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기술) 이직 자주 해도 별 거 없습니다

기대감 낮추기. But 연봉을 낮추는 건 최대한 피해야 한다

by 테서스


이번 챕터 제목은 좀 허무하게 시작하네요. “이직 자주 해도 별 거 없습니다” 라니…

프로이직러랍시고 설치면서 잔뜩 자랑 늘어놓고 아이젠하워 가후 얘기 하다가 자격증도 필요없다고 오버하다가 갑자기 급 태세 전환해서 “별 거 없습니다” 라니. 허무감 배신감 느끼시는 독자님들 계실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한데, 계속 모순(矛盾)을 강조했듯이 이번 챕터에서도 ‘모순’을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프로이직러의 모순. 이직의 전문가라고 자부하지만 그렇다고 이직을 자주 하지는 않고 가급적 자제하려 하는 모순.


프로이직러들이 이직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게 새로운 직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직을 두려워하고 자제하는 마음도 키워야 합니다. [섣부르게 이직하여 자기 상품가치를 깎아먹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심을 가져야 합니다.


야구에서 방망이 자주 휘두른다고 타율 높아지는 거 아닙니다. 무조건 초구에 받아친다고 해서 안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투스트라잌 쓰리볼 꽉꽉 채우고 파울 10개 치면서 걷어내는 타자가 더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들 프로이직러(지망생 포함)도 마찬가지입니다. 1번을 이직해도 대박치면 프로이직러로서 당당한 것이고, 10번을 이직했는데 계속 제자리 맴돌고 있으면 그건 단지 횟수가 많을 뿐 여전히 ‘아마추어 이직러’인 겁니다.


그리고, 우리 각각의 예측능력은 그리 대단하지 못한 편이라 불과 몇 달 후에 이직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제의가 올 수도 있고, 잘 된 이직이라 생각했던 게 헬오브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일 수도 있습니다.


예측 안 되는 게 인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원칙은 정해야겠죠. 우선 (회사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연봉” 얘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1) 연봉이 1순위 : 연봉 낮추는 이직은 최대한 피한다


이직해도 별 거 없고 기대감 낮추라고 했지만, 그 상태에서 다시 ‘이직할 때 고려사항 1순위’를 꼽는다면 당연히 “연봉이 1순위”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순위예요.


프로이직러를 포함한 모든 회사원들의 평가 가치. 그건 ‘연봉’입니다. 지금 얼마 받느냐에 따라 그 회사원의 가치가 결정됩니다. 자본주의 노동시장이란 그런 겁니다.


‘비인간적이다’라는 생각 들겠죠. 특히, 인간으로서 좀 더 보람 있고 자아실현 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 이직하려고 하시는 분들은 더더욱 비인간적으로 느끼실 겁니다.


그러나… 지난 챕터에서 강조했었죠. 자격증 가진 변호사든 뭐든 일단 회사 들어오면 모두 회사원. 회사원은 모두 비즈니스맨.


회사원은 모두 자기 노동력을 노동시장에 판매하는 상인(商人)입니다. 자기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건 상인의 기본 자세죠. 단 1원이라도 연봉 더 주는 곳에 가는 게 기본입니다.


물론, 모든 원칙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연봉 낮춰야 하는 경우도 있죠. 앞에서 말한 ‘자아실현을 위한 이직’이라면 연봉 낮춰도 됩니다. 혹은, 진짜 직원들 구타할 정도로 악독한 블랙기업에서 도망쳐 나오는 경우에도 연봉 낮출 수 있을 겁니다. 워낙 긴급하면 연봉 포기하더라도 탈출해야죠.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연봉은 무조건 1순위”입니다. 이직할 때 최우선 요소로 고려하셔야 해요. ‘회사원’은 ‘노동시장에 출시된 상품’이고, 본인의 가치를 드러내는 가장 확실하고 객관적인 지표가 ‘몸값’입니다. 몸값 낮추면 노동시장의 상품가치가 내려가는 것이고, 잘 올려 받으면 상품가치 올라가는 겁니다.


