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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Apr 23. 2024

잠시 갔다 올게

머릿속으로라도

고개를 위로 들지 않아도 보이는 새하얀 구름.


파아란 하늘이 가리지 않을 만큼만,

크레파스로 파란 하늘을 색칠하고 구름은 하얀색으로 칠한 것 같은,


딱 초등학생이 그린 것처럼 선명하게 수평선 위로 얹어져 있는 파란 하늘.


그리고 수평선 아래 바다에서는 비리지만은 않은 바닷물 냄새.


햇볕에 바닷물이 증발되면서, 그리고 내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내 코로 들어오는 바다냄새.


햇볕에 울렁이는 바다 그림자.


가끔 빛이 반사돼 부신 눈.


어쩐지 조금 더 파래보이는 바다.


나는 반쯤 누운 듯 앉아있고,


옆에는 시원한 탄산수가 담긴 유리잔이 올라가 있는 작은 테이블.


유리잔 옆에는 가벼운 재즈음악이 나오는 스피커.


그리고 그 아래 쌓여있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


표지만 봐도 예쁜 책들. 마음이 힘들지 않은 책들. 소설들 중간중간 여행에세이.


욕심 없는 사람들, 바쁘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여행 간 작가님이 소소하게 적은 여행에세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우리 집 강아지와 고양이가 나른하게 자고 있는 모습.


고개 돌리는 인기척에 살짝 눈을 떠 내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들었다 내려놓는 꼬리.


그 뒤로는 숲. 무서워 보이는 깊은 숲이 아닌 밝은 숲.


밝은 초록색. 연두색보다는 찐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가지 않은 나뭇잎 색.


바람에 흔들려 나무 아래 그림자는 울렁울렁.


그 사이사이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바다냄새가 나는 바람은 딱 땀이 나지 않을 정도의 따뜻한 둥글둥글한 바람.


둥글둥글한 바람이 만들어낸 둥글둥글 파도소리.


책 페이지가 바람에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세기.


피부의 솜털이 살랑살랑거리게 만드는 바람.


두 발을 모아 비볐을 때, 모래가 살짝 털리면서 모래먼지로 부들부들한 느낌.


등 뒤로 세워진 파라솔은 얼굴만 가려주고 몸은 햇빛 아래 두게 해 주어 햇빛에 닿은 피부가 살짝 익는 기분.  

살아있음이 느껴지는 그 정도의 뜨거움.


가볍게 입은 얇은 하얀 가디건은 추우려고 하면 따뜻하게, 더우려고 하면 시원하게.


아 행복해라고 말하면서 힘껏 뻗는 두 팔.


기지개를 쭉 켜고 하품도 해주고.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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