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홀린 듯이 발레를 검색해 보았다. 갑자기 춤을 잘 추고 싶어서도, 발레리나처럼 유연해지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화면 속 그들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 그 정돈된 이미지에 마음이 끌렸을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외형적인 화려함보다 몸이 풍기는 태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젊을 때는 그저 군살 없이 마른 몸이 최고의 미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곧게 펴진 허리, 편안하게 내려간 어깨, 그리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과함이 없는 사람을 보면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 나이 들수록 교양 있는 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기 관리를 오래 해온 이들이나 배우들이 발레를 꾸준히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란다. 발레는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는 운동이 아니라, 척추를 바로 세우고 몸의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바른 자세에서 배어 나오는 은근한 자신감과 설명하기 어려운 아우라. 내가 동경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단단한 정갈함이었다. 화면 속 무용수들의 모습은 확실히 단정했다. 몸을 과하게 휘두르지 않으면서도 구석구석 정돈된 느낌. 허리를 곧게 세우고 손끝 하나까지 의식하며 움직이는 그들은, 힘을 과시하지 않는데도 충분히 강해 보였다. 몸매 관리는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덤일 뿐, 내가 진정으로 끌린 건 살이 빠진 몸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을 것 같은 태도였다.
예전에는 예쁜 몸이 인생의 목표였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몸이 훨씬 더 좋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구부정하게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뒷모습조차 조급해 보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풍기는 안정감이야말로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 당장 발레 클래스에 등록할 자신은 없다. 내 몸은 여전히 뻣뻣하고 유연성과는 거리가 멀며, 몸에 딱 붙는 발레복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괜히 쑥스럽고 어색해진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은 작게 품어본다.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통과하며 조금 더 단정해진 나를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교양 있는 몸이라는 말은 결국 교양 있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상황이 급박해도 허둥대며 움직이지 않고, 타인의 반응에 과하게 휘둘리지 않으며, 내가 선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마음.
그래서 요즘은 집에서 스트레칭을 조금 더 공들여한다. 길을 걸을 때는 의식적으로 허리를 펴고, 의자에 앉을 때는 말린 등을 바로 세운다. 운동을 할 때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보다, 내 몸의 중심을 얼마나 섬세하게 의식했는지를 더 살핀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방향만은 확실해졌다. 무리해서 젊어 보이려 애쓰기보다, 정돈된 채로 깊어지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교양 있는 몸으로, 그렇게 교양 있게 나이 드는 쪽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