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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Feb 01. 2024

일상의 정리정돈

짧은 글도 멋들어지게 써봤으면


생각은 그냥은 정리되지 않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하나둘씩 불어난 잡념들이 머릿속에 이렇게 저렇게 서로 엉키고 유착되기 시작했고, 정작 정말로 꺼내써야할 것들을 가려버리고 불러오기 힘들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좋지 않을 때에는 청소가 좋다는데. 그 말만 믿고 꾸준히 집안 청소를 한다고 해보고 나서서 설거지도 해봤지만 내 삶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며 책상 앞에 앉았다. (언제나 이런 식으로 곧잘 방구석 철학자가 되곤 한다. 그러나 늘상 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주린 배만 문지르며 먹을 것을 찾기에 이르고 만다는 슬픈 결말.)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컴퓨터 창을 이것저것 산만하게 열어둔 만큼이나 물건들이 두서없이 늘어져있는 거다. 거실에 있어야할 물건이 서재에 있고, 방에 두어야할 소품들이 거실에 나와있고, 서재에 두어야할 책들이 거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려있었다. 세상에. 나는 쓸만한 물건이 가득한 쓰레기장 혹은 창고에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토록 정리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니.. 삶이 엉망진창 망가진 것도 당연했다.


며칠 전 일상을 새롭게 알차게 바꿔보고 싶다는 굳은(?) 결심으로 구매한 다이어리를 펼쳤다. 글쟁이 본능은 어쩔 도리가 없는지 짤막한 메모로 시작한다는 게 나도 모르게 줄줄이 길어졌다. 그 과정에서 내가 맞닥뜨린 문제와 그로 인 회의감, 모멸감, 수치심, 열등감, 분노 따위가 둥둥 떠올랐다. 볼펜을 쥐고 하나씩 내려놓고 차근차근 돌아보고 성찰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꽤 많은 잘못을 하고 있었고, 그것을 알면서도 지레 외면하며 미루고, 남과 환경과 상황을 탓하고, 어느 때에는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스스로 속이고 속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 나임에도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의식 늘 답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나를 죽이고 싶은 욕망 시달리고, 자기혐오가 재생산되고, 내가 만든 마음의 덫이 끝내 모든 발걸음과 도전을 막아서는 부정적 연쇄가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에 대해 스스로 내놓은 대책은 늘 형편없었다. 싸구려 소설만도 못한 감정의 배설이나 다름없는 줄글로 일기장을 가득 메우거나 엄마에게 투정과 짜증을 내는 게 전부였으니. 아, 나는 언제쯤 이런 철없는 일상도 성숙한 글로 제련할 수 있을까? 이제는 스스로에 대한 항변도 그럴듯하게 다듬어 팔리는 글(!)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야망을 한번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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