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학교 교사로 살아남기
단지 내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A선생님 그리고 나.
나의 잘못을 낱낱이 까발리고, 나의 불손한 태도를 공개하는 공식적인 자리.
A선생님은 내 눈길은 피한 채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리더인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또한 내가 마치 '고등학생'처럼 자주 '삐진다'며 나를 다루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나치게 당당해서 그 순간에는 나조차도 이게 사실인가 싶었다. '내가 정말로 삐진 적이 있었나..?'
눈물이 차오를 것 같은 아리고 묵직한 느낌이 가슴 언저리에서부터 목 끝까지 번져갔다.
나는 억울한데, 너무 억울해서 미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내가 과연 이 사람들 앞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 A선생님의 터무니없는 소리가 계속될수록 나도 내 살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 자리는 '화해'와 '화합'의 공간이 아니었으니까.
"저는 교사지, 고등학생이 아니에요. 저도 여기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고 그렇게 존중받고 싶습니다."
무슨 말을, 어떤 식으로 또 어떤 표정으로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의 윗사람들이니 선은 넘지 말자, 예의는 지키자 스스로 되뇌였지만 지켜졌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진심은 전하고 싶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A선생님은 내가 말을 시작하자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가 차다는 리액션을 성실히 해주었다.
그 덕분인지, 외국인 교장과 교감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A선생님의 부족한 리더십과 포용력에 대해 언급하며, 동료 선생님을 존중하는 것은 기본이라 말하며 나무랐다.
묵은 감정들이 희미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애초부터 선명하지 않았던 것처럼.
엄마는 늘 내게 얘기했다, 내가 온실 속 화초라 힘든 거라고, 그냥 그런 것뿐이라고.
나는 언제쯤 야생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내가 있는 곳이 온실인지 야생인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