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자라는 프랑스 아이들

유럽 엄마들의 육아가 쉬운 이유

by 소피







느리게 자라는 프랑스 아이들







첫째 아이는 서울에서 분만해 키웠고 둘째 아이는 프랑스 파리에서 출산했다. 어쩌다 보니 두 나라의 분만 시스템과 서로 다른 육아법 모두를 접해보게 되었는데 두 나라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다른 점이 더 많았다.

임신 출산 대백과, 삐뽀삐뽀 119 소아과, 똑게육아. 한국인 엄마라면 누구나 들어 봤을 법한 대표 육아 서적을 읽거나 당시에도 유명했던 오은영 선생님의 강좌, 육아 관련다큐멘터리를 찾아 시청하며 첫 출산을 준비했다. 내 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육아’라는 미지의 세계는 나를 설레게도 했지만 두렵게도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한 것이었다. 그러던 중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책 이 있었는데 미국의 저널리스트 출신 파멜라 드러커멘의 베스트셀러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이었다.

아이가 울면 바로 안아주지 않기, 부부만의 시간을 가질 것, 아이를 혼자 놀 수 있게 해 줄 것, 레스토랑에서 아이와 즐겁게 식사하는 법.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고 이런 육아법을 꼭 실천해 보리라 다짐도 해 보았다.

그러나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현실의 육아는 책 속에서 본 프랑스의 ‘쿨한 육아’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아이는 안아주지 않으면 잠에 들지 못했고 이십사 시간 엄마 바라기 아이에게 혼자 놀기란 불가능해 보였으며 어쩔 수 없이 아이와 방문하는 레스토랑에서는 급하게 식사를 해 늘 속이 더부룩했다. 부부만의 시간은 아이가 잠들고 난 ‘육퇴’ 후에나 주어지는 두세 시간 남짓의 시간이 전부였지만 이 시간마저 서로 에게 할당된 집안일을 하며 사실상 우리 부부에게 부부다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잠깐씩 방문한 친정엄마가 아이를 돌봐 줄 때뿐이었다.

엄마와 아빠의 시간을 전부 갈아 넣어야 하는 것 한국에서의 육아는 일말의 숨 쉴 시간조차도 주지 않는 흡사 전쟁과 같은 것이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삼 년 뒤 둘째 아이를 파리에서 출산했다.

아이의 첫 목욕을 해주는 날. 담당 사쥬팜(산파) 이 아이의 목욕을 도와준다며 병실로 찾아왔다. 아기욕조에 따뜻한 물을 붓고 옷을 벗긴 뒤 아이의 몸을 물속에 조심스럽게 담가 준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아이의 귀까지 잠길 정도로 아이를 욕조에 담가 씻긴다는 것이다. 귀 속에 물이 들어간 아이도 딱딱한 바게트 빵을 먹으며 산후조리를 한 나 역시도 어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왔고 약간은 성의 없어 보이면서도 쿨해보이는 알쏭달쏭 ‘프랑스 육아’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No Kids Zone’이 없는 프랑스

프랑스에서 아이와 함께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경험했던 이야기이다.

아이들과 식사를 하던 중 막내 아이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커져가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연신 사과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오히려 “아이는 당연히 우는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 많이 힘들겠다.” 모두 웃으며 나와 아이를 위로해 준다. 아이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각박하지 않고 여유롭다는 것은 빨리빨리를 외치던 나에게 더 여유로운 마음 가짐으로 육아를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이런 환경 덕분에 더 이상 아이와 공공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프랑스 아이들은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두세 시간의 긴 시간 동안에도 동영상을 보지 않는다. 아주 아기였던 시절부터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배운 기다림을 즐길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은 이곳에서 나와 아이들이 배운 가장 큰 미덕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운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이가 위험한 일을 하려 할 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를 제외하고 아이들의 놀이나 문제에 덜 관여하려고 한다. 스스로 놀이를 정해 놀고 문제가 생겼을 때 역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독립적인 아이로 키운다.

장난감을 가지고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에게 또래 아이들이 다가와 묻는다. “같이 놀아도 될까?” 아이들은 각자 가지고 온 장난감을 펼쳐놓고 서로의 장난감을 공유하며 함께 놀이한다. 아이들이 놀이를 결정하고 노는 과정에서 웃기도 하지만 때론 작게 다투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러나 큰일이 아니고서야 엄마가 아이의 놀이에 계입하는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요시하는 이런 문화 속에서 아이들 또한 개인의 한 인격으로 존중받는데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대화를 하며 어른이라는 이유 엄마라는 이유로 아이의 생각과 일상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육아문화는 엄마만 찾던 엄마바라기 아이가 엄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한 인격으로 존중받는 자립심 있고 독립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엄마역시도 어른이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적 여유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내가 엄마로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어른으로의 삶도 존중받을 수 있는 이곳의 환경이 나와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 준다고 느꼈다.




엄격한 예절 교육

프랑스는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임을 모두가 알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할 때 지켜야 할 기본 예의범절 또한 대부분의 프랑스 인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프랑스에 오게 되면 가장 많이 하는 말과 듣게 되는 말이 ‘excusez moi 실례합니다, merci 고맙습니다, pardon 미안합니다.’ 이 세 가지 인 것을 보면 그들이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정중한지를 알 수 있다.

이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인데 어른들을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 선생님을 우러러보는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태도를 보고 있으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어른들에게 말과 행동을 공손하게 하라 가르치던 요즘에는 많이 없어진 듯한 한국의 예절문화 와도 많이 닮아 있다.





느리게 자라는 프랑스 아이들

공갈젖꼭지 흔히 ‘쪽쪽이’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 첫째는 유치원 생이 되어서 까지 물고 다녔다. 한국으로 치면 다 큰애가 쪽쪽이 물고 다닌다고 부끄러운 일이었겠지만 이곳 프랑스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곳 아이의 발달 과정은 당연하게도 한국과 비슷하다. 기어 다니던 아이가 돌 전후로 첫걸음마를 시작하는 것이나 아이가 말하는 첫 단어는 주로 엄마, 아빠인 것까지. 그러나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발달 단계단계마다의 기간이 굉장히 길다는 것이다. 그저 자연스럽게 때가 될 때까지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것 그것이 한국의 육아 법과 가장 다른 점이다. 이곳의 놀이터는 늘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유아교육의 대표적인 학자 프리드리히 프뢰벨이 강조한 데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장한다고 프랑스 대부분의 학부모 들은 생각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연령에서 벗어난 일들을 강요를 하지 않게 되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강요에 힘들지 않아도 된다.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것, 나름 자신의 몫은 해 나아가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것. 한국에서 아이를 출산했을 때와 지금 내 육아의 모토가 크게 변한 것은 아니다. 그저 어떻게 키우냐가 환경에 의해 바뀌었을 뿐이다.

예전에 본 책에서나 존재할 법한 ‘쿨한’ 프랑스의 육아는 진정 실체하는 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아이의 삶뿐 아닌 엄마의 삶 또한 존중받는 느낌이 강하다. 엄마의 무관심해 보이기도 하는 태도가 자칫 성의 없어 보이기까지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잘 자라나고 이로 인해 오히려 독립적이고 자립심 있는 아이로 성장한다. 또한, 이 사회에서는 애정을 담아 모두 함께 아이들을 포용한다. 아이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물론 정해진 학습 또한 개을리 해서도 안되지만 아이가 놀 수 있는 시간 또한 충분히 만들어 준다. ‘느리게 커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프랑스 엄마들. 엄마도 웃고 아이도 웃을 수 있는 모두가 속 편한 육아가 바로 이곳 프랑스의 유아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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