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웹소설 소재 모음집'이라는 제목 하에 SF나 판타지 중심 소재를 올리고 있고 가끔 시나리오 초안도 올리긴 합니다만, 가끔은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고 싶긴 합니다. 웹소설도 소설이고, 결국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니까요.
오늘은 좀 현실적인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솔선수범의 설득력'이라는 주제를 선별했네요. 현실물뿐만 아니라 판타지 소설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만한 주제이긴 하네요.
일단 목차부터 정리하고 바로 본론 들어가겠습니다.
(1) '설득'의 방식 : 논리는 보조수단일 뿐. 감성으로 설득한다
(2) 가장 강력한 감성은 '모범이 되는 것'
(3) 조직은 그 리더를 닮아 간다
3-1) 망가진 사례
3-2) 잘 된 사례
(4) 소설도 현실을 닮아 간다 : 소설에서라도 솔선수범 합시다
순서로 썰 풀어 보겠습니다.
2. 본론
(1) '설득'의 방식 : 논리는 보조수단일 뿐. 감성으로 설득한다
가끔 TV나 인터넷 기사에서 소위 '논객'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논리적 주장에 직접 반박을 하지 않고 메신저만 공격하고 있다.]는 말.
뭐, 메신저만 공격하는 게 논리적 오류인 건 맞습니다. 과거에 불륜 저지르고 사기치고 고위공무원 사칭하고 논문표절하고 의미없는 권위를 Yuji하고 기타등등 발언하는 메신저 당사자에게 많은 문제가 있다 해도, 그 문제 많은 당사자가 하는 말이 모두 다 틀린 건 아니죠. 평소에 문제덩어리였던 사람도 가끔은 옳은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논리적 주장을 펴고 또 그에 반박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학 1학년 때 교양수업으로 배운 논리학개론의 잡지식을 뽐내려는 것일까요? 얼치기 논객들이 얼치기 논리학 지식을 자랑하면서 방송출연료 땡겨먹으려고 쇼 하는 걸 보고 대리만족이라도 느끼려는 것일까요?
뭐 가끔 그런 사람도 있겠죠. 인생 살면서 억눌린 게 많고 욕구불만에 시달리며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얼치기 지식인들이 오로지 그 알량한 자존심만 내세우면서 '메신저 공격은 논리적 오류라구욧 빼애애액!'을 내세우는 것 자체에 만족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논리적 주장과 반박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습니다. 주장과 반박은 [누군가를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든다]는 걸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게 정상입니다. 논리학 이론만 따지는 건 '설득'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무시한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병림픽일 뿐입니다.
말을 좀 돌렸는데, 좀 더 직설적으로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이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열받게 하는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이 흉물이 어느날 갑자기 기어나와 "우리 모두 어린이를 보호하고 꽃처럼 소중히 아껴 줍시다!'라고 주장한다고 해 봅시다.
조두순의 주장은 일종의 가치판단으로, 그 주장 자체의 참/거짓을 따질 수는 없고 그저 주장이 보편타당한 상식에 부합하는가 여부만 판단하면 됩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저 '어린이 보호 주장'이 틀렸다고 할 정상인은 아무도 없겠죠. 즉, 저 주장 자체는 충분히 타당합니다.
그런데 저 말을 조두순이 했다면? 국민감정상으로는 당장 사형시켜야 할 짐승 쓰레기가 저렇게 떠들었다면?
사람들이 '그래 조두순 말은 맞네. 메신저를 공격해서는 안 돼. 그건 논리적 오류야. 조두순이라는 짐승 쓰레기는 미워해도 조두순이 옳은 말 했다는 건 인정해야 돼.'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그럴 리 없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육두문자 쏟아낼 겁니다. '어디 씨XX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확 사적제재 해버릴까보다!'라는 반응을 보이겠죠.
조두순은 좀 심하니 한 단계 낮춰 보겠습니다. 이제 영원히 미국인이 된 '스티브 유'로 낮춰서 가 보죠.
