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

by 유울

저 초등학교 선생님 그만둘래요.

하루 종일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고 중재하며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것도 힘들어요.

밤이고 낮이고, 언제 올지 모르는 학부모의 연락을 받아야 하고, 심지어 그 연락은 내게 소리를 지르거나 폭언일 수도 있다는 것도 불안해요.

수업은 또 왜 이렇게 많이 해야 하는지, 일주일에 25 시수 이상 수업하면 내 목은 쉴 틈도 없고 목감기도 안 낫는 것도 지긋지긋해요.

행정 업무도 너무 많아서 아이들의 눈을 보고 대화하는 날보다, 모니터를 보며 대답만 해주며 오는 죄책감에도 그만 시달리고 싶어요.

사생활은 없고 누가 날 감시한다는 생각을 하며 다니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초등학교 선생님 그만두고 싶지 않아요.

반복되는 학생들 싸움 중재 정말 힘들지만, 그렇게 생활지도하며 학생들에게 내 마음을 다 내어주면, 그 학생들은 저에게 더 큰 마음으로 보답해 줘요.

학부모님께서 따뜻하게 응원해 주시고, 고맙다는 말들을 들으면 저도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져요.

열심히 준비한 수업에 학생들이 재밌게 참여하면서 배운 내용을 잘 기억하는 날에는 정말 뿌듯해요.

행정 업무는 힘들지만, 이 일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추억이 된다면 저도 애써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를 할 수 있어요.

누군가 지켜본다는 생각에 더 도덕적인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해요.

우연히 길에서 학생이나 학부모님을 마주치는데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면 저도 사실 반갑고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선생님을 그만두는 일이 아니에요.

정말 제대로 된 선생님을 하고 싶은 거예요.


학부모에게 민원이 들어오고 아동학대로 고소당할까 봐 눈치 보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우리 반 아이들이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은 거예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아이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성장하고 배워나가는 그런 일이에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건, 교사와 학생이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교실에서 행복한 교육활동을 하는 일이에요.

keyword
이전 19화일 년 만에 만난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