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오점도 없었던 도화지같은 마음이 되니, 나는 오늘 하루에만. 딱 오늘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나에게는 풀기 힘든 난제다. 알다가도 모르겠고, 어느 날은 모르다가도 알 것 같다. 도대체 머릿속에 어떤 그림들을 그려나가고 있는건지 정말 궁금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수께끼같은 아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가벼운 말 한마디의 힘은 엄청나다. 나의 하루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말 한마디. 나의 말도 아이들에게 그런 힘을 가질까?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면 교사가 된다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여져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학교가 바뀌고,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방황하는 느낌이 든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야 스스로 만족하고, '이만하면 됐다' 하는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나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고, 불안정하고, 미래가 두렵다는 것이다. 그저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그 흐름에 나 자체를 맡겨볼 생각이다.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든 밟는 통과의례같은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기록한 이유는, 그냥 그때의 나를 보듬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안의 상처를 조금씩 끄집어내면서 활자로 옮겨적으니 오히려 별일이 아닌듯, 신기하게도 지나간 과거가덤덤해지며 위로를 안겨주는듯 했다.
나는 그럼 잘 살아남고 있는 걸까?
다른 길이 잘못된 길은 아니라고 믿는다. 나는 그저 앞으로도 내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을 위해 나만의 길을 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