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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Jul 27. 2024

더위 먹고 나불나불

냉방병으로 얻은 브레인포그를 장착하고.

뭐 예전에는 잘 썼냐는 소리를 하실 수도 있지만 요즘 글도 제대로 써지는 느낌도 아니고. 그냥 원하는 대로 글이 마무리되지 않는 기분이다. 아이디어는 이래저래 생각나는데 연결도 어색하고 마무리도 급하고.

머리에 계속 구름이 끼어있는 듯한 느낌으로 며칠을 보내고 있어 글로 한번 내 근황을 정리해 보고자 글을 쓴다. 그리고 최근 산문집들을 몇 권 읽었는데 나도 중량감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들어찼기 때문에 수요없는 공급을 해본다.


더위 먹고 나불나불 1.

요즘 정말 너무 덥다. 잠시 슈퍼를 다녀와도 샤워를 해야 할 정도니. 하루에 세 번은 샤워를 하는 것 같은데 피부에 안 좋을까 봐 걱정이 된다. 두피에도 안 좋을 것 같은데. 혹시 다른 사람들은 원래 하루에 세 번씩 샤워를 하나요? 그래서 에어컨을 찾아다니다 보니 냉방병에 걸렸다. 냉방병에 걸리니 에어컨이 너무 싫은데 또, 에어컨이 없으면 견딜 수 없고. 여름이란 딜레마다. 사실 브레인포그도 냉방병 때문에 온 거 같고. 이번에 정말 더운 게 라니냐 때문이라고 하던데 이유를 알고 더우면 더위도 좀 나으려나.

내가 배가 고픈 건 라자냐 때문이다.

    

오늘 신기한 경험을 했다. 어릴 때부터 시도해 오던 ‘감각과 나를 분리하기’가 성공한 듯하다. 저 문구가 마치 명상센터에서 이번 주 주제로 제시하는 것도 같고 또, 정신상담센터 같은 데서 내담자에게 한 주간의 숙제로 내어주는 문구 같기도 한데. 그런 거 아니고 혼자 그냥 해보는 쓸데없는 실험 중 하나다.

생리통으로 너무 아파서 뒹굴거릴 때, 그 통증을 나와 분리시켜 보려고 한다. 머릿속으로 통증을 이미지화시켜서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걸 상상하는 것이다.

(종교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막상 글로 적고 나니 적잖이 웃긴 것 같은데 오늘 외출을 하면서 나는 더울 것을 예상을 했고, 그 더위와 내가 별개라고 생각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덜 더웠다.

이 이상 설명할 게 없다. 한번쯤 해보셨으면 좋겠다.

더위는 더위고, 나는 나다.     


더위 먹고 나불나불 2.

일이 있어 시청역 쪽에 다녀왔다. 시청역 부근에 가니 각종 분야별 시위를 하고 있었다. 질병 관련, 뉴스 관련 등등. 그 옆에 서계시는 경찰 분이 정말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다가 내 귀에 들어온 말 중 하나는 ‘목숨을 잃는 것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라고 하시는데 몇 십 년 일찍 태어나셨다면 대한민국의 독립에 이바지하셨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왜 미국국기를 들고 계시는지?     


더위 먹고 나불나불 3.

초복, 중복을 보내며 다시 누룽지통닭 생각이 났다. 그래서 며칠 전 혼자 한 마리를 시켜서 완닭을 했고, 그저께는 두 마리를 시켜 다음날 아침까지 먹었다. 그렇게 먹으니 다시 누룽지통닭에 대한 갈망이 사그라들었다. 언젠가 내 글에서 말을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치킨’이란 단어를 상당히 오글거려했다. 지금도 ‘치킨 먹으러 갈래?’보다도 ‘닭 먹으러 갈래?’가 나에겐 더 편한 말이다. 그런 애로사항(?)이 있기에 누룽지통닭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룽지치킨이 아닌 누룽지통닭이니. 근데 사실 ‘통닭’이라는 단어는 너무 촌스럽게 느껴져서 ‘통닭 먹자’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럼 적절히 섞어서 ‘누룽지홀(whole) 닭’ 또는 ‘누룽지통치킨’. 앞서 말씀드렸듯이 더위를 먹고 냉방병에 걸렸다.     


더위 먹고 나불나불 4.

나는 맥주에 약하다. 소주는 그래도 내 나름 ‘곱게’ 벌게 지는데 맥주는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 같다. 기도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손발이 간지럽기도 하고. 그렇지만 못 마실 정도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건 아니어서 더울 땐 맥주가 최고다. 아무튼 나는 회식이 있을 때면 자진하여 '소주파'로 분류가 되는데 그럼 사람들이 "오~"하는 소리를 낸다. 잘 마시지는 않는다. 단지 술에 대한 반응이 소주가 더 깔끔할 뿐이다.

그리고 술은 취하려고 먹는 건데 맥주를 마시면 나는 취하지는 않고 벌게지고 헛소리만 한다. 헛소리를 하는 게 취한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정신은 멀쩡한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다이어트 중이라 영화 볼 때 맥주만 사서 들어갔다. 액첸데 살이 좀 안 찌면 안 될까? 알레르기반응은 견딜 수 있는데 살찌는 건 좀 억울해서 그래.     


더위 먹고 나불나불 5.

지금은 콜드브루라테를 마시고 있다. 나는 just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심장이 빨리 뛰기도 하고 불안감이 들기도 하고. 근데 신기하게 콜드브루를 마시면 그런 증상 없이 커피를 통해 얻고 싶은 효과들만 take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커피를 얻어마실 일이 있었다. 그래서 “콜드브루요”라고 말을 하는데 되게 까다로운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메리카노랑 비슷한 재질인데 조금 더 비싼 커피니까. 꼭 커피를 잘 알고서 젠체하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까탈스럽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달까. 커피를 정말 모르는데 아메리카노를 불편해서 못 마시니 대안으로 콜드브루를 찾은 거니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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