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담임 선생님 또 해주세요

아직 선생님을 하는 이유

by 유울

작년에 내가 맡았던 그 2학년 꼬맹이들은 3학년이 된 후로도 우리 교실에 자주 놀러 왔다.

그 학생들이 우리 반에 오면 하는 루틴이 정해져 있다.

교실을 한 바퀴 쓱 돌아보고, 내게로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귀여움에 못 이긴 내가 사탕을 주는 루틴.


보통 나는 “오늘 하루는 어땠어? 뭐 배웠어?”같은 질문들을 한다.

이 아이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선생님 말씀은 잘 듣는지, 친구들이랑은 안 싸우고 잘 지내는지,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가 항상 궁금하다.

내 질문을 들은 학생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꺼내놓는다.

친구와 싸운 이야기, 다른 친구들이 선생님께 혼난 이야기, 가족끼리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 등

그렇게 아이들은 돌아가며 쉴 새 없이 조잘조잘 저마다의 이야기보따리를 잔뜩 풀어놓는다.






어느 날은 한 학생이 우리 교실을 둘러보다가, 실과 시간에 만든 곱창밴드 머리끈을 발견하고는 이게 뭐냐고 질문했다.

그래서 나는 “수업 시간에 만든 거야. 어때? 이쁘지?”라며 자랑을 했다.

곱창밴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여서 하나 주고 싶었으나, 그러면 내일 다른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자기들도 달라고 할 것이 뻔했다.

곱창밴드 개수가 넉넉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곱창밴드 대신에 사탕 하나를 꺼내 선물로 주었다.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 학생이 또 우리 교실에 놀러 왔다.

이번에는 내 자리 근처를 빙빙 돌며 내가 앉은 의자 뒤로 숨는 놀이를 했다.

“선생님 내년에 저 4학년 되면 담임선생님 해주세요!”

뜬금없는 한 마디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내년에 저랑 곱창밴드 같이 만들어요!”라고 하더라.

“4학년은 실과가 없어서 곱창밴드 만들기 못하는데~? 6학년 되어야 할 수 있는 거야~”

나는 내년에 다른 학교로 갈 생각 중이라 저렇게 대답했는데, 나의 완곡한 거절 의사를 이해했을까 모르겠다.






우리 반 학생들이 “00 이는 선생님 아들 같아요~”라고 할 정도로 우리 반에 자주 오는 학생도 있다.

이 학생은 방과 후 수업이 끝나면 우리 교실에 들렀다가 학원이나 센터를 간다.

내가 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 오늘은 못 놀아준다고 하면, 교실 뒤편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가기도 한다.

보통은 이 학생도 교실 순회를 하며 “어? 이거 바뀌었네요?”라거나 “이건 뭐예요?”라며 질문폭격을 한다.


“선생님, 내년에 우리 학교에 있을 거예요?”

이 학생은 작년에도 같은 질문을 했다. 작년에는 내년에도 있을 거라고 하자, 안 믿어주기는 했지만.

“내년은 모르겠는데~ 왜~?”라고 묻자, “내년에 담임선생님 해주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또 그 이유를 물으니 “선생님이 저희를 많이 예뻐해 주신 것 같아서요.”라고 했다.


“선생님이 너희 예뻐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저희한테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잘 챙겨주셨잖아요!”

“알기는 하는구나? 있을 때 잘할 걸 하는 생각이 좀 들어~?”

장난스러운 나의 말에 배시시 웃는 학생이었다.






일 년을 맡았던 아이들이, 다시 나를 찾아와 내년에도 담임 선생님을 해달라는 말은 참 반갑다.

의 사랑을 너희가 느끼고 있었구나, 내 노고를 너희가 알아줬구나,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나만 즐거운 것은 아니었구나, 적어도 내 짝사랑은 아니었나 보다, 같은 생각들이 든다.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자 하는 욕심은 없다.

그저 아이들이 나와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싫었다고만 기억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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