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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Apr 20. 2024

애써 낯섦, 미시감



가끔 나는 매일 보던 것들에게서 애써 낯섦을 느끼려고 한다.


매일 아침 출근길이나 매일 8시간씩 앉아있는 내 사무실 책상 위를 낯설게 보려고 한다.


그리고 가끔은 우리 강아지가 객관적으로 귀여운 지 알아보고 싶어서 낯설게 보려고 한다.


나만의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는 방법’은 ‘매직아이’ 그림을 보는 것처럼 쳐다보는 것이다.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가방을 ‘매직아이’ 그림을 보듯이 보려고 하면 초점이 이상해진다.

어디선가 퍼옴

눈이 모이는 듯 아닌 듯.


이렇게 하다 보면 내 앞에 놓여있는 가방이 낯설게 보이는 느낌이 든다.


의도한 미시감이라고나 할까.

(실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행동이겠지만 나만의 의식이다.)


위에서 살짝 말했지만 ‘객관적’으로 익숙한 것을 보고 싶을 때 의도한 미시감을 느끼려고 한다.


너무 오래 봐와서 객관적으로 판단이 어려운 친구들, 안락하게 느껴지는 더러운 내 책상.


가끔은 물건이 찾아지지 않을 때 방을 낯설게 보려고도 한다.


익숙함은 무언가를 쉽게 숨기도록 만드는 것 같다.


행복도 마찬가진 것 같다.


매일 같이 출근하던 길을 낯설게 보려고 하면 안 보이던 나무가 보이고 꽃이 보인다.


그럼 기분이 좋다. 행복하다.


한 번은 내가 광안리에 살 때, 광안리가 너무 익숙해져 더 이상 기쁨과 바다에 대한 벅찬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적이 있다.


그때 모래사장 위에 앉아 애써 미시감을 느끼려고 했었다.


낯설게 보자, 낯선 광안리.


다시 찾은 나의 소중한 바닷가.


철썩이는 파도소리, 고운 모래, 그리고 바다냄새.


익숙함에 묻혔던 그것들을 찾아내었고 전율을 느꼈다.


애써 낯설어보며 잊었던 감정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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