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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갑 Dec 29. 2023

삶의 목표를 다시 쓰는 여정 (2)

감사일기

안녕하세요, 정덕갑입니다.


지난 화에서는 심리상담과 강점검사를 계기로 제 자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경험을 다루었습니다. 지난 화에서 빠뜨린 내용이 있다면 '성취 돌아보기'였습니다. 이 또한 상담 숙제로 권유받은 것이었고, 자기 인식을 바꾸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번 화에 마저 다루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화 말미에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내용으로 글을 마쳤습니다. 감사일기는 말 그대로 감사한 마음을 일기에 적은 것입니다. 형식적으로 따지자면 감사함을 느낀 대상, 감사함을 느낀 이유,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번 화에서 감사일기를 꾸준히 쓰게 된 과정과 그 이후의 변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일기들 중에 보여드릴 만한 것들을 추려서 공개해보려고 합니다. 일기를 공개한다는 게 좀 쑥스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알아서 가릴 건 가리고 뺄 건 뺀 채로 보여드릴 테니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성취 돌아보기

심리상담과 강점검사를 계기로 제 자신에 대한 관점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관점의 변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저는 제 자신에게 못마땅한 게 많았습니다. 항상 모든 일을 잘 해내길 바랐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번 뭐든지 잘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누구나 부족하고 불완전한 것이 인간입니다. 하지만 직접 고장 나고 넘어지기 전까지는 체감하지 못했나 봅니다. 나중에 돌아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여유가 없었구나.


강점 검사와 함께 권유받은 숙제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그동안 살면서 이루어낸 '성취 적어보기'였습니다.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면, 내가 어떤 걸 이루었는지 제때에 되짚어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바쁜 일상 때문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엄격한 성격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하면 성취한 것들을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이라면서 그 의미를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저의 강점을 적절히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저의 여러 성취도 그저 당연히 했어야 할 일로 치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3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그러한 성과를 충분히 칭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학원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학위 과정을 마치지는 못했지만, 그 기간 동안 얻은 것이 많았을 것입니다. 대학 입시에서도 고초가 많았지만, 그 또한 값진 성과를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저의 장점들과 마찬가지로, 제가 제가 미처 성취라고 여기지 못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노력해서 얻은 값진 결실이었지만, 당시엔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있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항상 몰아세우고 채찍질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한편 애써 노력하는 것과는 별개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일정 부분 우리의 통제 밖에 있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저는 최선을 다한다는 말의 뜻을 오해했습니다. 최선을 다함이란 스스로를 갈아 넣는다는 게 아니라, 가장 좋은 형태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게 아닐까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작정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면서 결과물이 성에 차는지 아닌지에만 몰두할 것입니다. 전자의 마음가짐은 성장이고, 후자는 소진입니다. 저는 소진의 마음가짐을 조금씩 내려놓고, 성장의 마음가짐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감사일기로 감사하는 마음을 길러보자

스스로에게 무조건 성공하라고 다그치는 건 성장의 마음가짐이 아닙니다. 성장의 시작은 내가 가진 것 중에 훌륭한 것과 모자란 것을 파악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혹은 강점 검사를 비롯한 전문적인 접근도 좋습니다. 지난 화에 보여드린 강점 검사 결과를 다시 소환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성격강점 검사 결과 중 상·하위 3개 항목

1. 학구열
2. 호기심(흥미, 모험)
3. 자기 조절(자기 통제)

...

22. 감사
23. 인내(끈기, 근면)
24. 사랑(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

VIA 성격 강점 검사 결과지(검사 일자: 2023. 03. 21)


강점검사 최하위 세 개 항목을 보면 조금 씁쓸합니다. 인성에 문제가 있나 싶습니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게 불만으로 느껴진다면, 개선하면 됩니다. 솔직히 '사랑'과 '인내'는 어떻게 할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감사'는 왠지 혼자서 해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이미 자기 인식의 전환을 통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갖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여러 가지 강점과 내가 이루어 낸 여러 가지 성취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에서 감사함 피어나던 어느 날, 감사한 것들을 매일 일기로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사지 멀쩡하게 태어나서 중량 훈련의 즐거움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내 삶의 아픔과 시련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 지난 3년 간 IT 직무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를 키우고, 회사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다달이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학자금 대출을 갚고 신용대출을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일기 - 매일 쓸 것(2023. 05. 02)


사실 처음 며칠은 감사할 만한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 어색하고 억지스러웠달까요. 기억을 쥐 잡듯이 뒤지고 감사한 마음을 쥐어 짜내면, 한 두 문장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에는 몇 주가 걸린다고 합니다. 억지로 쓰는 게 고역이기도 했지만, 계속 써보려고 했습니다.

