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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침잠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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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Aug 17. 2024

사랑

그것의 색은 사람마다 달랐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색으로 이루어진 것도, 표현할 수 없는 색으로만 이루어진 것도 있었다.


그것은 둥근 모양이다. 내 손에 쥐어져 있지만 언젠가 상대방에게 넘겨주게 될. 넘겨주지 못할 땐 색을 잃다 가시가 돋기도 액체로 변해 흘러내리기도 했다. 비눗방울처럼 쉽게 터질 때도 있었다. 오히려 넘겨주지 않았을 때 더 크고 아름다운 구체로 남을 때도 있다.


그 둥근 구체 속에 무언가가 헤엄을 치고 있다. 그 무언가는 눈은 없지만 꼬리라 부를 만한 것과 손이라 부를 만한 것을 가지고 있다.

손이라 부를 만한 것은 그 무언가가 스스로를 가리고 싶을 때 쓸모가 있었다. 가려지지 않지만 가리려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꼬리라 부를 만한 것은 헤엄과 비슷한 행동을 할 때 쓰였다. 구체 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속을 유영하고 다닌다.


그 구체가 다른 사람에게 넘겨지는 순간 그 무언가는 손으로 부를 만한 것은 일시적으로 사라지고 꼬리라 부를만한 것만 남아 구체 속을 뱅뱅 돌곤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그것을 넘겨줄 땐 영원함을 기대한다. 하지만 영원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그 구체가 모양이 변하지 않았을 때 한 인간의 명이 다하면 영원하다고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넘겨지고 나서 상대방의 어딘가에 정착을 하면 모양이 바뀐다. 그것을 담아두는 곳은 인간마다 달랐다. 담아두는 곳을 인간의 집에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밥을 준비하는 부엌과 같은 곳에 있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수저처럼 어느 한 곳 서랍 속에 담겨있을 수도, 거실에 있는 관상용 어항이 될 수도, 안방에 있는 휴지통이 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그 쓰임새와 배치된 위치는 넘겨준 사람이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단지 느낌에 의존할 뿐이다.


서로 주고받는 구체의 크기는 항상 같을 수 없었다. 같을 수 없기에 흥미롭고 어려웠다. 같을 때 우리는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구체를 잃은 사람은 허전함 또는 견딜 수 없는 상실을 느끼고 되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의 형태는 기다림, 배려 같은 것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단순히 구체에 대한 욕심만을 가진 사람은 구체 자체를 보지 않고 인간을 통째로 뺏으려고도 한다.


사실 그것은 이렇게 간단히 글자로 표현할 수 없다.


이건 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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