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연행 Oct 15. 2024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아침

아홉 살 마음에도 고마움 가득

마음이 몽글몽글, 말랑말랑 해지는 아침이다.

어찌 보면 그냥 고마운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정말 찐 감동을 받았다.     


항상 내가 생각한 거 이상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잘 챙겨주는 사람..

이 동네 이사 와서 만난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많다.     


우리 형편에 버거운 동네라

처음엔 이사를 반대했었지만

여기 이사 온 걸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점이

바로 이런 마음 따뜻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진심인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는 것.     

여기 오지 않았으면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다.     


출근하고 책상 정리하고 있는데 둘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오늘 아침에 아주 특별한 일이 있었어.”

“응~ 어떤 일?”

“아침에 학교 가는데 우산을 안 갖고 갔거든. 근데 OO이 엄마가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주셨어.”

“그래? 에구... 우산 챙겨가라고 했잖아. 그래서 고맙다고 말씀드렸어?”

“어~ 고맙다고 했어. 이제 끊어~~ 뚝...”     


오늘 아침은 초2 둘째가 혼자 학교를 가는 날이었는데 밖에 비가 왔다.

먼저 출근하면서 비가 오니 우산을 꼭 챙겨가라고 전화도 했는데, 나가면서 또 까먹었나 보다.

그런데 등굣길에 아는 엄마가 아이 우산을 따로 사서 챙겨준 것이다.     


보통은 우산을 같이 쓰고 가라던가 다른 우산 하나가 있으면 빌려준다거나 그러는데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산을 새로 하나 사서 아이 손에 쥐어주었다.

마음에서 찐 감동이 밀려왔다. 


나 같으면 우산을 새로 사서 준다는 거 자체를 생각 못할 거 같아서다.

비가 그렇게 많이 온 건 아닌데, 그렇다고 우산을 안 쓰기는 애매한 정도였던 거 같은데 아이 혼자 가는 걸 보니 안쓰러웠나 보다.

선뜻 손잡고 편의점 가서 편하게 쓰라고 우산을 사준 모양이다.     


너무 고마워서 카톡을 보내고 그냥 넘어가긴 그래서 카톡 선물하기에서 커피 쿠폰을 하나 보냈다. 

덕분에 아이도 편하게 학교 가고 내 마음도 너무 따뜻해진 아침이어서, 이런 아침을 나에게 선물해 준 것이 고마워서...

아침에 아이들 등교시키고 엄마들하고 즐겁게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라고 보내줬더니, '당연한 일인데 이런 걸 또 보내냐'면서도 고마워하는 답장이 온다.

훈훈하다.     


이게 그냥 나에게 빌려주거나 사준 우산이어서가 아닐 거다. 

내 아이에게

내 손길이 미칠 수 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나 대신 내 아이를 챙겨준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다.

맞벌이 부모는 다 같은 마음이 아닐까?     


오늘 하루도 덕분에 힘이 난다.

감사하는 마음은 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는데, 오늘 나에게 ‘감사’가 제대로여서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다.


내 아이도 

아는 엄마의 호의로 

9살 어린 마음에 

‘감사’라는 단어가 제대로 새겨졌을 거 같다.

세상엔 이렇게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해준 것도.

넌 충분히 사랑받고 챙김을 받는 소중한 아이라는 느낌이 들게 해준 것도.

아이게게 이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부분이 무엇보다 더 고맙고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며느리카드를 쓰고 싶은 시어머니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