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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초등학교 선생님 안 할래요
17화
눈물의 첫 운동회
아직 선생님을 하는 이유
by
유울
Sep 26. 2023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100명이 안 되는 소규모 학교이다.
이런 작은 학교의 운동회는 동네잔치를 방불케 한다.
부모님이 오셔서 공연도 하시고, 운동회에 부모님과 조부모님도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많기 때문이다.
몇 년 만에 하는 운동회라 출장 뷔페도 부르고, 가족 분들도 많이 오셔서 정말 동네잔치였다.
학생들도 많이 들떠있었는데, 운동회를 대하는 학생들의 자세는 아주 다양했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에너지를 모두 발산하려는 듯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학생.
내가 왜 여기서 이걸 해야 하냐며 뚱하게 있는 학생.
(하지만 이 학생도 활동에 적극적이고 재밌게 참여했다.)
우리 팀은 응원하고 상대팀에도 손뼉 쳐주고 사회자의 진행에 다양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학생.
운동회의 모든 경기가 끝나고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이어달리기를 했다.
우리 학교는 계주 선수를 뽑지 않고, 1학년부터 6학년 전교생이 다 뛰었다.
마지막 주자는 가장 달리기를 잘하는 우리 반 학생 둘이었다.
난 백팀을 지도하고 있어서 백팀 달리기 줄을 세우는데, 마지막 주자 학생이 불안해 보였다.
“00아, 왜 그래? 불안해?”라고 물으니 “마지막 주자인데, 저 때문에 질까 봐 걱정돼요. 사람들이 저한테 뭐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지금 우리 팀이 이기고 있는데, 달리기에서 지면 지잖아요.”라며 걱정했다.
“평소처럼만 하면 돼. 그리고 이건 팀 경기이기 때문에 아무도 너에게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서로 응원해 주면 돼. 만약에 누가 뭐라고 하면 데려와, 혼내줄게! 져도 괜찮으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
생각해 보니
나는 달리기를 못해서 한 번도 마지막 주자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
다. 아니, 애초에 계주 자체를 뛰어본 적이
없었다.
‘계주 선수가 되면 저런 부담감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난생처음 해봤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그런 긴장 속에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
처음엔 청팀이 앞질러 가고 있었고, 그 뒤를 백팀이 바짝 쫓아갔다.
그 백팀 학생은 2학년 학생이었고, 학년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스피드였다.
그 학생이 청팀을 추월했고, 그러다가 청팀이 한 번 더 추월을 했다.
그런데 점점 거리가 멀어지더니 청팀과 백팀의 거리차가 운동장 반 바퀴가 되었다.
하지만 청팀과 백팀은 모두 중간에 포기한다거나 대충 하는 모습 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뛰었다.
역전의 역전을 거듭했던 이어달리기. 그 결과는 청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청팀의 승리에 박수 쳐주며, 백팀도 잘했다며 서로 격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기서 아까 청팀을 추월한 그 2학년 학생이 오열하듯 울며 누나의 부축을 받아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서 눈물이 맺혔다.
하루 종일 백팀을 응원했기 때문일까, 마지막 선수였던 학생이 부담을 떨쳐내고 완주한 것이 마음이 놓여서였을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해서였을까.
학생 때 운동회를 할 때도 못 느껴본 감정을 느낀 이번 운동회, 내 교직생활 첫 운동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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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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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좋아하는,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20대 초등교사. 교사로서, 인간으로서의 내 찰나의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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