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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소다 Sep 26. 2024

6화, 이혼 숙려기간을 갖다.

이혼이 두려운 당신에게

법원에 협의이혼 서류를 제출하고 마지막 출석일까지  5개월이란 시간이 주어줬다.

부부사이에 아이가 있으니 더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숙려기간이라는 시간을 준 것임을 알지만

길어도 너무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전남편과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지내야 하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부부사이에 아이가 있기에...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기에...

하루가 한 달 같고 한 달이 1년처럼 느껴지는 시간의 무게를... 그 지옥을 견뎌야 했다.

   

가만히 있으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마음이 울렁거리고 두근거리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고통에 두려움이 밀려와 몸을 바쁘게 움직여 생각할 시간을 줄였다.     


나에게 주어진 5개월이란 시간,

이혼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이혼을 위한 준비 하며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실행했다.

앞으로 나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집안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가장이 될 것이기에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가족 옆으로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시간제 근무로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지?’라는 마음이 들었으나 2년마다 전남편을 따라 이사를 다니면서도 어디서든 항상 일을 했기에 ‘나는 어디서든 일을 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회사를 정리했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이제는 일을 길게 하고 싶은데 일을 하려면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친정 옆으로 가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갑작스러운 이사소식에 아이는 놀랐지만,

이사 갈 곳은 아이와 내가 4년 전에 지내던 동네여서 익숙한 곳이라 그런지...

그때보다 아이가 커서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인지...

아이는 4년 전에 비해 거부감 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4년 전, 전남편은 나에게 숨기고 몇천만 원의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돈을 썼는지 끝내 말하지 않았다.

함께 살아갈 신뢰가 무너졌기에 이혼을 결심했었다.     

(추후에 이야기하겠지만, 이혼을 하고도 몇 달이 지나서 야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그의 가족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혼을 하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므로 아이를 데리고 친정 근처로 이사를 왔었다.     

아이는 몇 날 며칠을 바닥을 구르며 울었고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온몸으로 거부했다.

이러다가 큰일이 나는 건 아닌가 애태우던 시절,

아이를 위해 이혼을 포기하고 주말부부로 2년 동안 지내다가 다시 함께 살기 위해 이사를 간 거였다.     

그렇게 다시 함께 하기로 했으면 더 잘살아야 하는데..

결과는 돌고 돌아 결국 이혼이었다.          


이혼을 결정한 현재의 상황을 전해 들은 부모님은,

아빠라는 사람은 늘 술을 마시고 새벽이 돼야 집에 들어오니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가서 살겠냐며 아이와 함께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꼭 아이와 함께 오라고...


전화를 끊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가슴을 들썩이며 서럽게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었다.

       

친정으로 이사결정이 되자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전입신고를 해야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

미성년자 자녀와 세대원이 세대주 없이 이사를 가서 전입신고를 하려면 세대주의 신분등과 도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전남편에게 도장과 신분증을 받았다.     


친정으로 이사를 가기 이틀 전, 나는 홀로 친정으로 내려가 미리 전입신고를 했다.

딸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캄캄해진 하늘을 보며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 비현실적인 상황이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자


가만히 있으면 떠내려갈 듯 불안정한 현실에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미리 걱정하지 말자.

미리 걱정하지 말자.

  

“나는 어떤 상황이 와도 잘 헤쳐나갈 것이다. 그러니 알 수 없는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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