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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갑 Mar 01. 2024

무한한 욕구, 유한한 자원

(4) 경제적 자유

많은 이들이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를 원합니다. 매일 힘들게 출퇴근해서 한나절 일하고 스트레스받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반대로 대부분은 복권에 당첨되길 바라고, 큰돈을 쉽게 벌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는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면서 사람들을 현혹하고 지갑을 열게 만듭니다. 자극적인 문구로 현혹합니다. 현혹된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사람은 더 큰 부를 챙깁니다. 그러면 단기적으로 큰 수입을 올릴 수 있었고, 이러한 실적을 재투자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을 현혹시킬 수 있었습니다.


요즘 성공팔이 사기꾼에 대한 성토가 대체로 위와 같은 내용인 것 같습니다. 그 이면에는 쉽고 빠르게 큰돈을 벌고 싶다는 대중의 욕심이 존재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인지적 자유에 대해 다루었는데, 비판적 사고를 내려놓으면 허황된 가치를 좇아 다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 자유에 대한 정의

경제적 자유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각자의 가치관이나 경제관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임금 근로나 사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한 불로소득을 얻는 상태.' 이는 생계에 드는 고정적인 지출보다 투자 수익이나 임대료, 혹은 연금과 같은 수입이 더 큰 상황을 가리킬 것입니다. 그러면 월급을 받기 위해 직장을 다니거나, 개인사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구속되지 않는 상태, 경제적 자유라고 부를 만합니다.


한편 경제적 자유의 사전적인 의미는 뭘까요?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경제적 자유'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1. 각 개인이 자기 의지로 행동하면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앞서 언급한 경제적 자유와 미묘하게 다르지 않나요? 앞서 정의한 내용은 경제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 하고 다닐 수 있는 자유를 가리키는 반면, 뒤에서 살펴본 정의는 경제적인 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 경제적 자유는 인권 중에서도 자유권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경제적 자유(經濟的自由)는 인권의 자유권 중 하나이다. 사람의 경제 활동을 인권으로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경제적 자유' - 위키피디아


기본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대한민국 헌법도 찾아보았습니다.


제119조 ①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헌법


기본적으로는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권리를 존중한다고 합니다. 국어사전이나 위키피디아에서 정의한 맥락과 비슷합니다. 어떤 경제활동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자율적인 선택권을 경제적 자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요즘 자주 쓰이는 경제적 자유의 의미가 경제활동의 필요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위에 살펴본 정의들을 종합해 보자면 다음과 같은 개념을 제안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적 자유란 돈을 버는 방법과 쓰는 방법에 있어서 진정한 자유를 이룬 상태. 자기가 원하는 수단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지, 필요한 만큼의 수입을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원하는 것에 필요한 만큼 지출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진정 자유로운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 무작정 많은 돈을 벌고 무한정 값비싼 것들을 소비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그중에서도 값이 비싼 것들을 사서 직접 써보면, 그 값어치를 하는 건지 의아할 때가 있지 않나요? 자기 자신에게 얼마만큼 이 필요한지는 스스로 묻고 답하며 알아내야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물질적 필요가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도 경제적 자유에 있어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수동적 자유와 능동적 자유

앞의 에피소드를 보신 분들은 제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두 가지 자유의 개념은 각각 수동적 자유와 능동적 자유입니다. 두 가지 모두 내가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두 가지의 차이점은 전자는 자기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요인들로 설명할 수 있는 자유인 반면, 후자는 자기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개발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수동적-능동적 자유의 틀에서 경제적 자유를 보자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수동적인 경제적 자유란 자기 통제 밖에 있는 요인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입니다. 예를 들면 부모의 자산 수준은 어떨까요? 각자 태어나는 순간부터 서로 다른 수준의 경제적 자유도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이처럼 타고난 경제적 자유도의 차이가 각 개인이 겪는 삶의 형태를 상당 부분 결정합니다. 하지만 어릴 적에는 가정의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요즘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초혼 연령이 점점 미루어지다 보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기간도 점점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혼이나 출산 결정에도 부모의 경제적 상태가 영향을 끼치지 않나 싶습니다. 육아를 도와줄 부모가 인근에 살고 계신지 여부에 따라서 양육 부담이 체감상 다를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수동적 자유를 다룰 때 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 부분은 우리 삶의 자유도를 결정하는 데 꽤나 큰 영향을 끼치면서, 동시에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가장 대표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밖에 거시경제적인 환경도 개인의 통제를 벗어났지만 경제적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조금 극단적인 예시겠지만, 대공황과 경제위기 같은 상황은 개개인의 경제 상황을 송두리째 뒤엎어 버리니깐요.


반대로 능동적인 의미의 경제적 자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돈을 버는 수단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 그리고 수입과 지출에 대해서 온전히 통제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직장인과 임금근로자를 비하하는 표현 중에 '월급 노예'라는 말을 합니다. 노예라는 표현은 부당하지만, 스스로 직장생활에 예속되어 있는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는 단순히 불로소득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직장에서 해고당한다면 당장 생계가 어려워질 만큼 취약한 경우, 즉 월급이라는 현금 흐름에만 온전히 의존하고 있는 상태는 경제 주체로서의 주도권을 회사에 맡기고 있는 샘입니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경제 활동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월급의 노예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수입과 지출을 온전히 통제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앞서 경제적 자유의 사전적 의미를 보았습니다. 경제 활동을 자유롭게 한다는 뜻은 돈을 벌고 쓰는 방식을 충분히 자율적으로 통제한다는 뜻일 겁니다. 그렇다면 수입과 지출이 각각 어떤 항목으로, 각 항목은 어떤 형태로 들어오고 나가는지 모두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수입이나 지출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돈을 벌어 들이는 수입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형태지만, 돈을 쓰는 지출의 형태는 매일매일 달라질 만큼 다양합니다. 모든 지출에 대해서 엄격하게 이유를 따지고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습관적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지, 담배나 커피, 혹은 쇼핑처럼 중독적인 소비에 빠져 있지 않은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독 소비만큼 경제적인 자유를 빼앗아가는 것도 없습니다.




경제적 자유에 대해 쓰는 와중에 구직 활동을 하느라 조금 바빠졌습니다. 앞으로 당분간 9-to-6 직장에 다시 다니게 될 것 같습니다만, 적어도 직무 분야만큼은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정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약간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다음 주 에피소드에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 마저 쓰고, 기술적 자유로 넘어가 보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더 자유로워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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