 내서 타인이 나를 쉽게 판단하도록 만들었다.
주변에 내가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감정의 폭이 그다지 크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잔잔함. 정말 부러웠다. 그리고 그들을 좋아한 이유는 내가 눈치를 덜 보게 되는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만 했지 내 감정을 그렇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나를 아주 예민하기만 한 피곤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주 착하게 타인에게 배려만 한 것은 물론 아니긴 하다. 내 나름의 변명일 수도 있다.)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러한 감정을 느껴도 되는 것인지 나 스스로가 의심을 했다. 그 감정을 어루만져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좋은 감정이 들면 그대로 즐기고 끝이었다.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나 자신을 예뻐해 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쉼을 가지면서 나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게 되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으니 내가 느끼는 감정조차 자세하게 보였다.
그런데 감정을 온전하게 느끼는 것이 처음에는 고통스러웠다.
좋은 감정에는 길거리에 예쁘게 정렬된 초록잎의 나무를 봤을 때 느껴지는 행복감, 햇볕에 피부가 타는 느낌이 들 때의 신남, 일하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의 짜릿함.
안 좋은 감정에는 오늘 내가 누군가한테 했던 말들을 곱씹으며 하는 후회, 금요일 밤인데도 불구하고 만날 사람이 없을 때 드는 외로움, 먹고 싶은 대로 먹어놓고 느끼는 포만감에 대한 불안함.
쉬면서 살펴본 내가 느낀 감정들은 정말 다양했다.
불안, 들뜸, 분노, 행복, 슬픔, 억울..
나는 감정의 폭이 클 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타인의 감정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내 감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감정을 느끼는 나도 나다. 그 감정을 담고 있는 그 자체가 나다. 그걸 인지하고 나니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불만이 없어지고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합당한 지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것이다. 그 일은 자존감이 낮아지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나 스스로가 지지해 준다면 내 자존감은 올라가면서 더욱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 감정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외면하거나 어떠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나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내가 쉼으로 얻은 첫 번째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