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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Jul 09. 2024

완벽한 결혼생활

첫 번째 기회

완벽하다 : 결함 없이 완전하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현관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가방을 던지고 다시 어디론가 달려간 아들을 보고 있는데 하이클래스에 올라온 알림장이 휴대폰에 떴다.


'단원평가 부모님께 확인받아오기'


아들은 학교에서 본 단원평가지를 가끔 가져온다. 그런데 초등이라도 단원평가 100점이 쉽지 않다.

어떤 문제는 실수로, 어떤 문제는 문제를 잘 못 읽어서 100점을 놓치는 아이를 보면, 완벽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느낀다. 심지어 100점을 맞는다고 그 단원을 완벽하게 아는 게 아닐지도 모르는데!


아이의 단원평가지를 들고 나는 우리의 결혼생활에 대해 생각한다.

결혼에 단원평가가 있다면 우리는 몇 점일까?



나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이 결혼생활은 나에게 결함이며 후회이다.


내가 결혼을 후회한다는 것은 완벽주의자인 나에게는 인정하기 힘든 사실이었다.

이 결혼생활이 조금씩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의심이 생길 때마다 나는 그것을 모른 척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결정한 자신을 탓하고 싶지 않았다. 완벽주의라는 단어포장했지만, 실패가 두려운 자기 합리화였다.


아마 남편도 나처럼 결혼생활을 합리화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에게 결혼에 대한 후회는 사랑하는 내 아이에 대한 부정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실제로 우리는 가끔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주제로 대화할 때, 그럼 우리 아들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 흘렸다. 부모의 감수성이란!




완벽한 결혼 같은 건 없다.


초등학교 단원평가에서 조차 100점을 맞는다는 게 당연하지 않음을 학부모가 되어 알게 된다. 심지어 오만가지 결정사항을 함께 해내며 살아야 하는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완벽함을 논한다는 건 불가능이라는 걸 느낀다.

나는 이전에 남편이 저지른 '외도'라는 죄를 언제나 그를 탓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내내 그 사람을 원망했고, 잊을만하면 곱씹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내 인생은 시궁창 그대로인 걸 인정한다.


귀책이 배우자에게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탓하기만 하는 건, 당장 내 기분조차 해소되지 않음을 나는 경험했다. 배우자를 미워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헤어지지 않을 거라면 그냥 내 발등의 같은 자리만 계속해서 찍을 뿐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결혼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대화로, 시간으로 또 믿음-지금의 내게는 어려운 정신적인 의지-로 해결하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상처를 무시하려 그때마다 과거의 잘못을 무기로 상대방을 힐난했다. 그도 처음에는 죄인이었겠지만 나의 계속되는 질책으로 나를 피해 다른 안식을 찾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 처음 그가 외도했을 때 이혼했어야 할까?


우리가 선택한 건 그때도 지금도 이혼이 아닌 함께 살기.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해야 함이 먼저임을 느낀다. 내 감정을 무시한 대가는 나의 남편과 아이를 감정적으로만 대하게 된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감정에 빠지지 않고 내 감정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해야 할 노력들을 고민하고 있다. 정말 살아내고 싶어졌다.

 

우리는 부부상담을 받기로 했다.

이제 우리가 놓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안다.

나와 남편이 다시 '우리'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



내일 나에게 갑자기 봄이 찾아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봄을 위한 씨앗을 뿌려보자.

더 이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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