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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소다 Sep 28. 2024

8화, 이혼신고를 하다.

이혼이 두려운 당신에게


오늘은 2차 출석일, 법원에 가는 마지막 날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지나 매서운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울이 되었다.


9월 말, 따로따로 이사 후 단둘이 만난 건 처음이었다.

법원에 가기 전 전남편 명의의 자동차이자, 

평소 내가 타고 다니던 작은 중고차를 나의 명으로 옮기고 함께 법원으로 향했다.


법원에 들어가 다시 나올 때까지

혹시 이혼을 못하겠다고 번복하면 어떡하지?

이혼 못한다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마음을 졸였으나 다행히 그런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다.


법원에 들어서면 이혼희망 부부들이 모여있다.

지난번과 같이 나의 차례가 되면 판사님 앞에서 이혼을 희망한다고 이 마음이 변하지 않았음을 알린다.


판사님은 양육권과 친권, 양육비, 재산분할이 적힌 협의서에 대해 말하며 서류에 적힌 내용을 검토한다.

서류를 검토 후 수정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이 부분을 어떻게 수정할지 이혼희망 부부에게 협의 후 다시 알려달라고 시간을 준다.


나의 경우 면접교섭일 날짜가 명확하지 않아 추후에 이 부분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날짜를 명확하게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 부분협의해서 수정할 때까지 협의이혼 승낙을 받을 수 없다.

판사님의 요청대로 면접교섭일 날짜를 명확하게 지정하고 나서야 이혼을 승낙받을 수 있었다.


물론 아이의 아빠이기에 아이가 원한다면 언제든 볼 수 있게 할 생각이었다.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이혼희망 부부는 이혼승낙을 받으면 법원에서 '이혼신고절차'가 적힌 종이와 함께

'확인서 등본', '양육과 친권자결정에 관한 협의서등본', '양육비부담조서'라는 서류를 준다.


이혼신고절차가 적힌 종이를 천천히 살펴본다.

오늘부터 3개월 이내 시청에서 신고가 가능하며 (단, 주민센터는 안됨) 혼자 신고를 하러 갈 경우 상대방의 도장과 제출자의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또한 이혼신고 시 법원에서 받은 '확인서 등본', '양육과 친권자결정에 관한 협의서등본'이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양육비부담조서'는 양육비 부담에 대한 협의가 되었음을 확인하는 서류로 이혼신고가 되면 이혼신고 다음날부터 자녀가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월마다 협의된 금액을 협의된 날짜에 지급한다고 적혀있다.

'양육비부담조서'는 양육비지급불이행 시 강제집행이 가능하므로 각자 보관한다.


전남편과 나는 법원에서 이혼승낙을 받자마자 바로 근처에 있는 시청에서 이혼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하는 전남편에게

"리 아빠 멋진 사람이야~"라고 아이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잘살라고 말했다.

전남편은 그래 너도 잘살라며 마지막으로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눈에 있던 눈물이 다 메말랐는지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오늘은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다.


가족과 그동안 아껴두었던 화이트와인을 땄다.

오늘을 기념하며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10년 동안 매일 술을 마시던 전남편 때문인지,

이제 가장이 되어 한 아이를 책임져야 하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라는 책임감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언젠간 눈물이 날 만큼 행복하고 기쁜 일이 있다면...

책임감의 무게를 버겁게만 느끼지 않고 즐수 있다면...

그때는 다시 마실 수 있지 않을까?


며칠 뒤 이혼신청이 완료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집 근처 주민센터에 방문하여 혼인관계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봤다.

이젠 남이 되었음을 확인하며 이혼이 현실임을 실감한다.


7월 말부터 이야기한 이혼은 해를 넘겨 1월이 되어야 끝이 났다. 

10년 동안 함께한 가족이 남이 되었다.


상처는 파도를 따라 부서져 물거품이 되었다.


해가 뜨기 직전, 푸르스름한 새벽색으로 물든 겨울바다를 바라본다.

파도에 부서지는 물거품을 보며 그동안의 상처를 떠내려 보낸다.


상처는 파도를 따라 부서져 물거품이 되었다.


이제 곧 해가 뜰 것이다.


매일 뜨는 해지만, 오늘만큼은 새로운 희망과 함께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다.

새로운 희망을 품은 해를 기다리며 나의 선택에 후회 없이 살고 싶다고...

이 현실을 마주할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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