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집을 짓는 동물이라 하면 비버가 떠오른다. 물론 새들도 둥지를 열심히 짓지만, 비버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타고나길 집을 짓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단단한 앞니로 나뭇가지들을 갉아서 모은 후 차곡차곡 쌓고 진흙으로 보조 공사까지, 평생을 꾸준히 짓는다. 댐이라 불릴 수 있는 규모로 말이다. 이 정도면 건축가라고 불러줘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비버는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busy as a beaver' 무지 바쁘다는 뜻의 영어에 비버가 들어간 것만 봐도 알만하다.
나는 부지런과는 거리가 좀 멀다. 물론 생계가 걸린 일들은 예외지만 일상생활의 소소한 것들이 그렇다. 가령 운동 계획을 거창하게 잡아 놓고는 며칠 못 가서 외면하거나, 집밥을 해 먹겠다고 초반에 엄청 많은 반찬을 만들다가 얼마 못 가서 시켜 먹고 만다. 비버를 그리면서 이런 내 모습이 부끄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