스티브는 한때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컨셉으로 한참 착한 척 했습니다. [학생 여러분 담배 피우지 말고 술 마시지 말고 깨끗하게맑게자신있게 살아요.] 라고 떠들면서 공익광고도 찍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빤쓰런. 해병대 지원하겠다고 스포츠신문 1면 기사에 났다가 어느순간 허리가 아파서 공익 가야 한다고 하다가 군입대 직전에 미국 다녀오겠다고 출국한 뒤 그대로 한국국적 포기. 배신크리 작렬.
30여 년 전 스티브 유의 아름다운 청년 공익광고를 다시 틀어 주면 어떨까요? 그걸 보는 4050 아재들이 '아 말은 맞네. 논리적으로 참 타당하고 좋은 말이야. 메신저를 공격하는 건 논리적 오류라고 하니 스티브 배신크리는 잊어버리고 맞는 말만 듣자. 박수 짝짝짝!' 이라고 할 것 같나요?
천만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스티브가 미국으로 빤쓰런 하던 바로 그 달에 입대했습니다. 그가 미국에서 아메리카노 처묵처묵 하고 '한국 그까이거 안가면 그만이야.'를 시전할 때 논산의 흙먼지를 들이마시고서 피가래 토하고 있었죠. 결국 저는 스티브가 무슨 헛소리를 하든 귓등으로도 안 듣습니다.
설득은 논리적 정합성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말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이끌어 오는 것을 '설득'이라 한다면, 이 설득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논리적 정합성은 필요조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논리적 오류가 있는 선동 발언이 더 설득력을 발휘할 때가 많죠.
뭐, 오늘의 주제는 '선동을 잘하자!'가 아닙니다. 근거 없는 발언으로 사람을 낚아올리는 (낚시 중에 제일은 사람낚시) 선동 말고 [진짜 설득]을 잘 해야 합니다. 그게 훨씬 더 오래 가죠.
진짜 설득. 사람의 감성을 뒤흔들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따르게 만드는 진또배기 설득.
그 진짜 설득의 필요조건이 바로 모범이 되는 것, 즉 '솔선수범'이겠죠.
(2) 가장 강력한 감성은 '모범이 되는 것'
징집군인으로 훈련받아 보신 분들은 대부분 다 들어 보셨을 만한 얘기가 있습니다. ["진격 앞으로!" 라고 외치는 장교는 패배하고,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장교는 승리한다.] 는 얘기입니다.
'진격 앞으로!'는 개념적으로 장교는 뒤에 있고 병사들이 먼저 나가도록 몰아세운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반대로 '나를 따르라!'는 장교 본인이 최선두에 서서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 한가운데를 뚫고 달려나간다는 느낌이 팍 오죠.
1~2초 만에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전쟁터에서, 계급 높은 장교가 선두에 서느냐 / 후미에 물러나 있느냐 하는 차이는 매우 큽니다. 멀리서 총알빵으로 적을 죽일 수 있는 현대전쟁에서도 그 차이가 드러나고, 직접 적과 창칼을 맞부딪혀야 하는 고대 냉병기 전쟁에서는 이 차이만으로도 승부가 뒤집힐 수 있습니다.
위관급 장교가 소대 급 전투를 이끌 때에도 '모범을 보인다'는 게 큰 차이를 만드는데, 이 모범을 보이는 지휘관의 급이 높아진다면? 아주 끝을 모르고 높아져서 왕(王)의 수준까지 간다면?
이렇게 '선봉에 서서 모범을 보이는 왕'의 대표주자가 알렉산더(알렉산드로스) 대왕입니다. 마케도니아의 왕으로 시작해 인도까지 가 버렸었죠. 병사들이 고향을 그리워해서 파업하지 않았다면 아주 그냥 베트남까지 갔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 전략병기의 상징인 '사자심왕 리처드'나 동아시아 최흉 병기 '항우'도 선봉에 선 왕으로 인정할 만 합니다. 왕 본인이 전략병기인데 지존(至尊)의 자격으로 선봉에 서면 그 파급력은 어마무시하겠죠.
