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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젤리 Dec 21. 2023

5. 공무원은 제 꿈이 아닌걸요.

외국인학교 교사로 살아남기

차라리 공무원 준비해보는게 어때?

1년 빡세게 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대.


느닷없었던 취업은 그만큼 나의 모든 예측을 빗나갔다.

선생님만 되면, 선생님 소리만 들으면, 레드카펫 펼쳐지듯 그렇게 모든 것들이 매끄럽게 흘러갈 줄 알았다. 그런데 학교도 아니고, 학생이나 수업 때문도 아니고, 고작 사람 하나 그것도 동료선생님 때문에 이토록 힘들어질 줄은 몰랐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과 교실에서 있는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행복했기 때문이다. 수업이 난장판처럼 엉망이 되어도 좋았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그걸 직접 아이들과 실천해보는 과정, 그리고 수업이 잘 풀리든 안 풀리든 어떤 결과로 끝맺어지든 그냥 그 모든 일련의 순간들이 행복했다. 부족한 선생님이어도 나를 믿고 조건없이 따라주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수업이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 나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천국의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마음이 안정됐고 온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옥에 들어서면 나는 그저 홀로 떨어진 초짜 교사일 뿐이었다. 그 동료선생님은 나를 거의 투명인간 취급했고, 본인이 필요할 때만 하하호호 웃으며 나를 요리조리 잘 써먹었다.

더는 남아있을 것 같지 않던 자존심이 한없이 무너졌다.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나를 보며 엄마는 이렇게 얘기했다.

"딸, 차라리 공무원 준비해보는 게 어때? 1년 빡세게 준비하면 합격한대. 너는 공부도 해봤으니까 금방 할 수 있을거야. 엄마가 도와줄게."

힘들어하면서도 버티는 내가 답답했을 것이다. 나조차도 내가 답답했으니까.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 아니면 그로 인해 어떤 가능성을 지니고 있을지 모를 미래를 자기 손으로 놓아버리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나는 그랬다. '아니 미련한거지. 그까짓거 그냥 그만두면 되는 걸. 뭐하러 그렇게까지 붙잡고 있어 그래.'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미련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저 자기 눈앞에 놓인 동아줄을 죽을 힘을 다해 잡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근데 엄마, 공무원은 내 꿈이 아닌걸.

미안해. 내 꿈은 선생님인걸 어떡해.



왜 그렇게 다들 아무렇게나 '공무원'을 권유할 수 있을까.

그건 공무원도 나도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여러 번 나를 설득했고 점점 화가 났다.

"공무원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 그리고 설사 내가 공무원이 된다고 해도 결국에는 적응하지 못할거야. 나는 선생님이 하고 싶으니까. 매일이 괴롭고 후회일거라고."



나도 알고 있다. 내게 건네는 말들이 마음 속에서 수도 없이 고르고 골라 겨우 꺼낸 말이라는 것을.

결국 부모님은 내 편이 되어주었다. 공무원이 아닌 나의 고집을 응원해주셨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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