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덕갑 Mar 08. 2024

기술혁명의 파도를 서핑하라

(5) 기술적 자유

자유의 육각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로운 삶을 구성하는 요소를 크게 여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6대 영역은 차례대로 신체, 정서, 인지, 경제, 기술, 그리고 예술입니다. 


각각은 또다시 수동적 자유와 능동적 자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동적 자유와 능동적 자유를 구분하는 기준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은 수동적 자유, 반대로 내가 쥐락펴락 할 수 있고 심지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능동적 자유입니다. 


어제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수동적 자유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갖고, 능동적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매일 조금 더 자유로운 삶을 맞이할 것입니다.


왜 자유를 지향하느냐? 이렇게 물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자유가 없는 삶은 기계, 가축, 노예, 혹은 하수인의 삶이 아닐까요? 반대로 삶의 여섯 가지 영역에서 조화롭게 자유로워진다면, 진정 자기 인생을 주인으로서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은 저의 개인적인 가치관에 불과합니다.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각자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 가치를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 그러한 가치를 좇게 된 이유나 계기가 무엇인지, 남들에게 권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지...


제가 자유를 외치게 된 계기는 본 연재물의 전반부에 드러납니다. '삶의 목표를 다시 쓰는 여정'이라는 수기를 통해 되돌아보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삶의 주도권을 잃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동안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야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나에게 행복감과 강인함을 주는구나 하면서, 자유의 의미를 글로 정리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연재함으로써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아주 조금의 영감을 전할 수 있다면 그보다 보람찬 일이 없을 것입니다.


어느새 여섯 가지 영역 중에서 다섯 번째 영역에 도달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기술적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기술적 자유란?

'기술'은 중의적인 어휘입니다. 흔히 과학·기술로 묶이는 'technology'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능력의 차원에서 'skill'이나 'technique'의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각각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술(技術)

1. 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
2.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

표준국어대사전


후자가 가리키는 스킬, 숙련, 역량, 요령 등은 나머지 자유 영역에 골고루 흩어져 있습니다. 신체적 자유에서의 운동 수행 능력, 정서적 자유에서의 감사하는 마음가짐, 인지적 자유에서의 효과적인 지식 습득 요령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반면 이번 에피소드의 기술적 자유는 과학과 기술에 관한 개념입니다. 기술적 자유는 여러 과학 기술과 그 산물에 의해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주체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식과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기술 변화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고 계신가요? 혹은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신가요?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고령자의 정보 소외 현상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키오스크가 여러 음식점이나 카페에 확산될 때,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워서 곤란해하는 어르신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분들은 단말기의 터치 스크린이나 모바일 앱을 닮은 UI가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어려워서, 다른 손님들에게 미안해서, 잘못 주문할 까봐 두려워서, 화면이 너무 작아서 심지어 주문을 포기하게 된다고도 합니다. (참고)


앞으로 키오스크 UI가 얼마나 고령자 친화적으로 달라질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교육이 얼마나 많은 노인들에게 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술이 발전하거나 변화하면서, 그 기술로부터 거부당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기술은 인간의 편익을 위해 개발되어 왔지만, 그 편익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키오스크는 작은 사례에 불과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AI 기술 등을 보면, 앞으로 기술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명한 미래학자들은 특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언젠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어떨까요? AI를 개발하는 AI가 연구를 거듭하면서 AI를 개발하는 더 나은 AI를 만들게 될 것이고, AI를 개발하는 더 나은 AI는 그보다 훨씬 더 나은 AI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고... 영화 매트릭스에서 그리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상에서 현실로 오자면, 기술을 주체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식과 능력을 기술적 자유라고 했습니다. 신기술이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일부러 소외당할 수는 없습니다. 그 대신 기술에 대해 주도권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위한다면 기술적인 영역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수동적 자유와 능동적 자유

자유의 육각형 프레임워크는 각각의 자유 영역을 수동적 자유와 능동적 자유로 나눕니다. 수동적 자유는 나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요인들로 인해 결정되는 자유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능동적 자유는 나의 노력이나 투자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자유의 수준입니다.


기술적 자유를 다시 정의하자면 삶의 가치 실현에 있어서 과학기술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자유를 잃어버린 삶은 기술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여파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삶입니다.


기술의 수동적 자유

기술의 수동적 자유는 주체적인 기술 활용에 있어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어지는 자유입니다. 기술의 영역에서 수동적 자유를 정하는 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동시대의 기술 발전 수준은 어느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정도 되는 영향력이 있는 개인에게는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앞서 키오스크 사례와 같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것은 각자의 통제 밖에 있는 일입니다. 키오스크와 관련된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군가 발명하고 출시하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기술이 쇠퇴하는 것 또한 개인이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사회·경제적인 쓸모가 없어져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기술들. 그 사라진 기술의 가치에 의존해서 살아온 사람은 삶의 가치 실현 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술의 능동적 자유

반대로 기술의 능동적인 자유는 기술 활용 능력을 능동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동시대의 기술 수준은 시시각각 달라지지만, 각각을 얼마나 활용할지, 애당초 활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개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그리고 주도권을 잃지 않는 수준에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나오는 생성형 AI 기술들의 완성도는 어디까지 가게 될까요? 당장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이미지가 조악하다, 이런저런 불편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반면 아직 완전하지 않은 형태라도, 자기 작업물에 적극적으로 보태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당장의 쓸모를 떠나서 해당 기술의 문법을 익힌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그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의 격차는 나중에 점점 더 벌어질 것입니다. 