다만, 이렇게 전략병기 국왕-총사령관이 등장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전에 글 썼듯이) 적 대오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만부부당 급 용사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지만, 그 용사가 꼭 국왕-총사령관 급으로 올라서는 건 아니겠죠. 대부분의 국왕-총사령관은 나이도 많구요.
총사령관 이상의 상급 지휘관이 꼭 선봉에 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지휘관의 격(格)에 맞게 나름의 모범을 보이면 됩니다. 가끔 선봉장으로 나선다 하더라도 만부부당 급으로 몇십명씩 썰어버릴 필요는 없고 그저 '내가 최전선에 선다! 나보다 계급 낮고 짬밥 적게 먹었으면 다 같이 돌격해!' 정도만 보여 줘도 충분합니다.
플루타크 영웅전을 보면, 알렉산더 대왕이 늘 기병대의 선봉에 섰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카이사르(시저)가 휘하 부대를 지휘할 때 모습도 나옵니다.
카이사르는 알렉산더 급으로 싸움을 잘 하지도 않았고 간질병(뇌전증)도 앓았으며 비쩍 말라서 병사 한 명 수준의 전투능력밖에 없었지만, 늘 병사들과 함께 최전선에 있었고 중요 전투 전에는 백인대장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격려했다고 합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로한 기마대'를 이끄는 국왕과 비슷한 존재였을 겁니다.
이렇게 평소에 병사들의 신망을 얻었던 카이사르는 이집트 원정 때 휘하 병사들이 적병의 1/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혼자 적진으로 돌격하는 만용(!)을 보여 줍니다. 적의 숫자에 눌려 후퇴하던 로마병사들은 카이사르를 지키기 위해 함께 돌격했고, 그 결과 10배 넘는 적을 흩어 버리고 승리합니다.
동아시아로 눈을 돌려 보면 '제갈량' 같은 책사형 지휘관도 결국 솔선수범으로 부대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겠죠. 제갈량 본인이 창칼을 들고 최전선에 나서진 않지만, 장수들을 잘 격려하고 적재적소에 궁병과 기병을 배치하며 항상 군율을 엄격히 유지하는 것으로 모범을 보입니다. 제갈량 본인이 청렴결백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구요.
역사적 사례를 들다가 말이 좀 길어졌는데, 저희 같은 현대인+일반인들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리더쉽이 바로 솔선수범입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 팀장 이상이 자리를 맡았을 때 무난하게 조직을 이끌어 가려면 일단 리더 본인이 모범을 보여야죠.
물론 모범을 보인다고 다 설득이 되는 건 아닙니다. 팀장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도 삐딱선 타는 팀원이 있기 마련이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이들을 과감하게 내쳐야 합니다. 읍참마속 이야기는 현대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몇 년 동안 모범을 보이고 또 도저히 안 되는 사람들을 쳐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조직이 솔선수범하는 리더를 따라오게 됩니다. 조직이 그 리더를 닮는 거죠.
(여기서도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좋은 쪽으로 솔선수범 하는 게 아니라 반대방향으로 '타락의 모범사례'가 나올 때도 있겠죠. 역사적으로도, 현 시대에서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이 리더를 닮아 가는 사례. 이번에는 역순으로 잘못된 사례부터 언급하고 잘 된 사례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3) 조직은 그 리더를 닮아 간다
3-1) 망가진 사례
다른 글에서 잠시 언급했었는데, 대략 19년 전에 저는 D그룹 공채로 해당 그룹 건설사에 입사했었습니다. 2년을 못 채운 상태로 퇴사했고 그 뒤로 3년 간 경력 공백이 생기면서 크게 고생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첫 직장은 나름 재계 20위 안에 드는 기업집단 공채 출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분위기가 쪼큼 거시기 하더군요. 직장내괴롭힘이나 성희롱 관련 규정이 지금만큼 엄격하진 않았지만 나름 21세기 초반으로 인권의식이 매우 높던 때였는데, 그런 건 싹 다 무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노골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제 첫 직장은 성희롱이 만연한 회사였습니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심한 사례를 들면... 업무시간에 회사 여직원에게 회사 전화로 (성희롱 가해자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노골적인 성적 발언을 한 과장 급 남직원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10분 가량 지속적으로.
