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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갑 Dec 08. 2023

숨겨진 자유를 발견한 순간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 카페에서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그땐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왜 태어났으며 왜 살아야 하는 건지'와 같은 막연하고 공허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갈 때였다. 한 마디로 길을 잃은 상태였다. 감사하게도 좋은 대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공부가 재미있어서 대학원까지 갔다. 그런데 대학원 과정은 무척 고됐다. 경제적으로 너무 궁핍했고 건강도 많이 나빠졌다. 몸보다는 마음이 병들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덕분에 되살아날 수 있었다. 석박통합과정을 힘겹게 수료했지만, 막상 졸업 논문을 쓰려니 회의감이 들었다. 이 길이 진짜 내가 원하는 길이 맞을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잠깐의 취준 기간. 또다시 감사하게도 어느 IT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직장인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하루를 버티면 하루가 지나갔고, 그걸 서른 번 정도 하면 월급이 나왔다. 금세 3년이라는 경력이 생겼다. 당장의 수입이 끊길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내 인생을 산다는 기분이 아니었다.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그날도 친구 앞에서 그런 한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자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 나는 자유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나는 자유로워질 때 행복감을 느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자유'라는 단어가 나를 흥분시켰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구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었다. 언젠가부터 내 머릿속에 한 번씩 찾아왔던 그 단어. 자유의 발견이 그날 갑자기 이루어진 건 아니었다. 그 배경에는 몇 개월, 혹은 여러 해에 걸친 삶과 생활의 변화들이 누적되어 있었다. 운동과 조금씩 친해지기, 12년 간 피운 담배 끊기,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기, 심리상담을 통해 마음 돌보는 법 배우기, 흘러가는 대로 사는 대신 어디로 가고 싶은지 고민하기. 나 자신을 보살피는 법, 나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마침내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들을 준비가 된 것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 입 밖으로 내뱉어 본 그 욕망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유의 나라 미국에 가보자며 미국 동부로 훌쩍 여행을 떠났다. 앞으로 돈 버는 방식을 주도적으로 정해보겠다며 무작정 퇴사했다. (이건 준비를 조금 더 하고 나왔어야 했다.) 그러자 나 스스로에 대해 탐구할 시간이 충분히 생겼다. 펜과 키보드를 벗 삼아 떠난 여행은 훨씬 짜릿했다. 그동안 외면하고 살았던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점점 더 깊이 파고들수록, 영혼의 목소리도 선명해진다. '자유'에 대한 생각도 점점 구체화할 수 있었다. 원하는 걸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자유가 아니었다. 오히려 규율과 절제가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규율과 절제는 '균형 잡힌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한 두 달 동안 스스로에게 묻고 답했다. 마침내 삶의 목표를 다시 세울 수 있었다. 자유가 좋다는 막연한 기분을 단단한 문장으로 옮겼다.


자유롭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간다. 나를 사랑하니까!  


자유란 내가 무엇(what)을 추구할 것인지, 균형 잡힌 삶이란 그것을 어떻게(how) 추구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왜(why)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나를 사랑하니까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사람들이 흔히 인생 목표라고 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남들이 원하는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좇는 게 아니었다.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남들이 나에게서 떠나갈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내면이 순수하게 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지향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위의 문장(자유롭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간다. 나를 사랑하니까!)을 처음 쓴 날을 돌이켜본다. 살면서 느껴 본 감정 중에 그만큼 벅찬 희열이 있었을까? 단지 인생 목표라는 것을 정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미 큰 성공을 이룬 것처럼 들뜬 나날이 이어졌다. 인생의 목표를 바로 잡고 나니, 그동안의 방황과 실패는 값진 경험으로 느껴진다. 도무지 왜 사는지 알 수 없는 인생이었지만, 감사할 일이 넘치는 일상이 펼쳐졌다. 삶이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고, 마침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 대한 사랑은 인생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갈 동력이 될 것 같다. 내가 나를 영원히 사랑한다면, 내 삶도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갈 것이다.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을 그려나가기로 했다. 삶은 내가 목표한 방향대로 흘러가는 것. 남은 인생은 모험으로 가득 채우리라. 불안정한 삶이 두렵기도 하지만, 사실 삶이 불안하지 않았던 적은 없지 않은가? 그럭저럭 살아온 것처럼 그럭저럭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이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자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언젠가 삶의 목표가 바뀔지라도, 이맘때의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살았는지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정덕갑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 저의 글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무척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번에 연재하게 된 《자유의 육각형》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글입니다. 인생에 대해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의심했고 두려웠습니다. 과연 서른몇 살에 불과한 내가, 두드러진 사회경제적 성취도 없는 내가 인생에 대해 논할 수 있을까? 누가 그걸 읽어주기나 할까? 잘 다니던 멀쩡한 직장도 때려치운 상태였습니다. 앞으로 돈벌이는 어떻게 할지 막막한 사람이 인생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글쓰기에 시간을 들이다 보니, 내 생각, 감정, 그리고 경험을 발굴하는 데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나에 대한 이해가 깊고 다양해졌습니다. 나 스스로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더욱 명확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내면의 욕망을 구체화하면서 인생의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힘써서 나아갈 방향이 뚜렷해졌습니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설레고 기뻤습니다. 직장을 퇴사할 때 '내가 책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이 있었다면, '반드시 책을 써보겠다'는 의지로 바뀌었습니다. 의미를 잃고 방황하던 시절과 그때의 저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그 변화의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저의 인생 목표이자 제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자유의 육각형》이라는 제목은 제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자유'란 말 그대로 자유로운 삶이며, '육각형'은 균형 잡힌 삶입니다. '자유롭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자'는 게 제 인생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물론 제가 주장하는 방식을 모두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하나로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서 제가 자유의 육각형을 개발하게 된 과정을 지켜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서 여러분의 삶에 적용할 만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가져가시고, 실제로 실행해 보시고, 피드백을 나누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입니다.



자기 계발 서적이나 동기부여 콘텐츠를 접하면 분명히 마음에 울림이 있습니다. 가슴 뛰는 흥분감이라든지,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라든지, 혹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든지. 그런데 그러한 감동을 현실로 이끌어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어려운 일이어서 그럴 때도 있지만, 어떻게 실행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아서 그럴 때도 있습니다. 저의 인생 목표를 그릴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명확해질수록 그러한 삶에 어떻게 다가갈지 물음이 뒤를 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연재와 함께 여러 가지 공부하고 실행해보려고 합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가져갈 만한 게 있으면 가져가시고, 실제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글쓰기는 감히 모든 일의 근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에 대한 효과적인 글쓰기 전략을 터득하지 못한다면, 기분에 의지한 채로 반복되고 정체된 삶을 살게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삶의 의미를 찾고 목표를 세우는 데에 성찰적인 글쓰기로 큰 효과를 보았습니다. 글쓰기를 통해서 지난날 길을 잃고 스스로를 미워했던 나 자신을 버리고, 삶을 긍정하고 감사하는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삶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유의 육각형을 만드는 데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위의 내용과 함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게 두렵다고 했는데, 실은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보았습니다. 단지 삶에 대해서 제가 생각한 바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이며, 애당초 미래의 나를 위해 쓰는 글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한 분이나 두 분이라도 제 글을 봐주시는 분들은 제가 덤으로 얻은 독자입니다. 덤으로 받은 것이라 무척 감사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한다는 건 항상 두렵고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연재라는 것도 처음 해봐서 걱정이 큽니다. 그래도 여차저차 실행하게 되는 스스로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주절주절 말이 길어지네요. 그럼 앞으로 매주 금요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덕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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