ChatGPT 서비스가 출시되었을 때 UI의 혁신이라는 의견을 접한 기억이 납니다. 기존의 UI는 서비스 제작자가 제시하는 메뉴 안에서 클릭하거나 터치하는 방식이었다면, ChatGPT는 말 그대로 채팅하는 방식의 UI입니다. 이제는 채팅을 넘어 음성으로 소통하는 기능까지 나왔습니다. AI 기술과 대화하는 방식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훗날 '나는 할 줄 모르겠다' 하면서 두 손 두 발 놓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이런 내용이 여러분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아닐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최신 기술에 대해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해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달라질 뿐입니다. 물론 나를 둘러싼 세상만사를 모두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삶과 일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자유와의 상호작용

지금까지 기술적 자유의 정의와 더불어 수동적 자유와 능동적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기술적 자유는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기술 환경 속에서 자기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산업혁명과 같은 거대한 기술적 변화를 파도에 비유하곤 합니다. 기술적 자유를 잃어버리면 파도에 휩쓸립니다. 반대로 기술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은 파도를 넘습니다. 마치 서핑하듯이 파고를 파악하고 균형 감각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급변하는 기술이 두렵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에 앞서 총 네 가지 자유 영역에 대해서 다루어보았습니다. 남은 글에서는 기술적 자유와 나머지 자유 영역이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신체적 자유

삶의 목표를 다시 쓰는 여정 (3)에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글에서 빠진 내용이 있다면, 그 무렵 친구에게 선물 받은 애플워치에 대한 내용입니다. 애플워치와 같은 스마트 워치를 착용해 보시면 알겠지만, 여러 가지 신체 지표나 운동 기록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기록의 힘은 루틴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줘서, 스마트 워치로 운동 기록을 거듭할수록 더욱 큰 동기를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앱으로 출시되는 운동 루틴 기록을 위한 앱들도 마찬가지 역할입니다. 저는 이러한 IT 기술들의 도움을 받아서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신체적 건강을 개선한 경험이 있습니다.


정서적 자유

기록은 루틴의 양분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삶의 목표를 다시 쓰는 여정 (4)에서는 매일 감사일기를 쓰면서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간 이야기를 들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때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한 공간은 Notion 개인 페이지였습니다. 요즘은 일기를 다이어리에 손으로 쓰고 있습니다만, 생산성 툴을 마음 돌보는 일에 활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Notion 데이터베이스를 적절히 활용하면, 여러 글을 단순히 저장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주제나 키워드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감사일기, 감정일기와 같이 종류별로 구분하고, 감정일기 안에서도 사랑, 배려, 망설임, 불안과 같이 키워드별로 기록을 누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입체적으로 성찰하는 데에 여러 가지 기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지적 자유

인터넷은 인지적 자유를 확장하는 탁월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만 있으면 수많은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배울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죠.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보의 바닷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정확한 정보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러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인지적 자유를 빼앗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적절히 활용하는 한 가지 방법은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것입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콘텐츠를 소비할 때 어떻게 자신의 콘텐츠에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혹은 생산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소비하게 됩니다. 아무 콘텐츠를 임의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권하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콘텐츠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능동적으로 찾아 나섭니다.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할 만합니다.


경제적 자유

자유의 육각형에서 경제적 자유는 수입과 지출을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노동이나 개인사업 없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닙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에피소드 무한한 욕구, 유한한 자원 - (4) 경제적 자유를 참고해 주세요!)


앞서 생성형 AI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과학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개인의 생산성이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 자유를 추구함으로써 커리어 전문성을 더욱 개선하고 대체 불가한 인력이 된다면, 직장이나 직업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입니다. 이로써 궁극적으로는 수입을 벌어들이는 방식에 대해 더욱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갖게 됩니다. 기술적 자유를 통해 경제적인 주도권을 강화하는 방법에 대한 이론입니다.




연재를 올릴 때마다 여러 단골손님들이 오셔서 라이크잇을 해주십니다.

점점 더 높아지는 수치를 보면 도파민이 짜릿하게 터지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을 매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왕 읽어주시는 거 시원하게 구독도 눌러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주는 예술적 자유를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한 주 동안 더욱 자유로운 삶으로 향하시길 바랍니다.

이전 13화 무한한 욕구, 유한한 자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