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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갑 Dec 22. 2023

삶의 목표를 다시 쓰는 여정 (1)

심리상담과 강점검사

안녕하세요, 정덕갑입니다.


지난 화에서는 대학교 졸업 이후의 행적에 대하여 간단히 다루었습니다. 2015년 대학원에 진학한 시점부터 직장 생활을 거쳐 최근 심리상담에 등록하기까지, 총 8년가량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짧지 않은 시기를 한 편으로 압축하다 보니 글의 해상도가 너무 낮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글을 쓸 때에는 '드러내는 용기'와 '가리는 지혜'가 모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겐 아직 그러한 용기와 지혜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도할 때마다 점점 더 나아질 것입니다. 이번 화는 긴장감을 많이 내려놓고, 의식의 흐름에 맡겨보겠습니다. 그럼 세 번째 에피소드를 시작합니다.








심리상담을 받아본 경험

지난겨울이 막을 내리고 봄이 시작될 무렵, 집 근처에 심리 상담 센터가 새로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상담소 위치는 여러 방향에서 아주 잘 보이는 대로변 빌딩에 있었습니다. 매일 출퇴근하던 길목이라서 눈여겨보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상담을 처음 받아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화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 건강이 나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과로와 부진이 겹쳐서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누적되는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의 건강이 나빠지더니, 결국은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심해졌습니다. 매일 밤 잠을 설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상태가 심할 때에는 이부자리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적도 있었습니다. 해가 뜨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가, 그날 오후 네 시가 넘어서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자느라 업무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부재중 전화가 수 십 통 찍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심리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당시에 재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상담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상담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서 정말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예약이 많이 밀려서 인지 상담을 받기까지 몇 주 정도의 대기 기간이 있었습니다. 상담을 시작하고 나서는 6개월 동안 매주 상담을 받았습니다. 2017년 가을부터 2018년 봄 사이의 일입니다.




심리상담을 앞둔 마음

이번에 심리 상담을 예약한 것이 2023년 3월이었으니 꼬박 5년 만이었습니다. 이전 상담과 이번 상담 사이에 시간이 꽤 흘렀네요. 이번에 받은 상담이 지난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울감처럼 긴급한 요구가 아니라는 점, 잠재력 개방이라는 목표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재학생이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내돈 내산 한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원래는 상담 비용이 꽤 부담스러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불편한 곳이 없을 때엔 애당초 상담에 대해서 고려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출퇴근길에 자주 마주치고, 필요성을 조금씩 합리화하면서 비용에 대한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체육관에서 PT 받을 돈으로 상담을 받는다는 마음 가짐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들 외모를 꾸미거나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온갖 비용을 투자하면서, 정작 자기 마음을 돌보는 데에는 소홀한 게 아닐까? 이건 괜한 오지랖일지도 모르겠네요.


상담 자체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상담사를 만나게 될지, 그와의 케미는 어떨지 불확실한 부분도 있습니다. 운이 나쁘면 상담이 아무런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걱정도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싼 상담 비용을 날리게 되는 건가? 그 순간에도 갈팡질팡 하며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대단히 신중하면서도 예민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일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여러 가지 걱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리곤 끝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기도 했습니다. '서툴게 하거나 실패할 바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더라도, 그동안의 제 삶의 태도를 잘 요약해 주는 문장입니다. 저는 이런 걸 소극적인 완벽주의라고 이름 붙인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극적인 자세는 잘해봐야 평범한 삶으로 이어지거나, 퇴보하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왠지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어봅니다. 그동안 내 성격의 문제라고 여긴 것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성격, 갈등을 회피하는 성격, 스스로에게 항상 엄격한 성격. 그밖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찌꺼기들이나 깊숙하고 개인적인 문제들. 왠지 그러한 것들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확신까지는 아니어도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어떤 일이든 확신에 차서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동력은 무엇일까? 그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성공하리라는 믿음일까요, 실패해도 된다는 여유일까요?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사람의 정신은 얼마나 단단한 걸까? 잠깐 상상해 보았습니다.




