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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Jun 27. 2022

 순한 말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에게 자꾸 시선이 간다. 사람을 보고 싶어서이다.

 

대저 회사 전략이나, 전술, 독점, 혁신과 같은 날카롭고 험한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고 가는 곳이라서 사람들은 말의 그늘 안에 숨겨지곤 한다.


사람을 보려면 말의 그늘을 걷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말을 꼼꼼하게 들어야 하니 눈이 아니라  귀가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귀담아 들어놓은 말들이 쌓이면 그 위에서 두터운 대화가 되곤 한다(*이 문장은 박준 시인의 것이다).

말들이 비로소 대화로 엮어지면 사람들은 그늘에서 한발 나온다. 저마다의 그늘에서 날 선 말들이 대리전을 치르지 않고 순한 말들이 차분하게 엮이고 쌓이다 보면 그제야 비로소 사람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일이 늘 기대처럼 순탄하지는 않아서 대화가 아니라 공방을 주고받는 경우 많다.

그러고나면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다.

순한 말은 기질과 태도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한편으로 배워 익힌 결과이기도 해서 좋은 대화를 하려면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된다.



"자신이 말을 하는 시간과 상대방의 말을 듣는 시간이 사이좋게 얽힐 때 좋은 대화가 탄생하는 것이라 나는 그때 김선생님을 통해 배웠다 /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p74, 소설가 김선생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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