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뉴욕, 여행 아닌 귀향의 길

September 2025

by Clifton Parker

(커버 이미지 : 짐을 싸고 있는 나의 방. 목요일 아침에 뉴욕 떠나기 전 마지막 주말이다. 3주간 있을 예정이라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과거로 가는 글 여행을 잠시 멈추고, 이번 주 목요일부터 3주간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에 살고 있으면서 ‘돌아간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제게는 그곳이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여행이라기보다 Homecoming이라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Homecoming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3주 내내 정해진 일정도 없고 그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려 합니다.

오늘은 떠나기 전에 짐을 미리 챙겨 두었습니다. 만나야 할 사람들에게도 이메일을 미리 보내두었습니다. 준비가 다 된 것 같아서 설레네요.


원래는 계획한 글쓰기를 모두 마친 뒤 완성된 결과물을 손에 들고서 당당히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였으나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도 가정에도 굴곡이 있었고 2년간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글로 남기는 일도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았습니다. 글은 ‘시간×글자 수’로 쓸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글쓰기는 당초 계획보다 진도가 크게 늦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제 인생 가장 큰 도전이 된 이 글쓰기를 끝까지 완주할 생각입니다. 다만, 그 사이 세월은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는 미국의 이웃 중 많은 사람들은 제 부모님 세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입니다. 그들은 내가 그곳에 있을 때 나를 아들처럼 아껴주었고 나 역시 그들을 부모님처럼, 학교 선생님처럼 따르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늘 마음 한편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스치곤 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약해지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줄어드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갈 시간을 더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좋은 일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애초 목표에는 못 미치더라도, 글쓰기를 다 끝내지 못했더라도, 다시 그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습니다. 늦기 전에, 더 미루지 않기 위해서.


사실 이 ‘귀향’은 1년 전부터 준비된 것이었습니다. 항공편과 렌터카를 예약하면서, 글을 끝내겠다는 의욕은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습니다.

결심이 섰을 때 나는 'My US Daddy, Owen'에게 제일 먼저 연락했습니다. 서울과는 낮과 밤이 바뀐 뉴욕이지만 답장은 곧바로 왔습니다.

"딴 데 가서 운전 오래 할 생각하지 말고 바로 뉴욕으로 와. 3주는 길에서 보내기엔 생각보다 짧아. 호텔도 예약하지 말고 우리 집으로 와. 여기서 있고 싶은 만큼 있으렴."

아무리 생각해도 남의 집에서 3주나 공짜 손님으로 지내는 것은 참으로 민폐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호의를 거절하기엔 나 역시 Owen & Jean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큽니다.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결국 나는 그의 부탁대로 3주 내내 그의 집에 머물기로 약속했습니다. 신세를 지게 되어 미안하니 머무는 내내 숙박비로, 미국 마트 재료로 해 먹는 한국 음식을 그들에게 맛 보여줄 생각입니다.

Owen과 Jean은 영어 못하는 외국인을, 그것도 무려 3주간이나 자기 집 손님으로 맞이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내가 그들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우리의 3주는 서로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서울에서 뉴욕으로 가려면 비행기를 14시간 타고 NYC부터 가야 합니다. 나는 여행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NYC 관광은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Owen & Jean과 함께 도서관에 나가고, Shen. 고등학교에서 풋볼 경기를 보고, 저녁엔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러 가는 것입니다.

Mark와 Sarah의 뒷마당에서, 이제는 초등학생이 된 Gavin은 예전처럼 나랑 캐치볼을 하고 싶어 할까? Judy와 Alison, 그리고 다른 도서관 친구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을지도 너무 궁금합니다.

함께 일했던 파트너 회사 친구들도 만나 근황을 주고받으려면 3주라는 시간이 모자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돌아간다는 소식에, 이메일을 보내서 일정을 잡아주고, '무엇이 하고 싶니?, 어디를 가고 싶니?' 묻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됩니다. 여전히 나를 기억해 주고 반겨주는 마음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떠올리는 얼굴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골랐던 선물을 캐리어에 담다 보면, 저도 모르게 행복했던 2년 전의 제 모습으로 돌아간 듯합니다.

앞으로의 3주간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지금 이야기를 가볍게 적어 보려 합니다.

(사진) 다시 돌아가고 싶은 2023년 그때의 우리 집.


Fondly,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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