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다이어트 말고, 균형을 선택했다

by 은하


예전에는 무조건 마른 몸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군살이 없고, 어떤 옷을 입어도 선이 고우며, 체중계의 숫자가 아래로 향하는 몸. 그것이 정답이라 믿었고, 그 정답에 나를 맞추려 애썼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서니, 문제는 살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이 붙고 빠지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무언가, 즉 몸 전체가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진 골반, 늘 잔뜩 성이 난 듯 굳어 있는 어깨,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꽉 맞물리는 턱관절까지. 걸을 때마다 고관절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는 내 몸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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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날은 있었을지언정, 균형 잡힌 날은 거의 없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내게 주어진 몫을 해내느라 정작 내 몸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앉아 있는 시간은 길었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스트레칭을 미뤘으며, 한쪽 어깨로만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녔다. 그렇게 쌓인 생활의 습관들이 지금의 어긋난 나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덜 먹어서 숫자를 줄이는 쪽이 아니라, 틀어진 것을 바로잡고 버틸 수 있는 쪽으로 말이다. 자세가 무너지면 몸이 먼저 지치고, 몸이 지치면 마음도 같이 내려앉는다는 것을 여러 번 겪고 나서야 배운 덕분이다.








실제로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날은 불안이 더 크게 다가온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일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린다. 결국 내게 몸을 관리하는 일은 다이어트라기보다 감정 관리에 더 가깝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말이 나에게는 훨씬 더 정확한 표현이다. 요즘은 체중계 숫자 대신 내가 얼마나 바르게 서 있는지를 살핀다. 어깨가 조금은 내려왔는지, 턱에 힘을 빼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있는지, 고관절이 어제보다 덜 뻣뻣한지를 체크한다. 하루아침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는 없겠지만, 골반을 맞추고 걷는 습관을 바꾸는 작은 연습을 반복한다.




무너진 부분은 그만큼 내가 애써 살아왔다는 증거이기도 하기에,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마르지 않아도 괜찮다. 살이 조금 있더라도 자세가 곧은 사람은 그 자체로 단단해 보인다. 무게를 줄이기보다 중심을 잡는 쪽을 선택하니, 불안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지 않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난다. 지금의 몸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다. 그래도 예전처럼 외면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이 몸으로 이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다이어트 대신 자세를 바로 세운다. 그 사소한 선택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그리고 덜 불안하게 만든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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