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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Mar 12. 2024

가장 과소평가된 정체성

프롤로그


0.


9살 때 의정부로 이사 와서 스물여섯이 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아, 그 부대찌개 유명한 곳?' 대학교나 대외활동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자기소개를 할 때면 거의 모두들 이 얘기를 한다. '부대찌개 거리'가 있고 실제로 부대찌개가 정말 맛있지만, 그와 별개로 이 대답은 타지인들이 부대찌개를 빼면 의정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연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나는 누가 어디에서 왔다고 했을 때 특산품은 물론이고 그 지역명 자체를 처음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내가 만난 사람들이 의정부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전혀 서운하지 않고,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다.


'사는 곳'은 성별, 나이처럼 한 명도 빠짐없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은 어떤 지역임이 틀림없고, 어디로 떠나더라도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뿐 벗어날 수는 없다. 심지어 두 발이 공중에 떠 있더라도 여전히 어떤 지역에 속해 있을 것이다. 민증만 봐도 주소지가 적혀 있고, 이사할 때마다 주소지를 갱신해 기입해야 한다. 아마도 '사는 곳'이, 우리 사회에 가장 과소평가된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BTS 노래 '소우주'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 가지의 world
70억 가지의 삶 도시의 야경은
어쩌면 또 다른 도시의 밤
도시의 불, 이 도시의 별
어릴 적 올려본 밤하늘을 난 떠올려
사람이란 불, 사람이란 별로
가득한 바로 이곳에서
We shinin'

우리는 지역을 이야기할 때 흔히 그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소우주 같은 인생을 간과하곤 한다. 그저 지역명 두세 글자로 전체를 묶어 특징짓기도 한다. 하지만 노래 '소우주'처럼, 지역에는 자신만의 생각, 생활방식,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 물론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의정부에서 살며 겪은 로컬 라이프를 글의 주제로 정한 이유는 이곳이 내가 두 발 딛고 서 있는 나의 삶이자 터전이며, 지난 몇 년 간 의정부가 나에게 갖는 의미가 눈에 띄게 변했기 때문이다. 의정부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고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글로 담아내고 싶다.


지난 3년 간 의정부에서 시민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체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재밌는 게 많았나? 이 사람들은 어디에 있었 거지?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고 듣는 관찰자에서 나아가 지역에서 꿈을 갖고 주체적으로 무언가 만들고 실행해보기도 했다.


지역에서도 재밌게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머물고 싶은 도시' 의정부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보여줄게 로컬에서 사는 법>은 매주 화요일 연재되는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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