여기서 더 한심한 건, 해당 여직원이 당시 주임 급 남직원과 사내커플이었고 결혼식 날짜까지 발표한 상태였다는 겁니다. 즉, 회사 내에 확정적으로 남편이 될 사람이 있는데 이 헛짓거리를 한 겁니다.
솔직히 저 결혼예정자인 남직원이 회사 뒤로 불러내서 이빨 다 내려앉을 때까지 두들겨 패도 할 말 없습니다. 정당방위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정상참작은 해 줬을 거예요. 자기 아내 될 사람이 벌건 대낮에 성희롱을 당하는데 그걸 그냥 넘기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해당 남직원이 가해자 과장을 불러내서 '과장님 큰 실수 하셨습니다.' 정도로만 끝내고 따로 공론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인사팀이나 감사팀이 몰랐을까요? 아니면 알았는데 그냥 넘어갔을까요?
거기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는 2년을 못 채우고 퇴사했으니까요. 나중에 D그룹 회장님 관련 언론 기사를 봤을 뿐.
D그룹 회장님 관련 보도. 뭐 기사 찾아보면 금방 나옵니다. '여비서 성추행' 및 '자택 가정부 강간'. 화려(?)한 전적이죠.
(자세한 내용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솔선수범의 가치를 압축한 말인 것 같네요. 나이가 들수록 저 말이 상당한 경험을 반영한 귀납적 진실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회장이 솔선수범(?)하여 여비서를 성추행하는 회사라면 아랫물이 맑을 수가 없습니다. IMF~금융위기 기간 동안 대한민국 밤문화를 주도했던 '북창동 시스템'(이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과 결합하면 그 회사 전체의 분위기가 나락으로 떨어지겠죠.
얼추 비슷한 시기에 '포스코 라면상무' 건이 터졌었습니다. 포스코 본체는 아니고 아마 그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정도에서 상무 단 사람인 것 같은데, 비행기에서 비즈니스석 탔답시고 라면을 다시 끓여 오라는 등 갑질하다가 언론에 크게 났었죠. 해당 회사에서 바로 해임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3년의 공백을 접고 (연봉을 대폭 낮춰) 재취업을 했을 때, 해당 기업에는 포스코 출신 임원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그 때 느낀 건... '포스코 기업문화도 헬오브지옥이겠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리더(Leader)가 아닌 보스(Boss). 이끄는 자가 아닌 군림하는 자. 팀원들의 사생활 따윈 없고 보스가 모든 것을 총괄하되 '가족같은 분위기'로 끌고 가겠다는 마인드.
뭐, 2020년대에는 가족같은 분위기 운운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입니다. [가---족같은 분위기] 라는 걸 다들 알고 있죠. 아주 그냥 족같습니다. 보스놀이 하는 인간은 즐거울지 몰라도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족같습니다. 족 까고 싶어져요.
윗물이 맑지 않은 사례는 이것 말고도 다양할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글 10편은 쓰겠지만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3-2) 잘 된 사례
잘 된 사례에서는, 우선 제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 다큐멘터리로 본 해외 사례를 언급할까 합니다. 미국을 건립한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의 일화입니다.
조지 워싱턴은 미국 독립전쟁을 이끈 장군이었고,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용맹을 발휘해 직접 선봉에 섰으며 또 때로는 매우 합리적인 판단으로 후퇴하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패배도 많았고 보급이 끊긴 채 6개월 가량 고립되면서 굶어 죽을 뻔 한 위기도 겪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미합중국 독립군을 이끌면서 워싱턴 본인이 꽤 늙어 버립니다. 휘하 장교들은 백전노장이 되는 동시에 중~장년으로 올라섰고, 새파란 신병들은 베테랑이 되어 중간지휘관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부적으로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신생 미합중국 정부가 너무 가난해서 군인들의 월급을 못 주게 된 것입니다.
