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교감 선생님은 내 편이 되어주셨고 그 이후에도 나를 응원해주셨지만나는 더 이상은 이 학교에 머무르지 못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지, 학교 행사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학생들이 힘들어 할 것 같다는 내 말에 A선생님의"선생님, 사범대 나온거 맞아요?이러는거 교사 자격 없는거예요!"라는 모욕적인 말과, 그만둔다는 나의 말에 "어머, 선생님! 혹시 저 때문에 그만두는 거예요? 아니죠? 어머머, 학교에서 나도 나가라고 하는거 아니야?" 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면전에서 듣고는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 지긋지긋한 사람을 통해 배운 것:
학교에 잘 보이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 눈에는 뵈는게 없다. (왜인지 모르겠지만)해고될까봐 전전긍긍인 사람에게 나같은 사람은 불안요소일 뿐이다!
나는 그렇게 경력없는 경력자로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가 '경력없는 경력자'라 말하는 이유는 나는 실제로 (유의미하고 인정할만한)경력은 매우 부족하나 (그렇다고 아무 경력이 없다고 말하기는 애매한) 경력자였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없다면 모를까, 내세울 게 없는 지원자였음이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막다른 길이었고, 뒤돌아 볼 여유도 없었다.
자격만 된다면 거리, 위치, 복지, 급여 기타 등등 지원하기 전에 으레 확인해야 할 갖가지 요소들을 깡그리 생략한 채 닥치는 대로 지원했다. 심지어 한국이 아니어도 좋았다.
애석하게도 나의 이직 도전은 역시 예상대로 흘러갔다. 보란듯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을 넘어 이 지구상을 벗어난 지 오래인데, 기다리는 소식은 쉽사리 들려오지 않았다.
겨우 면접이 잡히면 늘 같은 질문이 따라왔다.
"그만두시는 이유가 어떻게 되세요?"
뻔한 질문에는 뻔한 답이 오갈텐데도 꼭 받는 필수 질문이었다. 나는 별 수 없이 더 성장하고 싶다(?)는 진부하고 지루한 답을 내놓았는데, 신기하게도 자꾸 말하다보니 진짜 그런것만 같았다.
그래! 뭐 힘들고 괴로웠던 곳 벗어나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게 더 성장하고 싶은거랑 같은거지,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