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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Sep 02. 2024

1월부터 8월까지

새삼스레

뜬금없지만 2024년 8월까지의 기억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00% P인 나에게 계획 따위 없고, 정리도 잘 못 하지만 일단 시작해 보련다.


상반기•하반기도 아니고 8월을 끊어 쓰는 이유는 가을이 오면서 비염이 오기도 했고 오늘 아침이 좀 춥게도 느껴져서 새로운 기분. 그냥 뭔가 적어보고픈 심경이라 그렇다.


1. 상경

 회사 일로 부산에서만 쭉 살던 내가 수도권으로 왔다. 올라오기 전에는 내가 과연 서울말, 표준어만 들으면서 살 수 있을까가 제일 걱정되었다. 어쩔 수 없는 경상도 토박이라 서울말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서울말은 그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랐을 뿐. 내가 좋아하게 된 사람들은 서울말로 말해도 좋았다.


올라온 김에 내가 있던 세상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 역시나 대단한 사람은 많았고 신기한 사람도 많았다. 생각보다 윗동네 사람들은 깍쟁이가 아니었으며 생각보다 경상도 사람이라고 정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코는 안 베었다.


윗동네에서는 하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쉽게 갈 수 있었다. 전시회라던지, 북토 크라던지 부산보다는 문화적 접근성이 확실히 좋았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닐 때 왕복 3시간은 껌이었는데 경기도에서 인천의 거리는 시간은 비슷한데 생각보다 고되었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뺄 수는 없겠지만.. 거리차이라고 생각할래.


부산이 운전 난이도 극악이라고들 하는데 크게 차이는 못 느꼈다. 내가 부산 운전 난이도를 극악으로 만드는 사람 중에 한 명이라 그런 것도 같다.


2. 더위

진짜 너무 더웠다. 원래 내 체중사이클은 여름이 되면 1~2 킬로그램 줄어드는데 너무 더워서 더 움직이지 않은 탓에 살이 더 쪘다. (어디에나 살찐 이야기가 빠지질 않네.)

인터넷 게시물 중에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글을 볼 때마다 그 게시물 작성자를 폭..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3. 책

오늘 기준(9.03.)으로 202권을 읽었다. 책을 살 때는 돈을 아끼지 말라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했던 말만 믿고 책을 왕창 사서 읽었는데. 책 읽는다고 통장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채워 넣는 행위라고 생각해서 많은 아웃풋을 기대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아웃풋이 나오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무언가에 대한 부족함을 여전히 느끼며 회의감이 들었다.


어쩌다 시작한 북스타그램 팔로워가 3,000명이 되었다. 감사하다.

어릴 때 RPG 게임을 좋아했다. 열심히 내 캐릭터를 키우다 보면 현타가 오곤 했다. 목표했던 레벨을 만들면 ‘난 무엇을 위해 이 캐릭터를 그렇게 키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느낌으로 약간 인스타그램에도 현타가 왔는데 이건 내가 포인트를 잘 못 잡은 탓인 것 같다.

책 읽은 후기를 기록하기 위한 게시물이 팔로워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바뀐, 주객전도가 된 것이다.

다시 초심으로 책을 열심히 읽고 내 온라인 서재를 채워나가야겠다.


책을 좋아한다, 독서가 취미다라고 했을 때 마냥 앉아서 책만 읽는 것이 내 취미를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북토크를 참석하는 것도, 독립서점에서 낯선 작가들의 책을 만나는 것도, 책과 관련된 행사를 찾아다니는 것도 모두 취미활동의 일환이다.


4. 인간관계

진행 중인 사건으로 정신이 팔리다 보니 주변을 잘 챙기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은 내 상황을 이해해 주면서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줬다. 감사하다.

오랜만에 마주치거나 연락이 닿으면 잘 지내냐고 걱정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알아가는 중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에도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다. 바닥으로 떨어져 회복불가하다고 생각했던 인류애가 회복이 되기도 하고.


여전히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마음을 표시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물질만능주의가 된 것 같다.


가족한테 역시 제일 못 한다.

그건 반성.


5. 삶에 대한 생각

책을 장르 불문하고 읽다 보니 내 삶에 대한 생각의 방향이 정리되고 있다.

* 삶을 가볍게 살아야 한다.

애지중지하다간 아무것도 못하고 정신이 나갈 것이다.

* 삶을 단기적(?)으로 살아야 한다.

여태 먼 미래를 보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불확실함이 커져서 불안함만 잔뜩 안고 살아온 것 같다.

* 충분히 잘 살고 있다.

아직 빚쟁이가 나를 쫓아오지도, 경찰서에 피고인으로 불려 간 적이 없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건 느껴진다. 삶의 목적에 대한 심오한 탐구를 하고자 했는데 어쨌든 결론은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일회성이라는 것. 그런 삶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는 말되, 재밌고 열심히 살아보자.


6. 기타

오늘 비염으로 병원을 다녀왔다. 약 봉투에 내 나이가 만 29세라고 찍혀있었다. 그래, 아직 나는 20대라고. 우짤까!!

아 근데 이건 9월 이야기네.

-

한참 싸움이 시작될 때, 내 전투력 충전을 위해 듣던

‘르세라핌-Unforgiven’이 카페에서 지금 흘러나온다.

올해를 회상하기에 아주 좋은 노래다.

전투력이 필요하시다면 저 노래를 추천드려요!


이러나저러나 여태까지 잘 왔고 앞으로도 잘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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