- 족구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 다양한 속도로 걸을 수 있다.
- 걷다가 사진 찍기 좋은 구도를 발견할 수 있다.
- 조수석에 앉아서 적절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

-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일지 고민할 줄 안다.

감사일기 - 내가 가진 여러 가지 능력(2023. 05. 13)

돌아보면 달리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과 내 안에 있던 작은 것들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고백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보면 자기 최면을 거는 것 같습니다. 너무 작고 하찮아서 감사할 리가 없었던 일들. 그들을 지면에 옮겨 놓으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위에 보시는 것처럼 처음은 분명 작위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기 쓰기를 거듭할수록, 한 두 줄에 그쳤던 문장은 여러 꼭지로 늘어났고, 각각의 꼭지는 더 풍부하고 진정성 있는 감사의 말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일기의 내용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일기를 쓰면서 느껴지는 감사의 마음도 더욱 선명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 지금 직장에 입사한 지 1년 정도가 지났을 때 이사를 했다. 방 보증금으로 쓸 돈이 조금 모였기 때문이다. (...) 6.5평 원룸살이의 시작이었다.
- 원룸 자체는 그저 그렇지만, 당산동은 너무 만족스럽다. 살기 좋은 동네다. 평생 여기 살아도 좋을 것 같다. (...) 어쩌다 보니 살게 된 당산동이지만, 주변 환경이 너무 좋았다는 점에 감사하다.
- 당산동이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주변에 녹지가 많다는 점이다. 요즘은 도시로 갈수록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파트 단지는 저마다 우수한 조경을 뽐내며, 신도시에는 반드시 커다란 호수공원이 함께 조성된다. 당산동의 경우 한강과 선유도라는 천혜의 녹지 공간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 운동하거나 여가를 즐기기에 좋은 위치이다. 언젠가 당산동 리뷰를 쓰고 싶다. 동네 생활권에 대한 소개, 교통편, 역사, 현재 사는 사람들, 부군당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풀 수 있을 것 같다.
- 당산동의 또 다른 장점은 교통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9호선이 다닌다. 서울의 3대 업무 지구 중 하나인 여의도와는 도보로도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강남의 경우 지하철 9호선 급행을 타면 30분 내외로 닿을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업무 지구인 광화문도 마찬가지로 2호선, 9호선, 혹은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서울의 주요 지역인 홍대, 신촌, 용산, 영등포, 상암, 마곡, 김포/인천공항 등으로의 접근도 굉장히 용이하다. 심지어 일산이나 김포 등으로 향하는 광역버스 중 여러 노선이 거쳐가는 환승 요지이기도 하다. 교통 사기 당산동…

감사일기 - 당산동(2023. 05. 20)

위의 일기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 내용입니다. 주변에 감사할 일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감사일기, 어떻게 썼나?

당시에 감사일기를 쓰려고 노력한 과정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실제로 일상에서 느꼈던 감사한 마음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 감사함을 느낀 이유, 상황, 배경 등에 대해 떠올려 봅니다. 감사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기록합니다. 평소에 감사함을 느낀 적이 거의 없거나, 그런 일이 당장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우리는 감사한 마음을 키워낼 수 있을 겁니다. 다음과 같이 연습해 보면 어떨까요? 


(1) 먼저 감사할 대상을 정합니다. 감사할 대상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하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게 없다면 주변에 있는 것들을 탐색해 봅니다. 위에 보여드린 것처럼, 내가 살고 있는 집이나 동네와 같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들을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혹은 당장 시야에 보이는 학용품이나 각종 집기류, 군것질 거리, 소품, 가전제품 등도 나쁘지 않습니다. 최근에 겪은 소소한 일이나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습니다.