상담 센터 첫 방문

이번 상담은 대기 기간 없이 거의 바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상담을 하기로 예약한 날, 퇴근길에 곧장 상담 센터로 향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자동문 버튼을 눌렀습니다. 문이 열리자 화이트 & 베이지 톤의 아늑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로비를 가운데에 두고 상담실 세 곳이 둘러싼 구조였습니다. 로비 구석에는 낮은 소파와 탁자가 있었는데, 대기자를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접수대에서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간단히 신상을 적어서 내고, 상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로비 구석에 여러 권의 책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선반에 가지런히 진열된 책들을 잠깐 구경했습니다. 주로 심리학, 정신의학, 상담과 관련된 책들이었습니다. 그밖에 약간의 문학책이나 그림책도 보였습니다. 심리상담 센터와 잘 어울리는 책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약 시각이 되자 상담 선생님께서 제게 인사를 건네오셨습니다. 상담사님의 첫인상은 굉장히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는데, 내담자분들이 대체로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상담사와의 친밀감은 상담의 질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면, 더욱 진솔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그러한 상호 신뢰 관계를 심리학에서 라포(르)라고 합니다. 외모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그 상담사 선생님은 왠지 믿어도 괜찮겠다는 안정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아무리 친근해 보이더라도, 당장에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는 어렵긴 합니다.


혹시나 심리상담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몇 가지 마음의 준비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마음 가짐으로 상담에 임할 것인지, 상담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계속 진행할 만한 상담과 그렇지 않은 상담의 조건은 무엇인지. 어떤 일이든 목표가 명확하면 주도적으로 임할 수 있으니깐요. 상담 센터를 찾는 게 어쩌면 두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고 일찌감치 포기하지는 마세요. 열린 마음으로 임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갈 더 잘 학습하고 성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든 마침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강점검사: 자기 인식 전환의 계기

첫 번째 세션에서는 주로 상담을 등록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상담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도 의논하였습니다. 그날 상담을 마치면서 몇 가지 검사를 권유받았습니다. 그중 하나는 강점 검사였습니다. 정식 명칭은 VIA 성격 강점 검사(The VIA Character Strengths Survey)였습니다. VIA 성격 연구소라는(VIA Institute on Character) 기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검사입니다. 한글 설문지도 제공되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다음 링크를 통해 검사해 보시기 바랍니다. (링크) MBTI 검사하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솔직하게 답변하시면 됩니다.


성격 강점 검사란 말 그대로 자기 성격 상의 강점에 대해 분석해 주는 검사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각자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성격은 여러 가지의 복합적이고 주관적인 속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낙관적인 기대, 비판적인 태도, 이타주의, 배려와 협동 정신, 회피하는 성향 같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앞의 문장에서는 몇 가지 단어로서 성격을 개념화하고 분류하였는데, 성격 검사의 역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개인의 성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언어로 요약해 줍니다. 강점 검사는 성격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강점'으로 해석할 만한 것들을 추려냅니다.


수 십 개의 문항에 답변하고 나면 스물네 가지의 강점을 나열해 줍니다. 이때 각 강점이 나열된 순서는 강도를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개개인마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강점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미약한 강점도 있겠죠. 저의 경우 맨 앞의 세 가지는 '학구열', '호기심', '자기 조절(자제력)'이었고, 맨 뒤의 것은 '감사', '인내', '사랑'이었습니다. 


성격강점 검사 결과 중 상·하위 3개 항목

1. 학구열
2. 호기심(흥미, 모험)
3. 자기 조절(자기 통제)

...
 
