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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Jul 29. 2024

생애 첫 ‘언니’

아직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인 언니

나는 장녀다. 그래서 그런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하고 친해지는게 상당히 어려웠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선배 언니, 오빠들을 부르지도 못하고 너무 불편해서 친한 선배도 없다.

그리고 그나마 있는 사촌언니, 사촌오빠를 부를 땐, ‘언니야, 오빠야’하고 불렀고, ‘야’를 뺀 언니, 오빠라는 단어는 나한테 너무 오글거렸다.  그렇다고 언니야, 오빠야를 사회에서 쓸 수도 없지 않은가.


아무튼 연장자와 친해지기 어려웠던 내게 처음으로 ‘언니’라는 두 글자로 부르는 사람이 생겼다.


나보다 다섯 살이 많으니 내가 24살 때, 언니는 29살이었다.


내가 인턴으로 근무하던 회사의 대리님.


사실 8개월 간의 인턴 생활이 끝나고 난 뒤도 나는 계속 대리님이라고 부르는 게 편했다. 하지만 언니가 도대체 언제까지 대리님이냐며 ‘언니’라고 부르라고 해서 오글거림과 입에 붙지 않아 어색함을 이기고 억지로 언니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언니다.


첫인상은 ‘정말 나랑 안 맞겠다.’

스타일 나랑 정반대.

뭔가 인상도 세 보이고.

키도 크고 날씬하고, 29살에 자차도 끌고 다녔다.

모든 것이 정반대의 느낌인 사람이었다.


그 정반대는 동경이었던 것 같다.


‘내가 29살이 되면 저 언니처럼 되고 싶다.’라는 소망이 생겼고 내 롤모델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생각해 보니 어느새 나는 그때의 언니보다 1살 더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언니처럼 오피스룩을 완벽히 소화하지도,

언니처럼 좀 더 강해보이지도,

(언니 마음은 심각하게 여림)

키가 커졌거나 아주 날씬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싫다는 건 아니다.


그냥 그때 그 멋있는 언니보다 나이가 많아졌다는 게 새삼 놀라울 뿐이다.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어른스러울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멋있을 수 있었을까


그냥 내 생애 첫 언니를, 그리고 사실 아직도 유일한 언니를 떠올리다 보니 써보고 싶었다.

(언니야 랑 다르다)


그 우연찮게 얻은 언니 덕분에 지금의 내가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그랬는데 내가 세심하지 못해 지금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좀 전에 메시지를 보냈고 답을 기다려본다!


언니 보고 싶다.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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