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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 날 Feb 28. 2024

세월

그리움이 닳는 시간


“우리 딸이 시아가 많이 보고프구나!

세월이 좀 필요하단다.”

 2017년 2월 28일. 담요를 덮어 놓은 케이지 안에서 눈이 마주치면 하악질을 해대던 고양이가 ‘유시아‘가 된 날. 나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친구가 생긴 날이라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
 고양이가 뭘 얼마큼 먹는지, 어떻게 용변을 보는지, 무엇을 가지고 노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이 아이를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지키겠다는 알량한 다짐 하나 가진 채 데려왔던 그 마음이 시작이었고, 더 이상 아플 곳도 없이 아파서 떠나는 아이가 듣는 마지막 소리가 내 울음 대신 다정한 인사말이길 바라며 매일 밤 연습했던 말들을 또박또박 뱉어내는 그 마음이 끝이었다.
 나의 모든 마음은 한없이 크고 하찮았다.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시아가 생각났다. 시아를 보내고 한 달쯤 지났을까. 그리움에 어쩔 줄 모를 때 아빠가 그랬다. 세월이 조금 필요하다고. 그 말이 사실이었다.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하루 한 달 일 년보다 더 긴 날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마음이 무색하게 이젠 그 부드럽던 털의 감촉이 기억나지 않는다.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결코 잊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 둘 흐릿해져 간다.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울리고야 말았던 감정들에 무뎌져 간다.
 세월이 지닌 망각과 내성이 어느 날은 무섭고, 또 어느 날은 안심이 되길 반복한다. 나는 이제 하루에도 몇 번씩 불쑥 찾아오는 마음을 잠시 접어놓을 줄도, 바라볼 줄도 알게 되었다. 그만큼의 세월을 지나 보내고 있다.
 오늘도 특별할 것 없이 아주 많이 보고 싶은 날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이런 일기를 쓰면 어김없이 눈물이 나네요.

여러분도 영원할 것만 같은 그리움을 지녀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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