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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쌤 Nov 20. 2024

앙리 루소

꿈(1910년), 뉴욕 현대미술관


이 그림은 마치 이국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어 내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던 작품이다. 하지만 한 동안 잊고 지내다 2018년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다시관심을 갖게 된 앙리 루소의 대표작이다.


현재 초등교사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내 꿈은 줄곳 화가였다. 그래서 퇴근 후엔 화실을 다니며 그림을 배웠고,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결혼 후에는 일요일마다 야외에 나가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문득 사자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세 점의 사자 그림을 전시했다. 당시엔 왜 갑자기 사자가 그리고 싶어졌지? 생각하다 사자를 그린 화가가 있나 찾아보니 앙리 루소가 있었다. 이 작품 외에도 루소의 그림에는 종종 사자가 등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삶이,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사자를 그리려했던 심리도 어쩌면 나와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는 나이브 화가, 소박파 미술의 대가로 불리는 앙리 루소는 1910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정글을 그렸다. 이 그림은 풍경화이지만 제목처럼 꿈속에서라도 가보고 싶은 정글을 그린 상상화다.


'야드비가는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꾸고 있습니다. 땅꾼이 피리를 부는 소리를 들었지요. 달은 꽃들과 푸릇한 나무를 비춥니다. 뱀은 피리의 아름다운 소리를 즐깁니다.'


루소가 작품 제목 옆에 손수 쓴 시이다.


자신의 젊은 시절 옛사랑 야드비가의 꿈을 모티브로 열대 우림의 정글 풍경을 표현했다. 가운데 부분에는 검은 피부의 남자가 서서 피리를 불고 있고, 그 앞에는 놀란 눈의 사자 두 마리가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에는 주황색 뱀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주변에는 다양한 열대 식물과 꽃들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정글에 간다한 들 이런 풍경은 보기 어렵다. 마치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원시 동화 속 세상을 보여주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평생 프랑스에서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 루소, 어쩌면 루소는 현실에서 벗어나 위대한 화가가 되고 싶은 자신의 처지를 꿈(The dream)이라는 소재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1844~1910년)는 22년간 프랑스 말단 세관원이었고, 전문적인 미술 교육 없이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리다가 1893년 전업예술가가 되었다. 그런 탓에 당시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일요화가'라고 불렸지만, 루소는 누가 뭐라 해도 주눅 들지 않았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좋아하는 명작을 따라 그리고, 식물원과 동물원을 찾아가 꼼꼼히 관찰했다. 긴 여정의 끝에서, 그는 마침내 화가 피카소와 시인·평론가 아폴리네르 등 그의 작품을 알아봐 주는 친구들을 만난다. 그렇게 그는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상상력과 열정으로 자기만의 그림 세계를 개척해 64살 때 비로소 소박파로서 정점을 찍는다.


어색한 인체 비례, 상상과 현실의 독특한 조합, 원초적 세계 같은 이미지가 앙리 그림의 특징이다. 강렬한 색채는 훗날 현대 미술 작가에 영향을 미쳤고, 피카소는 루소의 열렬한 팬이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루소는 66세 되던 해 건강을 돌보지 않고 작업에 몰두한 탓에 몸이 쇠약해졌다. 다리에 난 상처가 덧났고, 감염은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져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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