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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젤리 Nov 06. 2023

1.네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외국인학교 교사로 살아남기

"네가 애들을 가르친다고?"

"00이, 네가 학교 선생님을 한다고?!"


개미같이 작은 목소리만큼이나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아이.

새침해 보일 정도로 얌전하고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여자아이.

반에 한명쯤은 꼭 존재하는, 아니 어쩌면 있는지도 몰랐을 그런 여학생.


그런 아이가 바로 나였다.


교실에 들어서면 나는 그저 머릿수를 채우는 평범한 학생 1에 불과했다. 영화 속 장면의 여백을 책임지는 수많은 엑스트라같은.


좋게 말하면 '얌전하고 착한'

솔직하게 말하면 '소심하고 만만한'


기억을 되짚어보면, 난 실제로 친구들에게 있어서만큼은 만만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의 칼날같은 말과 행동에 상처 받다가도 금세 그 비위에 맞춰주며 어울렸으니까.

아무튼 이보다 더 무난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릴 적 나에게는 아무런 특색도 특징도 없었다.

설상가상일까, 내 이름 석자마저도 평범했다.


이렇게 '착하지만 부끄러움이 많고, 그래서 만만했던' 내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친다니.

그것도 외국인학교에서. 심지어 중고등학생을.


'진짜? 어떻게?'

속으로는 다들 이렇게 생각했던것 같다. 입밖으로 나오지만 않았을 뿐, 그들의 눈빛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좀 의외일 것 같기는 하다.

내성적인 아이였던 내가 애들 앞에서 말을 하고 수업을 한다는게.


사범대를 다니며 선생님을 꿈꾸는 날 보며 누군가는 대놓고 말했다.

"네가 애들을 가르칠 수 있겠나? 혼낼 수나 있겠어?"

격려의 말 뒤에 비웃음과 웃음이 묘하게 뒤섞였던 그날의 분위기가 아직도 저릿하게 생생하다.

친구들도, 친척들도 마치 짠 것마냥 나에게 비수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00이, 얘들한테 잡아 먹히는거 아니야?하하하"

"사범대? 중고등학교 선생님? 초등학교도 아니고 네가 그런 애들 감당할 수 있어?"


남들이 무심코 흘린 말들이 내 안의 무의식 속에 쌓이고 쌓이니 솔직하게 말하면,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힘으로 버텨내고 싶었다.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외국인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고,

가끔은 버겁지만 아이들과 다사다난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세상 소심하고 내성적인 대문자 I 의 소유자다.


"그래! 나 학교에서 애들 가르쳐! 근데 그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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