감사할 대상을 정했다면, (2) 그 대상이 가진 여러 가지 속성을 떠올려 봅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적어보면 됩니다. 마치 요점 정리를 하듯이 꼭지를 나누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감사할 대상의 여러 가지 속성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부분, 혹은 나에게 이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을 찾아내서 일기에 쓰고, (3) 감사하다고 표현합니다. 아래는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느끼면서 여러 편의 감사일기를 쓴 내용입니다. 

- `2023-05-29` 기분이 다운되면 감사할 일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한 찰나에, 오늘 한강공원에서 아름다운 하늘을 마주친 걸 떠올렸다. 따가운 햇살과 습한 공기. 서울에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거의 다 왔다. 낮에 한 시간 정도 걸었는데, 벌서 얼굴이 탄 것 같다. 여름이 온다는 게 너무 반갑다.
- `2023-06-25`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사계절 중에서 여름이 제일 좋다. 봄과 가을도 좋지만 여름이 더 좋다. 겨울은 질색이다. 여름이 좋은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단지 집 밖을 나서면 느껴지는 뜨거운 습기가 좋다. 그리고 내리쬐는 뙤약볕도 기분이 좋다. 피부 노화가 약간 걱정되지만, 뜨거운 햇살을 받으면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태양의 에너지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여름이 감사하다.
- `2023-06-28` 여름의 습한 공기가 좋다. 특히 밤이 되면 더 좋다. 솔직히 낮에는 조금 덥고 지치긴 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무와 풀숲에서 뿜어내는 향기가 마치 그들도 후욱후욱 거리며 거친 입김을 내뱉는 것 같다. 뜨근한 공기가 내 코와 입을 통과하면, 왠지 자연이 나와 가까이 있는 것 같다.

감사일기 - 여름(2023. 05. 29 외)

여름날의 무더위는 나를 힘들고 짜증 나게 합니다. 그러한 것들도 감사할 구석이 있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더욱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오늘 보여드린 일기 몇 편을 보면, 제가 좋아하는 키워드 몇 가지를 추려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운동, 공원, 야외 활동, 여름, 밤 산책, 풀숲 등등. 심지어 어떤 지역에 살고 싶은지와 같은 주거에 관한 취향도 일기에 드러났습니다. 일기가 나와의 대화라고 한다면, 감사일기는 나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건네는 것 같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게 뭐야? 너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게 뭐야? 그런 게 있다면 감사하다고 표현해 봐.' 


이쯤에서 제가 감사일기를 작성한 과정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0) 평소에 감사함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그 마음에 대해서 바로 기록한다.

(1) (당장 떠오르는 일이 없다면) 감사할 대상을 탐색한다.

(2) 그 대상이 가진 여러 가지 속성을 떠올린다.

(3) 그중 자기가 좋아하거나 자신에게 이로운 부분에 대해서 '~해서 감사하다'라고 표현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더욱 단련하기

- `2023-05-21` 운동의 재미를 알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오늘은 무리한 감이 있다.
- `2023-05-29` 운동을 즐기는 동기가 뭘까? 물론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성취감이 더 큰 부분이다. 점점 더 나아지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 유튜브에서 도파민에 대한 뇌과학 영상을 봤다. 대강의 요지는 힘들게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에서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라는 것이었다. 성과나 결과물에 희열을 느끼는 것을 경계하지 않으면, 우리는 점점 더 힘든 일은 기피하게 되고 결국 동기를 잃게 된다고 한다. 운동을 할 땐 때때로 고되다. 바벨을 무겁게 들어 올리기나, 숨이 찰 때까지 달리기, 혹은 다리가 터질 것 같아도 페달을 밟기. 하지만 고된 순간을 이겨내고 나면,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강력해져 있다. 그걸 알기 때문에 고통을 감내하고 운동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고통스러운 그 순간조차도 만족스러운 경험이라고 여겨보자. 당장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 결과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성공이다.

