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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소다 Sep 26. 2024

7화,  따로따로 이사

이혼이 두려운 당신에게


시간이 흐르긴 할까? 더디게 가던 시곗바늘이 돌고 돌아 시간이 흐르고... 9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다.

이른 아침, 약속했던 이삿짐센터에서 문을 두드렸다.


아이에게 오늘 이사를 하는 날이라고 학교가 끝나면 엄마와 기차를 타고 여기를 떠날 것이라 말하며

학교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이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웃으며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전남편은 기분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짐을 옮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삿짐센터의 직원들이 나와 아이의 적지만 여자 혼자서는 도저히 옮길 수 없는 양의 짐을 옮기고

멀리 떨어져 있는 친정에 언제쯤 도착하여 짐을 옮길 수 있을지 예정시간을 알려주고 떠났다.


나와 아이의 짐을 뺏음에도 여전히 허전하지 않은 집안을 둘러본다.  

집안에는 나와 전남편만 남아 어색한 공기만 맴돈다.

전남편은 나에게 물었다. 자신의 엄마, 아빠가 줬던 딸아이의 돌반지나 팔찌는 어디에 있냐고...

그것들을 내가 떠나기 전에 받아야겠다며 지금 달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아이 몫의 돌반지와 팔찌를 왜 자신이 달라고 하는 것인가?


당신에게 남은 미련도 없지만, 없던 정마저 사라지게 하는 이 말들은... 혹시 내가 잘못들은 건 아니겠지?


다시 되물어도 지금 달라고 하는 당신에게 말했다.

돌반지와 팔찌는 당신의 부모님이 딸아이에게 준 것으로 당신 것도 내 것도 아니다.

딸아이에게 줄 수 있는지 의사를 물어보고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하지만 꼭 지금 받아야겠다며 막무가내로 달라고 하는 전남편에게 반지와 팔찌를 넘겨주었다.


반지와 팔찌를 넘겨받으며 왜 이것밖에 없냐고 더 없냐고 묻는 당신에게

왜 그것만 남아 있는지 요목조목 따져가며 말해야 했다.

마지막날에 한다는 말이 아이의 몫의 돌반지와 를 달라니....


당신과 헤어질 결심을 한 건 내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지키려 했던 것인가.


아이와 기차를 타고 친정으로 가는 길에도 지금이 현실이 맞는 건가? 꿈은 아닐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나에게 일어난 일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이 길에서 행복을 찾고 싶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혼 후 이혼녀로 아이를 키우며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할수록 현실이란 벽과 마주하게 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에 앞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요동칠 때면 

책에서 지혜를 얻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어른이라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

내가 선택한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야겠지.

내가 선택한 이 삶에서 행복을 찾고 싶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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