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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소다 Oct 05. 2024

9화, 변호사선임: 이혼 후 소송을 결심하다.

이혼이 두려운 당신에게


이혼을 하고 4개월이 흘렀고, 그동안 이혼을 했어도 전남편과 친구처럼 지내려 노력했다.

그것이 아이에게 좋을 것 같았기에...

그래서 전남편이 주말에 아이를 보러 올 때마다 아이가 원한다면 기꺼이 함께 했다.

놀이공원 워터파크도 주말마다 함께 했다.

아이 앞에서 만이라도 그저 다른 평범한 가족처럼 느껴지도록 노력했기에, 아이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좋은데 왜 따로 살아?"라고 물어볼 정도로 나는 연기에 몰두하였다.


마치 이혼은 없었던 것처럼, 그런 노력 덕분일까?

아이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찾아왔고, 협의이혼 당시 약속했던 대로 재산분할 명분의 돈을 받는 날이 다가와 전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아이의 아빠이기에 당연히 지급하기로 한 날에 맞춰 돈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돈 이야기가 나오자 차갑게 돌변한 태도와 목소리...


지금 당장 돈을 주고 싶지만, 돈이 없다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어머님께 돈을 드려서 돈이 없네. 돈을 주고 싶어도 없어서 못주는 상황이야."라고 하였다.


다음날 한때는 나의 시어머님이었던,

아이의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그 돈은 내가 받아야 할 돈의 일부이니 돌려 달라고 하였으나 돌아온 대답은 "돈? 무슨 돈? 나는 모르는 일이야."였다.


아이의 할머니와 통화를 하며 4년 전 이혼할 뻔했던 이야기가 나왔고, 전남편이 몰래 몇천만 원이란 돈을 대출았고, 그 돈으로 주식과 코인을 했으며 모두 날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말이 되는 행동이냐?"는 나의 질문에

아이의 할머니는 "이미 지난 일인데 이제와 무슨 소용이야"며 말을 돌렸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전남편은 부모님에게도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했기에...

그저 '받아야 할 돈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다음날 전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의 부모님과  통화했냐며 뭐라고 말했냐고 소리를 질렀다.

약속한 돈을 달라는 나의 말에는 한숨을 쉬며,

부동산이 하락세라 집값이 떨어져 대출이 안 나온다. 뉴스 좀 보고 말해라.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냐.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알고 있냐.

이런 말들로 나에게 되레 화를 내었다.


내가 왜 전남편의 경제상황을 알아야 하며, 약속한 돈을 눈치를 봐서 받아야 되는가.

내가 한 푼 없이 아이와 나와서 여태까지 기다린 건, 당신이 아이 아빠이기에 아이를 생각해서 당연히 약속한 날에 돈을 줄 거라 생각했다고... 아이와 살려면 돈이 필요하기에 꼭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재산을 자신의 돈이라 생각하는,

아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 아는,

그런 사람이 아이의 아빠라는 것이 정말 부끄러웠다.


결국 소송을 해서라 받아야겠다고 결심하였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나는 더 이상 아이 앞에서 그저 평범한 가족인 것처럼 연기할 수 없었다.


방학 때마다 아빠와 일주일정도 함께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밤마다 아빠를 그리워하며 갯잇을 적시던 딸이기에 아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걱정이 되었다.  

더 이상의 연기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했다.


구체적이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그리고 솔직하며 감정을 배제하고 담백하게 말했다.

"아빠에게는 엄마가 아닌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고... 앞으로 엄마는 아빠와 만나고 싶지 않다고..."

아이는 선뜻 나에게 물어보지 못하고 망설였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아이에게 얼마든지 물어봐도 괜찮다고 하였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빠와의 관계에 대해 자신이 궁금했던 부분과 서로 사이가 나빠진 이유 등 그동안에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감정을 알고 싶어서 물었다.

"왜 눈물이 나올까?"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다.

"눈물이 나는데 왜 나는지 모르겠어..."

나는 혹시 슬퍼서 우는 건지 물었다.

"아니, 슬프진 않은데 눈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 나도 눈물이 멈췄으면 좋겠어."

아이는 마치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어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그날부터 아이는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의 질문에 언제나 담담하고 솔직하게 답해주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어른들의 문제로 우리 아가에게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해서 미안해."


이제 아이는 방학 때마다 아빠와 함께 지내고 집으로 돌아와도 더 이상 울지 않다.


봄을 담다. 사랑을 담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그저 평범한 가정인 척하는 연기가 아니라, 솔직하고 담백한 대화였던 게 아닐까?

엄마와 아빠는 헤어졌지만,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나는 늘 아이에게 말해주고 있다.


오늘 밤에도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줘야겠다.


"딸아, 사랑해.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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