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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Apr 22. 2024

약을 깜빡했을 때

저 약을 저대로 다 먹는게 아니에요!!

깜빡하고 약을 안 먹을 때가 있다.


그럼 신기하게 머릿속, 마음속 숨겨져 있던 감정들이 쨘하고 튀어나와 나를 괴롭힌다.


뭐 약이라고 해봤자 요즘 직장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먹는다는 신경안정제라고나 할까.


약 타이밍을 놓치면 어떤 기분이냐면,


갑자기 뭔가가 불안해진다. 처음에는 이유 없이 불안하다가 작은 거리라도 찾아내 그 불안을 구체화시킨다.


그럼 정말 나에게 뭔가 일이 난 것만 같다.


그럼 해결해야 하는데 해결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 절연한 친구와의 관계..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나의 미래 결혼… 이미 먹은 서른 살이라는 나이..


기분이 정말 안 좋아지기도 한다.

삶의 이유라는 안전띠가 벗겨진 기분?


삶의 이유를 놓쳐버려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도 있다.


왜 사는 거지? 이유가 있나? 이런 의문이 계속 든다.


다행히 그런 여러 어두운 감정들이 스쳐갈 때면


‘아! 나 약 먹어야 하는데!‘라는 자동반사적인 생각이 든다.


약을 먹으면 정말 신기하게도 감정이 쏴아아 씻겨나간다.


진흙이 묻은 차에 수압이 센 물로 흙을 흘려보내는 기분이랄까.


한때는 이렇게 약에 의존하는 내 상태가 끔찍하고 두려웠다.


약을 먹게 만든 그 스토킹이라는 사건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약하고 잘 지내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이더라.


그리고 이 자체도 내가 잘 살아보려고 애쓰는 모습이고 강하다는 증거로 보인다.


잘하고 있어!!


조금 아쉬운 건 감정의 폭 자체가 줄어들어 눈물이 잘 안 난다는 것.


그래도 다행히 원래 흥이 많았던 탓(?)에 신나 하는 건 잘한다.

다행히 행복도 잘 느낀다!


오늘만 해도 밥 먹으러 가는 길 가로수가 너무 예뻐 행복했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피부에 닿아 행복했다.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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