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원격으로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추후 공지가 내려오기 전까지 자택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주시면 됩니다.
긴급 휴교령이 떨어졌다. 내가 생애 첫 출근을 한지 고작 한 달 남짓이되던 시점에.
학생들 이름도, 얼굴도 하나도 못 외웠는데원격수업이라뇨.
호구조사(-를 빙자한 취조)를 했던 그 선생님을 편의상 A선생님이라고 하겠다.
A쌤은 이런 긴급 휴교령과 원격 수업은 처음인지 초임인 나보다 훨씬 더 당황스러워 보였다. 하긴 그럴만도.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google meet, zoom같은 실시간 화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모든 강의, 학습활동, 활동지 배부 및 평가까지 전부 온라인에서 이루어져야 했고, 그에 따른 부수적인 업무가 마치 세포 분열하듯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쌤이 역시 어리니까 이런 걸 금방하네요? 쌤 잘하네. 제 노트북에도 좀 설치해줄 수 있어요?"
"선생님, 혹시 수업시간 설정하는 법 알아요?좀 해줘요. 역시 빠르다 쌤은."
"쌤, 학생 성적 기입하려는데 이거 어떻게 하는지 혹시 알아요? 괜찮으면 사진으로 찍어서 좀 보내줘요. 아니, 해보지도 않았는데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요?"
난 내가 투명인간으로 변신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A쌤이하루가 멀다하고 말을 걸어왔다. 이거 아냐, 저거 할 줄 아냐, 어떻게 하는거냐, 알면 좀 알려줘라 등등.
이건 도대체 무슨 태세전환인지. 하루 아침에 이 불쌍한 어린 양에게 마음을 열고 챙겨주자같은 어른스러운 다짐이었는지, 아니면 이 다시 없을 국가 비상사태에 의지할 사람은 역시 동료뿐이라는 깨달음이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답을 알고있었다. 나는 그 서러운 현실을 알면서도 내가 이렇게 도와주고, 저렇게 해주면 이제 나도 한 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헛된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지켜야 할 선을 넘는 것.
온라인 수업에 어찌저찌 적응해가던 중에, A쌤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해왔다.)
"선생님, 혹시 모르니까 선생님 수업 자료 다 올려놓는 데 있잖아요, 그거 저도 전부 볼 수 있게 공유해주세요. 감시가 아니라 아무래도 제가 다 볼 수 있는게 안전할 것 같네요."
뭐로부터 안전하다는거지? 내가 예민한건가?
불쾌했고 불편했다. 나는 배우는 학생이 아닌데 왜 내가 설계한 수업과 자료를 아무 이유없이, 그것도 전부를 보여줘야 되지? 마치 확인받는 것처럼?
하루는 부모님과 외출해서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던 날이었다. 전화가 울렸다, 또또 그놈의 전화.
"쌤, 저 지금 일하고 있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네요? 지금 컴퓨터 좀 열어볼 수 있어요?"
"아 그리고, 교감 선생님이 공지메일 보낸거 그거 뭐라고 하신거예요?"
다른 하루는 나보고 급히 상의할 게 있으니, 재택근무지만 학교에 출근해달라고 했다. 한시간 반을 달려 아침 일찍부터 홀로 학교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연락이 없어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걸었다.
"아 선생님, 출근하신거예요? 저는 아직 집이긴 한데 생각해보니까 굳이상의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할 일 하시고 퇴근하세요~"
A선생님은 학교3분 거리 아파트에 산다.
"선생님, 교장이나 교감선생님한테 메일 보낼 때는 뭐가 됐든간에 무조건 저한테도 보내주세요. 제가 우리과에 모르는 내용이 있어서는 안되거든요. 아시겠죠?"
금요일 오후 4시 마지막 교시 수업이 끝나면 어김없이 전화가 울린다.
"쌤, 이번주 어땠어요?쌤 수업 공지랑 자료 올린거 봤어요~ 저는 ....."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귓가에서 통화음과 함께 그 선생님의 말들이 쟁쟁거리는 소음으로 늘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았다.
날 부르는 "선생님" 이라는 소리가 진절머리날 정도로 지긋지긋했고, 그 선생님이 가식적으로 웃는 표정이 자꾸만 잔상에 남아 괴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