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시어머님은 잠자리를 물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 앞에서 늘 가면을 썼다.
괜찮은 사람처럼, 괜찮은 엄마처럼 웃었다.
하지만 그는 술에 절여진 채 들어오는 밤이 점점 많아졌다.
술이 사람을 지배하는 날이면
자고 있던 이불이 허공에 날아올랐고,
번개처럼 쏟아지는 고함에 심장이 먼저 깨어났다.
놀라 눈을 뜬 아이를 끌어안고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얼굴을 했다.
별일 아닌 척, 괜찮은 척.
작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잠들게 했다.
그렇게 ‘별일 아닌 척’ 버티던 어느 날,
문득 알았다.
아, 더 이상은 이 사람과 살 수 없겠구나.
그만 헤어지자고 말했다.
재산 분할 협의서를 쓰던 날,
나는 처음 알았다.
그가 나 몰래 2천5백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는 것을.
왜 받았는지, 어디에 썼는지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생활비가 부족해서.” 짧게 말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해되지 않는 일은 이미 수없이 겪어왔다.
어차피 끝낼 관계였다.
우리는 서류에 서명했다.
아이 아빠는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고,
나는 시아버님의 부름을 받고 시댁으로 향했다.
시아버님과 나는 마주 앉아 지난 시간을 말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왜 헤어짐을 선택했는지.
아버님은 내 말을 휴대폰에 녹취하고
수첩에 조용히 적어 내려갔다.
나 몰래 받은 대출,
그동안의 폭언,
두려움 속에서 보낸 밤들.
마지막 부탁을 꺼내는 순간,
아버님의 고개가 천천히 숙여졌다.
펜을 쥔 손이 멈췄다.
그는 늘 말했다.
“네가 돈 벌어와.”
“야, 나갈 거면 몸만 나가.”
“헤어지면 빨 개 벗겨서 내쫓기는 거야.”
“너, 우리 아빠가 어떤 사람인 줄 알아? 유명한 변호사 많이 알아.”
“넌 나랑 헤어지면 앞으로 아이 못 만나.”
그 말들이 목을 조르듯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울면서 매달렸다.
“아이는 제가 키우게 해 주세요. 저 아이 없으면 안 돼요.”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고 목소리는 부서졌다.
아버님은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님의 표정은 달랐다.
“네가 어떻게 했으면 우리 애가 그렇게 하겠니?”
그리고 덧붙였다.
“너네 잠자리는 하니? 언제 했는데? 아니,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는데?”
그 순간, 흘러내리던 눈물이 멈췄다.
“잠자리를 안 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대신 이 질문만 남겼다.
여기서 나는 사람으로 살 수 있는가.
그 답은 이미 충분히 분명했다.
글을 약속한 날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직장과 공부, 육아가 겹치다 보니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 주시고,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께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천천히라도,
흘려보내지 않고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