지금의 미국은 '천조국'이라 불리며 국방예산으로 1000조 정도는 가뿐하게 뿌려 주는데, 독립 직전의 미국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 영국 입장에서 보면 어디 아프리카 식민지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을 거예요. 그런 가난한 촌동네가 지구깡패 영국과 몇 년 동안 맞짱떴으니 자금이 바닥날 수 밖에 없었겠죠.
미국 독립군은 기본적으로 각 지역 주민들이고, 월급을 못 받으면 전쟁 후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월급이 끊기자 결국 독립군이 파업을 하게 됩니다.
미국 국회에서는 독립군을 설득하기 위해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돈 못 받아서 열받은 군인들에게 편지를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고 합니다.
워싱턴은 영관급 장교를 불러 놓고 그 편지의 요지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백전노장인 장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죠. Show me the money를 외칠 뿐입니다.
그런데 그 때. 워싱턴이 편지 원문을 펼쳐 읽으려다 안경을 고쳐 씁니다. 어느새 전쟁터에서 늙어 버린 워싱턴에게 필기체로 쓴 편지를 읽는 건 너무 어려웠던 거죠.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이던 워싱턴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합니다. "나도 늙었네. 이제는 눈이 안 보여. 이 편지는 젊은 사람이 읽어 줘야 하겠어."
그 말을 들은 영관급 장교들이 일시에 숙연해졌습니다. 그 중 몇몇은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고도 합니다.
당대최강 영국군과 몇 년 동안 싸운 베테랑 장교들을 어린아이처럼 울게 만든 건 신생독립국가 의회의 연설문이 아니었습니다. 국가에 대한 애국심도 아니었습니다.
그 장교들을 이끌고 끝까지 버텨 낸 사령관이 노안(老眼)으로 고생하는 모습. 그 잠깐의 장면이 베테랑 장교들을 울게 만들었습니다.
장교들은 그대로 해산했고 군인 파업은 끝났습니다. 신생독립국가 미합중국은 당대최강 레드코트를 상대로 끝까지 싸웠고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그 장교들을 눈물 흘리게 했던 총사령관은 초대 대통령이 되어 딱 재선까지만 역임하고 은퇴했죠.
그 나라가 '천조국'이 되었습니다. 독립 당시에는 어디 구석팅이 촌뜨기 취급받았고 병사들 월급도 못 줄 만큼 가난했던 나라는 세계 최강 국가를 넘어 유일무이한 초 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불과 200여 년 만에 일어난 일이죠.
현재 창대하게 군림하는 초 강대국 미국도 시작은 미약했었습니다. 그 미약한 시작 시점에 '노안으로 고생할 정도로 늙어 버린 총사령관'이 있었고, 그 총사령관이 모범을 보이면서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확립했습니다.
잘 된 사례를 몇 개 더 쓸까 했는데... 천조국 미국을 건설한 국부 워싱턴의 이야기를 하고 나니 뭘 갖다붙여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부정선거 적발되면서 쫓겨난 헬조선 국부 승만 리 아재는 그냥 무시해 주죠.
잘 된 사례는 하나로 끝내겠습니다.
(4) 소설도 현실을 닮아 간다 : 소설에서라도 솔선수범 합시다
조직이 리더를 닮아가듯 소설도 현실을 닮아 갑니다. 아무리 판타지 SF 야설(?)이라고 해도 결국은 작가가 경험한 현실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죠.
제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솔선수범 하는 타입입니다. 판타지 세상에서 왕이 되고 신이 되어도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직접 선봉에 섭니다. 물론 현실의 제가 그러지는 않습니다만... 소설에서라도 잘 해야죠^^.
오늘은 글이 좀 길어졌네요.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