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필가루를 어떻게 처리할까.
친정집에 갔다가 벽에 걸려있던 분필칠판이 있길래 집으로 가져왔다. 어릴 적에 수업보다 선생님이 쓰시는 분필에 시선이 더욱 갔다. 남들이 보면 수업에 집중하고 있구나 싶겠지만 수업 내용은 한쪽 귀로 흘러 내 시선은 청색의 도화지에 채워지는 하얀 글씨였다.
지금 생각하니 유별나네
선생님들마다 분필을 쓰는 스타일도 달랐다. 분필을 드는 경우가 없거나 한 번쯤 손에 가루가 묻는 분필을 엄지와 검지에 쥐고서 몇 글자 끄적이곤 이마저도 싫어서 휴지에 닦던 선생님 한 분, 수업 시작과 동시에 맨 끝에서부터 받아 적으라며 굉장한 필기체로 칠판 가득 적으셨던 분, 부드럽게 써지는 좋은 분필이 담긴 분필통을 따로 들고 오셨던 분( 내심 갖고 싶었다.), 색깔 분필을 들고 와선 이리저리 손가락 사이에 껴서 바꿔가며 쓰셨던 분.
종이 울리면 괜히 칠판 근처에서 놀다가 분필 놀이를 하곤 했다. 그것마저도 부족했는지 집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분필놀이를 이어갔다. 옛날 책상은 책을 꽂을 수 있는 선반이 달려 있어 그 안에 움푹 페어 들어간 부분이 있었는데 부러진 분필이 있으면 챙겨 와선 벽면 가득 선생님 놀이하며 칠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 나무 질감이 뿌옇게 변질되어 갔다. 그때 동생이랑 같은 방을 썼는데 그 책상을 그대로 물려받은 동생이 투덜거렸다.
언니가 하도 분필 갖고 노니까 여기 더러운 것 좀 봐.
한때 분필을 지우는 당번이 있어서 창문 열고 분필 털거나, 칠판 아래 분필지우개를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덜덜 거리는 소리와 함께 깔끔하게 털렸다.
그것도 잠시였다. 거대한 물칠판인지 뭔지 그게 생기더니 차차 건강상 문제인 건지 물로 담긴 액상형 펜으로 수업했는데 선생님들마다 그걸 따로 들고 다녀서 쉬는 시간의 분필 놀이는 사라졌다.
차 트렁크에 칠판을 넣고 주차장에 들고 오는데 동생이 당근으로 받은 손에 묻지 않은 분필을 얼른 써보고 싶어 콧노래마저 나왔다. 생각보다 묵직한 무게였지만, 간만의 분필 놀이라니!
마땅히 걸어두기도 그렇고 내 집도 아니다 보니, 오빠의 건담박스를 차곡차곡 쌓아 방 벽면에 비스듬히 세워놓았다.
근데 좋긴 하다만.. 분필 가루 이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나 걱정이다.
어디다 털어도 이 민폐인 분필가루가 내심 걸렸고
재당근을 해야 할지 심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