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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Apr 28. 2024

잘 때 꾸는 꿈

사진은 그냥 너무 곤히 자고 있는 제가 맘에 들어서요,

나는 꿈을 적당히 종종 꾸는 편이다.


깊이 잘 때도 많은데 요 근래는 한동안 현실과 구분이

안 되는 꿈들을 꾸곤 했다.


그래서 일어나서 어떤 게 현실인지 확인하는 작업들이 필요했는데 그 꿈이라는 게 너무 소소해서 확인하는 것조차 민망한 것들이 있었다.


가령, 직장상사와 안부전화를 했다던가, 회사에서 별로 안 친한 직장동료와 친해졌다던가.. 미뤄왔던 카톡 답장을 했다던가 그런 것들이다.


적다 보니 현실에서 하고 싶지 않은 미뤄둔 일들을 꿈에서 해놓고 그걸 ‘했다!!’라고 하고 싶은 듯하다.


아무튼 이런 것 말고도 꿈 중 대부분은 기분만 남고 내용은 기억이 안 날 때가 많은데 기억에 남는 몇 가지 꿈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내 일생에서 가장 처음 기억에 남는 꿈은 사진 같은 장면이다.


어린 나에게 한동안 공포로 남았던 꿈.


시간대는 새벽이고 내가 살던 아파트 상가 1층에 슈퍼마켓이 있었는데(슈퍼마켓 앞에는 쪼그만 오락기가 있고.. 2000년대 초반에 흔하던 동네 슈퍼마켓) 그 슈퍼마켓 앞에 마트 카트가 놓여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포대기에 감싸진 아기가 있는데 그 아기가 정말 시끄럽게 울고 있다.


그런데 그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그걸 바라보는 내 모습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다다.


이 꿈을 7~8살 때 꿨었고, 뭐 서른이 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으니 꽤나 선명한 꿈이었다.


음.. 알고 보면 꿈이 아니고 우리 엄마가 영도 다리 아래가 아닌 슈퍼 앞 마트카트에서 주워 온 걸까?


갑자기 유전자 검사라고 해봐야 하나 싶다.


그리고 그다음은..


고등학교 다닐 땐데 분홍색 껌딱지가 180cm의 키를 가지고 나를 안아줬다. 180cm의 껌딱지는 딱지란 말을 붙이기 좀 그런데 암튼 분홍색의 껌 덩어리가 나를 ‘공주안기’를 해주고 거울 앞에서 같이 셀카도 찍고 했었다.


연인 사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 나는 남자친구가 너무 사귀고 싶어서 ‘연애타로’를 종종 보러 다녔는데 아무래도 그 마음이 작용하면서 마땅한 대상이 없어 껌덩어리가 나를 설레게 해 준 것 같다.


꿈에서 깨고 나서도 그 두근거림이 잊히지가 않아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말해주곤 했는데


역시 반응은 ‘뭔 되지도 않는 재미없는 소리’였다.


여고생들에게 ‘연애’라는 주제는 인기가 많아도 ‘꿈속에서 껌과 연애’하는 건 인기가 없는 듯하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으로 넘어오는데..


기억나는 꿈이 많을 줄 알았는데 머쓱하다.


회사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고 자칭 ‘아빠’라는 부장님이 꿈에 나와서 그의 까끌까끌한 맨다리가 내 살에 닿았던.. 으!!!


꿈을 깨고도 그 촉감이 남아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출근하고 그 부장님을 뵙는데 괜한 죄스러움과 역겨움으로 한동안 피해 다녔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아침부터 적게 된 꿈.


으으.


또 회사사람들이 나왔는데..


아 끔찍하다. 적기가 좀 그렇다.


이건 비밀!


가끔 글을 적는 사람도 독자를 궁금하게 만들어보고 싶은 심정이지 않을까?


내가 해봐야겠다.


아, 꿈이라 안 궁금하시겠구나..


그거 다들 공감하시죠? 주변에 친구들이 꿈이야기를 막 신나서 이야기하면 처음에 들어주다가 ‘꿈인데 어쩌라는 거야..’하는 그런 이야기들..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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