비인간적이라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상법에 근거해 돈 버는 걸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회사’에서, 우리 회사원들의 가치는 돈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이 1순위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썼듯이, 저는 첫 직장 그만두고 3년 공백 있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연봉 낮춰서 이직한 적이 없습니다. 두 번째 회사 취직할 때에는 이직이라기보다는 그냥 ‘중고신입’이었으므로, 이직경쟁력을 갖춘 이후 4번 이직하는 동안 계속 연봉을 높여 이직한 셈입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나 몸값 높은 사람이야!] 라는 걸 이력서와 면접에서 증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비싼 일’을 경험해 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결국 현재 직장에서 ‘일잘러’로 인정받아야 하겠죠. 현재 직장 떠나려고 이직 준비하는데 그러기 위해 현 직장 일을 잘 해야 하는 모순…


모순 속에서 타협점을 잘 찾아야 합니다. “뭐든 꿰뚫는 창이 방패를 거의 다 관통하여 꿰뚫긴 꿰뚫었지만 다 막아내는 방패도 창을 막아내어 막긴 막았다”가 성립할 수 있도록 잘 해야 합니다.


1순위는 연봉. 그럼 다음 넘어가 보죠.



(2) 2순위 ~ 3순위 : ‘대기업’과 ‘직급’ 사이


대기업이냐 직급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우리 프로이직러들이 가장 고민하는 게 저 상황입니다. 대기업으로 갈 것이냐 / 직급을 올릴 것이냐. [대기업 로고 찍힌 명함 한 장]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중견~좋소기업에서 직급 상승]을 할 것인가. 고민되겠죠.


가장 고민되는 것은 “대기업 자리가 나긴 났는데 직급을 내려야 하는 경우”입니다. 나름 중견~좋소 레벨에서 일잘러 인정받아 특진한 경우 이 고민에 빠지기 쉽죠. 저도 그랬었구요.


당시 저는 [직급 한 단계 내려서 대기업 가즈~~~아!] 라는 선택을 했었습니다. 어찌어찌 운이 좋아 잘 되긴 했습니다만… 냉정하게 판단할 때,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직급 내리는 건 상당히 위험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즉,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2순위 직급 > 3순위 대기업 입니다. 연봉을 올려서 간다는 전제 하에 최소한 직급은 기존 회사와 동일해야 하고, 그러면서 조금 더 큰 회사로 옮길 수 있으면 좋겠죠. 직급을 더 올려 준다고 하면 조금 작은 회사로 가도 되구요.


다만, 이건 산업의 특성이나 개인 직무의 특성에 따라 다릅니다. ‘나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구요. 젊은 분들이라면 “2순위 대기업”이 될 것이고,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이직러라면 대기업 갔다가 조기 희망퇴직 대상자 되느니 중견~좋소 레벨에서 직급 올려서 임원 도전하는 쪽으로 가실 겁니다.


결론적으로, 2순위와 3순위는 ‘그때그때 달라요.’ 입니다. 획일적으로 자르기보다는 적절히 상황 보고 또 이직공고 현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판단합시다.



(3) 기대감을 낮추되, 서두르지 않는다


세상 많은 일이 그러하듯이, 이직 또한 서두르면 안 됩니다. ‘어딜 가 봐야 별 거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여유롭게 도전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해야 안 좋은 이직 자리를 걸러내고 ‘조금 더 좋은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직시장에서는 [재직기간 긴 사람]이 일단 더 유리합니다. 엇비슷한 스펙과 경력을 보유한 사람끼리 비교한다면, 평균적으로 이직 횟수가 적고 한 직장에 오래 다닌 사람이 이력서 단계에서 가점 먹고 시작합니다.


이것도 모순이네요. 지금 직장 빨리 떠나고 싶은데 지금 직장에 오래 있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할 수 있다는 모순. 적절히 조화시켜야 합니다.



그럼, 가장 좋은 이직 주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직시장에서 가장 좋게 인정받는 인력은 ‘한 직장에 10년 이상 다닌 사람’이었습니다. 직장생활 30년 한다 치면 평생 2번 이직하라는 소리죠. 프로이직러 입장에서는 복장 터질 소립니다.


뭐, 대한민국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10년 다닌 말뚝맨들은 몇 명 없습니다. 요즘은 한 직장 5년만 다녀도 오래 다닌 걸로 인정해 줍니다. 경력직 중심으로 운영되는 산업/직군은 3~4년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습니다.


