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헤어진 뒤로 후련했다. 그 당시 고작 스물여섯이었고 회사 동기들은 앞다투어 소개팅을 시켜줬다. 자기 동생, 형, 사촌, 학교 선후배, 친구.. 매주 소개팅의 연속이었고 일주일에 네 번 만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결혼식만 다녀오면 새로운 소개팅 자리가 생겼다.
그 많은 소개팅이 잘 안 됐던 이유는 분명했다. 나도 모르게 헤어진 사람과 비교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첫 남자친구였고 오랜 기간 사귀었기 때문에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키가 더 작네, 키가 너무 크네, 손가락이 짧네, 대화가 잘 안 통하네... 온갖 비교를 다 했던 것 같다. 오죽했으면 회사 면접 보다 내 남자 친구 면접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
또 다른 이유로 서울살이가 너무 풍족했다. 학교 다닐 때도 계속 과외 알바를 해서 돈이 부족하진 않았지만, 대기업에서 월급을 받아보니 큰 금액이 한 번에 들어와서 눈이 돌아있었다. 심지어 월급, 상여, 성과급 등등 이런저런 사유로 큰돈이 계속 들어왔다. 비싼 PT를 받으면서 최저 몸무게를 찍었고 비싼 옷도 많이 샀다. 피부과도 다녀보고, 전세이지만 큰 집으로 이사도 갔다.
그러다가 운전면허 따고 차도 샀다. 운전연습을 핑계 삼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빵 투어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그게 지겨워지면 해외여행을 다녔다.
비싼 거 먹는다고 눈치 주는 사람도, 돈 많이 쓴다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다.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쓰고 싶은데 쓰고 여행 가고 싶을 땐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떠날 수 있었다. 맥도널드 커피를 마시지 않을 자유가 있었다.
그야말로 내 인생의 황금기, 빛이 나는 솔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