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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Oct 08. 2024

나는 시방 쌍놈의 후손이다


나는 시방 쌍놈의 후손이다

내 눈에 비치는 Hell조선의 역사 따위는

그저 까마득한 미지의 어둠 속 발악일 뿐이다


천지분간 못 하던 시절 펼쳤던 족보(族譜)

누군가의 3남과 4남 사이에 살포시 끼어들어간 양자(養子)

그 뜬금없는 눈엣가시 같은 기록을 확인한 날

그 날 이후 나는 영락없는 쌍놈의 후손이었다


족보를 사고 팔고 사칭하던 대혼란의 카오스

왜군에게 죽고 만주족에게 죽고 굶어죽고 맞아죽던 시대

원래 김씨가 아니었던 내 조상은 김씨가 되었다

김씨 집안의 족보에 살포시 양자로 발을 들였다


원래 성씨가 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나마 양민으로 살면서 성(姓) 정도는 갖고 있었는지

그도 아니면 먼 옛날 망이 망소이처럼 성(姓)조차 없었는지

아득한 후손인 쌍놈으로서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그저 한 걸음 물러서서 읊조릴 뿐

내 잘못이 아니다

당신의 잘못도 아니다

10선비 Hell조선 양반들이 잘못한 거다


나는 시방 Hell조선 역사 따윈 모르겠다

전쟁 한 번 없이 나라 팔아먹은 고좆임금 따위 궁금하지 않다

그 나라 밑에서 양반이랍시고 설치던 10선비들도 알 바 아니다

그 모든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족보를 벗어던졌을 때

본관과 문파와 몇대손 어쩌고 하는 귀신 주문을 버렸을 때

내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났다

미지의 어둠 속 발악을 떨쳐낼 날개를 펼쳤다


쌍놈의 후손이라 감사하다

Hell조선에 빚 진 게 없어서 감사하다

임금이 팔아치운 나라에서 아무것도 받지 않아 감사하다

쌍놈이라 행복하다


질척거리는 유교탈레반의 집착에서 벗어나

나 혼자만의 날개로 머나먼 곳까지 날아오를 때

자유


<족보 따윈 불태워 버려라>



김춘수 시인님의 '꽃을 위한 서시' 중 한 구절을 오마쥬로 인용하면서 잠시 생각나는 대로 써 봤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족보(族譜)'라고 하면 '족발보쌈 셋트 아니에요?'라고 되묻는다는 기사가 있어서, 예전에 썼던 글이 떠올랐습니다. [뿌리찾기? 진정한 뻘짓이다.]는 제목의 글이었는데요.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s://brunch.co.kr/@0a2c72370ba24fa/96


뭐, 시 쓰는 건 저랑 안 맞는 것 같습니다. 20여 년 전에 시 쓴다고 깝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그냥 중고딩 때 읽었던 교과서 명시들을 패러디하는 수준이더군요. 아니다 싶으면 관둬야죠;;


그래도 가아끔 (19금) 웹소설 쓸 때 중간중간 시 비스무레한 걸 쓰긴 합니다. 이번에 쓴 것도 언젠가 웹소설에 들어갈 수 있겠네요. 가칭 '뒤주링거의 조상귀신' 정도에 쓸 만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한글날이네요. 세종대왕께서 좋은 문자 만들어 주신 덕분에 그 문자로 Hell조선 유교탈레반 문화 비판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님께서는 분명 기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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