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학습 3인방

아직 선생님을 하는 이유

by 유울

한 과목만 가르치는 중고등학교 교사와는 달리 초등학교 교사는 담임이 대부분의 과목을 맡아 수업을 한다.

흔히들 아는 국수사과영 같은 주지교과 수업, 음미체 같은 예체능 수업, 학교폭력예방교육이나 안전교육 같은 자율 활동 수업,

그 밖에도 진로, 동아리, 체험학습 등.

수업의 내용과 형태는 아주 다양하다.


그리고 그 수업은 방과 후에도 이어진다.

바이올린을 잘하시는 선생님께서는 바이올린 방과 후 수업을 하시고, 체육 전담 선생님께서는 체육 관련 방과 후 수업을 하신다.

(특히 시골일수록 강사가 구해지지 않아서 교사들이 방과 후 수업도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예체능 관련 수업도 있지만, 학생들의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보충 수업도 있다.




난 초등학교 2학년은 아주 중요한 학년이라고 생각한다.

국어다운 국어, 수학다운 수학을 하기 시작하는 학년이기 때문이다.


작년은 내가 2학년을 맡았고, 그 해는 받아쓰기와 구구단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둘에 진심이었다.

매주 월요일, 수요일 아침에는 받아쓰기 연습을 했고, 금요일에 시험을 봤다.

틀린 문장은 숙제로 두 번씩 써와야 했다.

구구단이 나오는 2학기부터는 급식실에서 줄 서 있을 때 구구단을 한 번 쭉 말하고 들어갔고, 구구단을 단계별로 외우게 해서 학생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순서대로 구구단 외우기, 거꾸로 외우기, 랜덤으로 외우기 등 학생들도 구구단에 진심이었다.

수학 반장을 두어 친구들이 서로 구구단을 묻고 확인하게 했다.


구구단을 잘하는 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구구단을 읊으며 어깨가 한껏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구구단을 외우는 걸 어려워하는 학생이 있었다.

자꾸 같은 부분에서 실수를 하고, 오늘 6단을 외우고 다음날 7단을 외우면 어제 외운 6단을 까먹는 학생.

그런 학생이 우리 반에 딱 세 명이 있었는데, 바로 보충학습 3인방이었다.


그 세 명은 일주일에 2번씩, 총 30회에 걸쳐 나와 보충 수업을 했다.

받아쓰기 공부도 하고, 구구단도 외우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맛있는 간식을 걸고 구구단을 외워보고, 사탕을 이용해 구구단의 원리도 알아보고, 반복해서 말하고 읽으며 공부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 학기를 했겠만, 2학년이 끝나갈 쯤에도 구구단을 버벅거리는 학생이 있었다.

신신당부를 했다. 겨울방학이 되면 구구단은 꼭 외워야 한다고.




그 보충학습 3인방이 3학년이 되어서 우리 교실에 놀러 왔다.

오늘 뭘 배웠냐고 물으니 나눗셈을 배웠다고 한다.

나눗셈을 하려면 구구단을 알아야 하는데, 구구단은 기억하냐고 물으니 내 앞에서 7,8,9단을 줄줄 외웠다.

대견하다며 폭풍 칭찬을 해주고, 요즘 배우는 수학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종이와 연필을 주면 뭘 배웠는지 알려주겠다기에, 칠판에 보드마카로 적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63 나누기 3을 적고 풀기 시작했다.

그 학생의 뒤를 이어 나머지 두 학생도 문제를 내달라며 풀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그렇게 우리 교실에서 문제를 풀다가 갔다.


참 이상한 일이다.

작년에는 좋아하는 간식을 사주며 공부를 시켜야 할 정도로 간식 없는 공부에 거부 반응을 보였던 이 아이들.

올해는 대뜸 배운 내용을 줄줄이 읊고, 서로 알려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

보충학습 3인방의 변화와 성장을 눈으로 목격하니 마음이 벅차면서 대견하고 그렇다.

이 맛에 교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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