감사일기 - 운동(2023. 05. 21 외)

꾸준한 운동이 신체 능력을 개선하듯이, 우리의 마음도 꾸준한 행동을 통해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근육이 커지는 원리는 점진적 과부하에 있다고 합니다. 점진적이라는 말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며, 과부하는 근육이 간신히 견디거나 견뎌낼 수 없을 만큼의 자극을 가리킵니다. 근육은 점점 더 강한 부담을 견디면서 점점 더 자라게 됩니다. 


매일 감사일기를 쓰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자라는 것도 다를 게 없었습니다. 작고 사소한 일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표현하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일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 매달 한 번도 밀리지 않고 급여를 지급해 준 곳.

감사일기 - 직장(2023. 05. 08)

하기 싫은 일도 뒤집어보면 감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출근할 생각에 마음이 답답했지만, 매달 일정한 급여를 안정적으로 주는 직장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감사일기를 쓰는 일은 마치 제 기억과 일상 속에서 '감사함'을 발굴해 내는 활동입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감사함이 얼마나 많을까요? 지금 이 순간을 스쳐 지나가는 것들 중에서도 감사히 여길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 (...)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버렸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데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이유는 없다. 지금 당장 죽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어느 철학자가 물었다. 그럴 이유 또한 없다. 그렇다면 왜 사는가? 과연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동안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따금씩 질문이 떠오르면 막연한 감정에 압도되어 마치 안갯속을 걷는 것 같았다. 그딴 질문에 답이 있긴 한 걸까?

(...)

- 그동안 삶은 혼란스럽고 외로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삶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 내 삶에 고통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도전하고 극복할 고난이 주어진 것이라는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

감사일기 - 삶(2023. 07. 02)

도무지 왜 살아가는지 알 수 없던 인생도 감사할 일이 넘친다는 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감사일기를 쓰고 잠자리에 들면, 또다시 내일이 주어진다는 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마음의 기술

감사한 마음은 나에게 무엇이 주어졌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단지 내가 얼마나 감사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지독한 우울감에 빠져있던 때에 삶에 감사할 줄 알았다면 어땠을까? 그때만큼 건강이 나빠지진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때 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지난봄에 상담을 등록할 수 있었던 요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보면 당시에 상담을 경험해 본 것과 그 시기를 이겨낸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물론 세상만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를 무릎 꿇리고 상처 입힌 일들. 그런 일들을 마냥 감사히 여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감사일기를 꾸준히 쓰면서, 삶에 대한 저의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저절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내가 의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의 경험이었습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내게 이로운 면과 내가 좋아하는 면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삶'과 같이 무겁고 중대한 영역에서도, 막막한 기분 대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감사일기는 감사일기 자체에 대한 내용입니다.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한 경험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기록한 일기입니다.

- 감사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에는 감사할 거리를 찾아서 억지스럽게 쓰기도 했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감사할 일이 더 많이 생겼다. 실제로 감사할 일이 더 자주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감사함을 더 잘 느끼는 사람이 된 것이다. 사소한 일에도 감사함을 느끼고, 고된 일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여기게 되었다. 삶이 도무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럽고 답답해하던 모습에서 많이 발전했다고 느낀다. 감사일기를 쓰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다.

감사일기 - 감사일기(2023. 08. 05)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한 땀 한 땀 써내려 간 이 글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제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여러분이 시간을 들여 이 글을 읽어주시는 것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저의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제 경험과 생각과 감정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 글로써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히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감사함을 느끼는 게 의식적인 기술이라면, 어쩌면 행복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동안 내가 겪은 불행과 행복이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불행의 상당 부분은 내가 처한 환경, 상황, 혹은 주변 사람이 초래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기술이 부족해서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껏 내 안에서 만들어진 불행이 마음과 정신을 구속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은 세상 바깥으로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은 삶을 긍정하고 낙관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 충분히 있으신가요?






심리상담과 강점검사에 이어 감사일기까지 최근 저의 가치관 변화를 일으킨 일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여행 경험과 퇴사할 무렵에 대한 고민을 풀어볼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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