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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sol Jan 31. 2024

노인이라고 하지 마세요.

아직 현역입니다.

 일본에서 살기 시작했던 10여 년 전의 기억이다.


 일본 TV 뉴스에서 '요요 세계대회 현장'에 있다며 젊은 남성 리포터가 한껏 밝은 얼굴로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요요'는 줄에 둥근 기구 같은 것을 양쪽으로 매달아서 줄을 공중에 던져 회전시키기도 하며 여러 모양으로 묘기를 보이는 놀이의 종류로, 어렸을 때 갖고 놀던 기억이 있었지만 이런 놀이를 세계대회까지 하나~하고 새삼 궁금해서 TV 앞에 앉았다.


 요요 세계대회[1]에 참가한 어느 참가자와의 인터뷰 장면이 나왔다. 뛰어난 실력으로 상을 받았는지 리포터는 거듭 대단하시다며 한참을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 마지막 대화였다. 


 "멋진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오늘 이 대회에 참가하신 참가자분은 언제부터 '요요'를 시작하셨습니까?"

 "하하! 글쎄 한 20년쯤 됐을까요? 제가 72세 때 손자들이 '요요'를 갖고 노는 걸 보고 나도 한번 해볼까 하고 시작했죠"

"아~ 네~ 20년이나 되셨군요. 역시 오랜 기간 연습하셔서 그런지 실력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20년 전, 72세에 시작했다면 그때 당시 92세.


 72세에 뭔가를 시작했다는 92세 참가자의 얼굴을 보니 아직도 한참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활기차고 밝은 얼굴이었다.

 72세에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니...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TV 화면 하단에 인터뷰 내용이 자막으로 나왔다.


'오늘 참가자 남성 ○○씨(92세) 인터뷰 내용'이라고...


 92세 남성...


 그러고 보니 더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의 장면이 기억이 난다.


어느 시골 마을의 마을회관에서 주민 회의가 있다고 스피커로 알림 고지를 듣고 주민들이 속속 회의 장소로 모이는 중이었다. 논둑 위로 길게 뻗은 둑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70대 여성을 앞지르며 80대 여성이 돌아보며 외쳤다. 화면 하단에 뛰는 사람의 이름과 나이가 표기되어 있었다.


 74세 여성 ○○씨, 82세 여성 ○○씨  


"빨리 뛰어가야지~ 회의 시간에 늦는다고!"


  80대 여성이 뛰는 속도는 만만치가 않았다. 70대 여성이 뒤따라 뛰기 시작했다.


  그 뒤에서 90대 여성이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뛰어가는 두 사람을 앞질러 가며 소리쳤다.


 91세 여성 ○○씨.


"미안! 먼저 갈게~!"


 스고이(すごい)!!!  대단해!


 그땐 그 장면을 보고 진정으로 놀랐다. 설정이 아니었다. 아니, 아무리 프로그램 작가가 만들어 준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힘차게 뛰거나 자전거로 속도를 내며 달릴 나이가 아니지 않은가. 


 일본에서는 고령자라고 해도 현재도 계속 일을 한다던가 취미 활동이나 운동 등으로 자기 계발을 계속하는 사람을 현역(現役)이라고 표현한다. 현재도 열심히 자기 인생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자기소개를 할 때에도 '올해 94세, 아직 현역입니다.'라고 자신이 아직 이 지구상에서 한 사회의 조직원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한다. 


 실제로 90세가 훌쩍 넘은 건강한 사람들이 경이로운 기록을 경신하는 경우도 많다. 2023년 요미우리 온라인 신문에 게재된 내용이다 [2]. 


 수영 3.8km, 자전거 180.2km, 달리기 42.195km로 합계 226km의 경주, 일명 「아이언맨 레이스」라고 불리는 철인삼종 경기에 도전한 90세 남성 이나타 히로무(稲田 弘)씨의 기사 내용이다. 그는 이미 2018년에 16시간 53분에 주파해 ‘세계 최고령의 완주자’로 기네스 기록에 올랐다고 한다. 이번에는 그 기록을 경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나가노현 지노시(長野県茅野市)에 거주하는 94세 마루모 이이치(丸茂伊一)씨는 세계 최고령의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이다. 2023년 1월 대회에 93세라는 나이에 출전하여 자신의 기네스 기록을 경신했다.


