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갓 내린 고소한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자동차에 가득 주유를 한 뒤, 아이의 학원비와 공과금을 납부한 후에는 마치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한층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이혼이 내 현실이 되면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 결과, 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내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 절차에 대해 배워야 했다.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변호사님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던 나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카페를 통해 이혼 선배들의 글을 읽고 질문을 하며 하나하나씩 배워 나갔다.
이혼을 앞두고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과 이혼의 아픔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글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당사자인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카페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혼자서 전자소송으로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글을 통해 힘들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멋지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느꼈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생각의 씨앗을 마음속에 심었다.
유책 사유가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절대 원치 않으며 이혼 소송이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돈만 받으면 되니, 그리 어려운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그래, 당신에게 한 푼도 양보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내겠어!'라며 다짐하고 투지를 불태웠다.
약정금 소장을 보냈지만 전남편은 이를 받지 않았고, 기다림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
'법원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일상을 보내던 중, 11월이 되어 드디어 판결이 나왔다. 판결에는 우리의 요구사항이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전남편은 그제야 '출장으로 장기간 집을 비워 소송이 진행 중인 줄 몰랐다.'며 합의를 제안했다.
하지만 전남편이 제시한 합의 내용은 본래 약속한 금액보다 적었고, 지급 날짜 또한 명확하지 않았다.
그는 '돈의 일부를 올해 안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돈이 생기는 대로 주겠다.'라고 말했다.
어린애들 장난도 아니고...
내가 느끼기에는 그는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입을 열고 나서 생각하는 듯했다.
마치 말과 생각이 서로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지금 소송이 진행 중이고 판결문이 나온 상황에서, 이런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정말 믿는 건가?
내가 합의를 거부하자 그는 미안하다고 용서를 빌기보다는, 이 합의 내용이 너에게 더 이로울 것이라는 가스라이팅을 시작했고, 나는 그를 단호히 차단했다.
전남편은 항소 기간이 주어졌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12월이 되었고 드디어 판결이 확정되었다.
판결이 확정되면 바로 돈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요?
판결이 확정이 되면 돈이 바로 들어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6개월을 기다려도 전남편은 돈을 주지 않았다.
판결로 인해 상대방에게 지급 의무가 생기지만, 실제로 돈을 받기까지는 추가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변호사님께 다시 연락하여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과 '채무 불이행자 명부'에 등재했다.
다시 합의를 하자고 연락 온 전남편.
그의 이야기는 어린아이들 장난 같은 제안이었고, 나는 이번에도 합의를 거부했다.
아니,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전남편의 급여를 압류했고, 이제는 매달 그의 월급 일부를 내 계좌로 이체받고 있다.
약정금을 모두 받기까지는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
매달 계좌로 돈이 입금되면, 법원에 '추심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차근차근 따라 하니 어렵지 않게 추심신고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해냈다는 사실이 기쁘고, 그 기쁨에 배시시 웃음이 번진다.
하나씩 알아가고, 해내고, 나아가는 내가. 난 참 좋다.
파도를 견디며 만들어진 유리보석, 흐르는 세월을 견디다 보면 나도 성숙한 보석이 되겠지.
바닷가를 걷다 문득 햇살에 반짝이는 작은 보석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유리조각이었다.
오랜 세월, 파도에 부딪혀 둥글어진 모습이 마치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파도를 견디며 만들어진 유리보석처럼, 내 상처도 언젠가 흐르는 세월에 둥글어져 나를 더 깊고 아름답게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