다만, 상한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하한(下限)’은 거의 일정합니다. [최소 1년 이상]. 이 하한선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딜 다니든 최소 1년은 다녀라”는 말,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직 관련 글 쓰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예요.


최소 재직기간이 1년 안 되게 자주 옮기시는 분들은 서류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높고, 가끔 서류통과해서 면접 진행하더라도 소위 ‘블랙기업’이 사람 찾다 찾다 힘들어서 막 불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이직한 회사 분위기가 면~접같아서 또 1년 내에 그만두겠죠. 그게 누적되면 접같은 회사 악순환이고, 이직러 본인도 ‘~접’ 낙인이 찍힙니다.


저 ‘최소 1년 기준’은, 회사 회계연도 단위 때문에 생긴 것이기도 하지만 한국적인 퇴직금 문화 영향도 상당히 많이 받았습니다. 1년 미만이면 퇴직금을 못 받잖아요. “돈 벌려고 다니는 게 회사생활인데 퇴직금도 못 받고 튕겨나올 정도면 회사원 자질이 없다!’는 선입견이 생길 수 밖에 없죠.


어떤 회사든 (진짜 심각하게 최악 블랙기업이 아니라면) 1년 이상 다니되, 적절히 업종/직군 잘 따져서 4~5년 정도에 이직 시도. 기회 있다면 더 빨리 이직 시도. 이게 현재 대한민국 노동시장에 적절한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 주기보다 조금 짧습니다. 가장 짧은 회사가 1년8개월, 가장 긴 회사가 4년. 평균적으로는 3년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여기저기 이력서 제출했던 느낌적인 느낌상, 현재 다니는 회사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면 거의 서류통과 안 됩니다. 2년 넘으면 ‘일단 서류는 통과시켜 드릴 테니 만나는 드릴게’ 분위기가 되고, 3년째부터는 뭔가 메리트 있는 자리가 납니다. 그러다 4년째 되면 본격적으로 프로이직러 모드 가동 가능하고, 나름 협상력도 생깁니다.


물론 그 협상력이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냥 처음 면접 시작하기 전에 면접관 측이 조금 긍정적인 선입견(?) 같은 걸 갖게 되고, 답변하는 지원자 입장에서 현재 재직중인 직장의 업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 있게 되며, ‘여기 합격 안 되더라도 지금 있는 곳에 잘 다닐 수 있다!’는 느낌을 뿜뿜 뿜어낼 수 있다는 정도? 사소하죠.


그러나, 그 사소한 차이가 당락을 가르기도 합니다. 대다수 회사에서 경력직 뽑을 때 최소 2배수 ~ 최대 5배수 가량의 후보를 비교해 본 후 결정한다는 걸 고려한다면, ‘사소하게 조금 더 협상력 있다’는 건 꽤 중요하겠죠.



더 나은 이직 협상력을 꿈꾸며, 오늘의 직장에서 잘 버팁시다. 하루 더 버티는 만큼 자신의 이직 협상력이 0.1% 정도 향상되는 겁니다. ‘인생 그 자체’라는 가장 길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롤플레잉 게임에서 0.1%만큼 경험치 쌓아서 언젠가 레벨업 하는 겁니다.


그렇게 쌓인 경험치로 이직하면서 연봉 올리다 보면, 어느새 꽤 많이 올라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직장에서도 통상적인 수준의 연봉인상을 받고, 이직 때 조금 더 끌어올리면 상당히 많이 올라갑니다.


저는 35살 중고신입 이후 4번 이직했는데, 초반 2번에서는 약 +15% / 후반 2번에서는 +10% 가량 올렸었습니다. 2번째와 4번째 이직에서는 직급도 같이 올렸죠.


뭐, 직급 올라간 건 ‘대기업에서 중견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직급 올리기’를 시전한 것이기는 합니다. 대기업 명함 한 장을 버리는 대신 연봉이나 직급을 올려받는 거래.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것, 그런 게 프로이직러 아니겠습니까.



오늘 편에서는 ‘이직 별 거 없으니 기대감을 낮춰라’를 주제로 이런저런 얘기 읊었는데요. 물론 이직하면 장점도 많습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이직의 장점’을 요약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전 14화(이직의 기술) 법무든 뭐든 다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