 아오모리시(青森市)에 거주하는 92세 다나카 히로오(田中博男)씨는 2023년 3월에 개최된 폴란드 세계 마스터스 실내 육상 선수권 200m 경기, M90(남자 90세~94세) 클래스에 참가해서 38초 79라는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90세가 넘은 그들은 멋진 현역 남성들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 한국.


 며칠 전 TV 뉴스에서 교통사고로 60대 노인이 크게 다쳤다는 사고 소식을 들으면서 갑자기 '그건 아니잖아' 하고 생각했다. 60대가 왜 노인이냐고.


  92세에 요요 대회에 참가한 멋진 현역과 70대, 80대, 90대 여성들의 논둑길 달음박질, 철인삼종 경기에 출전한 90세의 아이언 맨, 93세 세계 최고령 스케이트 선수, 세계 신기록을 달성한 200m 달리기 92세의 육상 선수.


아무도 그들을 노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겨우 60대인데, 노인이라고 하지 마세요!


2023년 9월 현재 일본 총무성 통계국(総務省統計局)의 통계 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고령인구는 3,623만 인으로 전체 인구의 29.1%에 해당한다고 한다 [3]. 고령자가 이렇게나 많은 사회에서도 노인이라는 단어를 흔하게 또는,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80대 여성, 혹은 90세 남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당사자나 듣는 사람이나 익숙해져 있다. 이 현상에는 사회적 객관성이 부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가.


 70세가 넘어도, 80세가 넘어도 아직 남자이고 싶고, 여자이고 싶은 사람들이다.


 앞으로도 한참을 계속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우스꽝스러운 걸음으로 열심히 팔을 저으며 만보 걷기 운동을 하고, 주름진 얼굴이 보기 싫어서 돈을 들여 성형을 한다.


 혹시 마음도 늙을까 걱정되어 젊고 예쁜 아이돌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드라마와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보며 그들과 공감, 공생하면서 나이 먹기를 거부한다.


 몇 년 전에 지인 한 분이 기분 나빴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치료 후 경과를 검사받기 위해 늘 다니던 치과에 갔는데, 간호사가 소리를 크게 내어 말하더란다. 잘 들리는데도.


"할머니~ 예약은 하셨어요?"

"먼저 오신 환자의 치료가 끝나면 알려드릴 테니 할머니께서는 잠시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할머니, 이제 검사실에 들어가셔도 돼요"


자신에게 할머니~ 할머니~ 하는데, 버럭 소리치며 화를 냈다고 한다.


"할머니라고 하지 마세요! 할머니라는 호칭 듣기 싫어요!".


 "이름을 불러주세요!" 하고.


  그녀의 나이는 76세였다.


 이제 막, 문화센터 하모니카 교실을 다니며 하모니카 선생님을 짝사랑하기 시작한 76세의 소녀였던 것이다.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시라고요!





[1] 참조 JAPAN YO-YO FEDERATION 공식 홈페이지 https://wyyc2023.com/ja/


         WORLD YO-YO CONTEST 2023 – Cloud Native Inc. Presents WORLD YO-YO CONTEST 2023

大会の映像 大会の写真 Day 4: Day 3: Day 2: Day 1: まもなく開催! 会場について 開催部門 8/17-: 結果は本ページ上部に掲載しています 8/7: 事前販売チケット付属の特典グッズ にヨーヨーの写真を追加 7/29: コンテストサポーター(個人スポンサー) を公開 7/27: フリースタイル演技順 (PDF) 、 公式アンバサダー 、 ファンイベント 、 ヘアスタリングブース を公開 7/25: AP部門決勝進出者 を発表 7/23: スポンサーページ を更新。 登録済み選手リスト を更新(シード情報を追加しました) 7/19: 1DAYチケットの販売 を開始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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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출처:요미우리 온라인신문 https://www.yomiuri.co.jp/column/wideangle/20230515-OYT8T5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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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yomiuri.co.jp


[3] 참조 日本総務省統計局報道資料 https://www.stat.go.jp/data/topics/pdf/topics13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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