22. 감사
23. 인내(끈기, 근면)
24. 사랑(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

VIA 성격 강점 검사 결과지(검사 일자: 2023. 03. 21) 중


강점 검사 결과지를 살펴보면서, 그동안 나 스스로에 대해서 단지 '성격'이라고 인식하던 것들을 '강점'으로 재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스스로 강점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들을 과거에는 충분히 인정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학구열과 호기심을 섞으면 지적 호기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스스로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리긴 했지만, 그게 저의 장점이라고 여긴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강점 검사 결과지에 떡하니 나의 강점이라고 해주니까 괜히 어깨가 으쓱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조절(자기 통제)이라는 항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스로의 욕구나 행동을 통제하는 성격은 제가 학업에 열중하게 만들어준 요소였을 텐데, 그걸 강점이라고 내세우는 일은 저에게 생소했습니다. 공부?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려면 공부 말고 재밌는 것들을 포기하거나 미뤄야 하지. 마침내 성공하려면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자기 통제가 학업 성취나 경제적인 성공에 필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높은 수준의 자기 통제력을 가졌는지 알아차리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더 나아가 스스로의 통제력을 객관적으로 칭찬할 수 있는 것도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거나 자연스러운 모습이 '강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을까요? 저는 강점 검사 결과지를 보면서, 제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에 약간의 균열이 생긴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한 태도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너무 엄격하게 대하면, 자기 객관화에 실패하는 오류에 빠집니다. 자기 자신을 너무 관대하게 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기 객관화 능력 돌아보기

여러분은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편인가요 관대한 편이신가요?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들은 장점의 가치는 깎아내리거나, 단점의 폐해는 부풀리기도 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완벽주의자는 자기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에 모든 신경을 집중합니다. 자신이 이미 갖추고 있는 부분, 남들보다 객관적으로 훌륭한 부분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합니다. 이는 스스로를 어느 정도 왜곡하여 바라보는 것입니다. 스스로 과대평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소평가하는 것도 자기 객관화의 실패입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충분히 훌륭한 면모임에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충분히 포용할 만한 면모를 용납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다그치는 성향이 지나치면 자존감을 헤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못나고 부족한 스스로를 항상 다그치게 됩니다.


저 또한 자기 객관화에 실패한 사람이었습니다. 저의 성격 중에는 '학구열', '호기심', 혹은 '자기 조절'처럼 누가 보아도 칭찬할 만한 점들이 있었지만, 그러한 장점을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강점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호기심을 예로 들면, 저는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호기심은 제가 다양한 취미 활동을 시도해 보게 만들고, 다양한 주제에 관해서 탐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학업이나 업무에 투자할 시간을 빼앗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가뜩이나 성과에 대해서 마음의 부담을 느낄 때면, 호기심을 마음껏 펼칠 수가 없습니다. '지금 한가롭게 그런 걸 찾아다닐 때가 아냐.' 언젠가부터 호기심은 떼쓰고 말썽 피우는 아이처럼 애써 타이르고 얌전하게 만들어야 할 마음이었습니다.


제 삶을 더 힘들게 만들고 저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무언가가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상담 예약 문의(2023. 03. 18)


나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무언가... 나의 강점을 스스로 억제하는 것만큼 잠재력을 갉아먹는 일이 있었을까요? 나의 강점을 강점으로서 올바르게 인식했다면, 그것을 방해되는 아이 취급 하면서 내팽개치진 않았을 텐데요. 오히려 강점을 더욱 잘 살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호기심 넘치는 내 성격도 나의 일부인데, 저는 나 자신의 일부를 부정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을 부정하는 삶에서는 언제나 내면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방황과 부진의 실마리가 한 가닥 드러난 것 같았습니다.




사랑, 나의 약한 강점

다시 강점 검사 결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강점 검사 결과에 나열된 모든 성격은 '강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각 강점의 세기에 따라서 차등을 둔다면, 상대적으로 강한 강점과 약한 강점을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약한 강점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저의 강점 중에 가장 미약한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여기서 사랑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을 뜻합니다. 사랑을 주고받는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을 주는 일은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을 받는 것 또한 누군가 주는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을 주고받고 있다는 믿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사랑을 유지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러한 능력이 아예 없는 사람은 그 누구와도 사랑을 나누지 못할 것입니다.


