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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톡소다 Sep 26. 2024

6화, 이혼 숙려기간을 갖다.

이혼이 두려운 당신에게


다음 법원 출석일까지 남은 기간이 참으로 길다.

부부사이에 아이가 있으니 더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숙려기간이라는 시간을 준 것임을 알지만

길어도 너무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전남편과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지내야 하는 하루하루가 몹시 힘들었다.

그렇지만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기에 연기를 해서라도 지내야 하는 게 어른들의 몫이겠지..


앞으로 나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집안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가장으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가족 옆으로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법원에 다녀오고 다음 달이 되어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시간제로 근무했지만 그동안 즐겁게 일하던 곳이라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전남편을 따라 2년마다 이사를 다니며 직장 또한 이곳저곳을 옮기며 일을 한 나였기에...

'어디에 있더라도 나는 잘 적응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정리했다.


아이에게는 미리 "엄마가 이제는 일을 길게 하고 싶은데 일을 하려면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친정 옆으로 가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갑작스러운 이사소식에 아이는 놀랐지만

이사 갈 곳은 아이와 내가 4년 전에 지내던 동네여서 익숙한 곳이라 그런지...

그때보다 아이가 커서 무가를 알고 있는 것인지...

아이는 4년 전에 비해 거부감 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사실 4년 전에도 이혼을 하려고

아이를 데리고 친정 근처로 이사를 왔었다.


4년 전, 전남편은 나에게 숨기고 몇천만 원의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돈을 썼는지 끝내 말하지 않았다.

어디에 돈이 필요했는지 물어봐도 생활비가 모자라서 대출을 해서 썼다고 말했다.

전남편은 사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 또한 정해진 금액으로 절약하며 살림을 했으며

큰돈은 아니지만 시간제 근무로 번 돈을 생활비 보탰기에 생활비가 모자라 대출을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함께 살아갈 신뢰가 무너졌기에 이혼을 결심했었다.


(추후에 이야기하겠지만, 이혼을 하고도 몇 달이 지나서 야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그의 가족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이는 몇 날 며칠을 바닥을 구르며 울었고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온몸으로 거부했다.

이러다가 큰일이 나는 건 아닌가 애태우던 시절,

아이를 위해 이혼을 포기하고 주말부부로 2년 동안 지내다가 다시 함께 살기 위해 이사를 간 거였다.


그렇게 다시 함께 하기로 했으면 더 잘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였다.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아이와 내려가서 둘이 살 거라고 반대하셔도 오피스텔이라도 얻어서 살 거라고 했다.

상황을 전해 들은 부모님은 그때 진작 헤어졌어야 한다며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자고 하셨다.


전남편과 이사날짜를 상의를 했다. 나와 아이가 먼저 이사를 하고 전남편은 다음날 이사를 가기로 했다.


친정으로 이사결정이 되자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전입신고를 해야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

미성년자 자녀와 세대원이 세대주 없이 이사를 가 전입신고를 하려면 세대주의 신분등과 도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전입신고에 필요한 준비물에 대해 다시 한번 체크를 한 뒤  전남편에게 도장과 신분증을 받았다.


친정으로 이사를 가기 이틀 전,

기차를 타고 친정으로 내려가 미리 전입신고를 하고 당일 저녁기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자


전입신고 마쳤으니 이사 후 다음날부터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떠내려갈 듯 불안정한 현실에

"나는 어떤 상황이 와도 잘 헤쳐나갈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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