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잘 싸우고, 연필과 지우개를 안 가져오고, 쉬는 시간에 미리 교과서를 꺼내놓는 걸 깜빡한다.
그리고 여전히 수업 시간에 서로 발표하겠다며 앞다투어 손을 들고, 여러 명이 동시에 내게 와 엄청나게 많은 말들을 건넨다.
한 학생이 수업하지 말고 만들기 하자며 내 옷을 잡아당기면서 꽤 오래 보챘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께 하는 앙탈이라고 생각해 다정한 말투로 설득하였다.
하지만 좋게 말하니 통하지 않았고, 결국 난 정색하고 “안 돼.”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학생은 한 시간만 수업하고, 한 시간은 만들기를 하자며 나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법.
나는 두 시간 모두 알차게 교과서 진도를 나갔다.
그 학생은 3학년이 되니 수학이 너무 어렵다면서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울기도 하고 아픈 곳도 생겼다는 말에,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
작년에는 분명 수업도 잘 따라오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던 학생이었는데말이다.
실제로 수업을 해보니, 이 학생은 수업에 흥미가 많이 떨어져 보였고 집중도 잘하지 못했다.
확실히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면,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과목도 늘어나고, 수업 시수도 늘어나니 학습에 흥미를 잃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학년이 바뀌어서 생기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진다.
수학 시간에 컴버스를 이용해 원을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원을 그리는 활동을 했다.
소근육 발달이 덜 된 대부분의 학생들은, 컴버스 없이 연필로만 동그라미를 그리면, 차라리 그게 원일 것 같은 수준으로 원을 그렸다.
그리고 작년에 말을 잘 안 듣고 시험을 잘 못 봤지만 나와 함께 보충수업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했던 그 학생은, 교실에서 원을 가장 원답게 잘 그렸다. 물어보지 않아도, 지난 시간에 배운 원의 중심, 지름, 반지름이 뭔지 직접 나서서 설명할 정도로 적극적인 태도로 수업에 임했다
그런데 이 학생은 눈물이 많아졌다.
내가 들어간 그 2시간 동안 2번이나 울었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풍선 띄우기 놀이를 하는데, 친구가 본인 옷을 잡아당기자, 그 친구를 밀쳤다.
그 밀쳐진 학생의 뒤에는 종이 상자가 있어서 다행히 바닥에 쾅 찍힌다거나 머리를 부딪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친구를 밀치는 행동은, 분명 잘못된 일이었다.
시끄러운 교실을 진정시키고 이 학생들을 지도해야 했기에, “뭐 하는 거야?”라고 큰 소리를 냈다.
내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은, 다들 자리에 앉거나 교실 뒤편으로 이동했고 교실은 조용해졌다.
3학년이 되었다고, 작년에 없던 눈치가 생긴 모양이었다.
그 학생에게 사건의 경위를 묻자, 울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국 서로 잘못했으니 둘 다 사과하는 걸로 마무리했지만, 이 학생이 이만한 일에 억울하다며 눈물을 보이는 게 당황스러웠다.
작년에는 혼날 때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안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잘 울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학생은 수업시간에 앞에 앉은 친구와 발을 서로 툭툭 치며 싸우기도 했다.
시작은 오해였다.
발의 위치를 바꾸다가 그냥 앞사람의 발을 실수로 건든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앞사람이 다시 그 학생의 발을 쳤고, 그 둘은 수업시간에 갑자기 싸우기 시작했다.
지금 6학년인 우리 반에서도 앞사람을 실수로 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실수한 학생이 바로 사과를 해서, 그 일은 이런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이 더 황당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만난 너희가 날 반갑게 맞이해 줘서 행복했다.
“역시 행복이들~”이라는 나의 말에 “맞아, 작년에 우리는 행복반이었지~”라며 추억을 회상하던너희들.
작년에 열심히 연습해서 익혔던 집중구호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고, 내 말을 비교적 잘 경청해 줬다.
난 가끔 이 아이들을 부를 때 “2학년”이라고 하는 실수도 했지만, 그 실수를 하니 아이들은 크게 웃으며 좋아했다.
오랜만에 함께 한 너희는 여전히 귀엽고, 어리고, 사랑스러웠다.
원을 그리는 걸 어려워하는 너희 모습, 친구와 별 시답잖은 걸로 싸우는 모습, 내게 와 슬며시 손을 잡는 모습 모두 다, 참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