강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스물네 가지나 되는 성격 강점 중에서 '사랑'이 꼴찌였습니다. 무척 쓸쓸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사랑 참 어렵다, 어렵다. 많이 아프다.

<이승철 - 사랑 참 어렵다> 노랫말 중


사랑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참 어려웠지만, 솔직히 아프진 않았습니다. 자주 외로운 와중에도 사랑을 회피하면서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플 일이 없었습니다. 외롭기만 할 뿐. 나는 어째서 사랑에 서툰 어른으로 자라게 된 건지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보면 당장 누가 떠오르시나요? 그 당시의 제 자신을 돌이켜보면, 당장 떠오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랑은 막연한 것이었습니다. 이전의 연애 상대들? 너무 오래됐습니다. 가족?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종교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엄청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네요.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삶은 참 공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 또한 와닿지 않았습니다. 결함 투성이인 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그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은?

위의 강점 검사는 사실 간략한 무료 검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객관적이고 건강한 자기 인식 위에 있는 게 아닐까요? 자기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 그러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자신감과 실패해도 괜찮다는 포용력을 모두 갖출 수 있습니다. 강점 검사를 해보기 전까지, 저의 능력과 경험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점 검사를 해본 뒤로 나에 대한 관점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항상 부족하고 질책할 대상이었던 나 자신. 이제는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습니다. 나 어쩌면... 괜찮은 놈일지도?


한편 '감사' 또한 나의 약한 강점들 중 하나였는데, 이제 직접 개선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자 하면서 매일 감사일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일상에서 감사할 일을 적어도 하나씩 찾아서 일기에 써보기로 하였습니다. 이 일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면, 저는 또 다른 약한 강점인 '인내'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그날의 기억에서 감사할 일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일진이 안 좋은 날은 더욱 그렇겠죠. 하지만 여태껏 살아온 경험들을 뒤져보면, 하루에 한 가지는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 일들도 관점을 바꿔보면 달리 감사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스스로의 성격에 대해 감사하지 못했지만, 그걸 강점으로 여기고 나서는 감사하게 된 것처럼요. 


감사일기를 쓰기로 한 첫날 아래와 같이 일기를 썼습니다.


- 사지 멀쩡하게 태어나서 중량 훈련의 즐거움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내 삶의 아픔과 시련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 지난 3년 간 IT 직무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를 키우고, 회사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다달이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학자금 대출을 갚고 신용대출을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일기 - 매일 쓸 것(2023. 05. 02)


평소라면 당연하게 여겼을 것들, 혹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던 것들도 감사할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감사일기를 매일 꾸준히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놀랍게도 감사하는 마음은 고운 말 들은 양파처럼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물론 나쁜 말 듣는 양파도 잘 자랍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자랄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번외: 9개월 만에 다시 해본 성격 강점 검사


성격강점 검사 결과 중 상·하위 3개 항목 비교

*괄호 안은 본문의 3/21 검사 대비 순위 변화

1. (-) 학구열
2. (-) 호기심(흥미, 모험)
3. (▲7) 진실성(진정성, 정직성)

...

8. (▲16) 사랑(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
9. (▲13) 감사

...

22. (▼4) 공정성(공평성, 정의)
23. (▼6) 유머(쾌활함)
24. (▼1) 인내(끈기, 근면)

VIA 성격 강점 검사 결과지(검사 일자: 2023. 12. 21) 중


이번에도 가능한 객관적이고 솔직하게 응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무료 약식 검사라는 한계가 있지만, 제 내면의 변화가 분명히 느껴집니다. 남은 시리즈를 통해서 그 변화의 과정을 마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구독과 라이킷 해주시면 제가 시리즈를 끈기 있게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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