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학교 교사로 살아남기
이직의 기쁨은 단순히 '아, 드디어 이 곳에서 벗어나는구나!' 가 아니었다. 나를 괴롭게 했던 모든 이들에게 보란듯이 손을 흔드는 것, 보란듯이 웃어 보이는 것, 가뿐히 짐을 챙겨 뒤돌아보지 않고 나오는 것.
무엇이든 '보란듯이' 할 수 있는 마법같은 기쁨이었다.
이직이 결정되자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나로서는 굉장히 어렵고 험난한 이직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지나왔기에 별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교사와 이직이라는 단어는 서로 함께 쓰면 이상하게 들리는 조합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철밥통처럼 붙어있어야 할 교사가 '이직'이라니? 도대체 왜?
정교사가 아니었던거야? 그런게 아니라면 그만 둘 이유가 어디있어?!
그동안 내가 교사로서 일했던 시간들이 사람들에게는 그저 정식 교사가 되지 못해 불안정하게 경력을 쌓던 시간이 되어버렸다. 국제/외국인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교사를 채용하고 또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이직을 하는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그저 기간제 교사였구나 가 끝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지인들에게는 내가 이직했다는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알려야 되는 상황에 놓였을 때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직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학교를 선택한 것은 더더욱 후회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임용고시에 통과하지 못해, 공립 교사가 되지 못해, 여러 학교를 전전한다고 생각을 할지라도
나는 내가 일하는 학교와 직업을 사랑하고, 또 학생들을 사랑한다.
외국에서 살다 와서 또는 외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남들과는 다른 학창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내가 어릴적 국제학교를 다니며 가지고 있는 소중한 추억들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